초대일시 / 2008_041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관훈갤러리 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관훈동 195번지) 신관 Tel. +82.(0)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마흔을 넘긴 윤진섭은 작가로서의 연령대는 새내기에 속한다. 이제 전업 작가로서 살아온 24개월, 새내기 작가로서의 건들한 시건방이 신선하기도 하지만, 1개월이 1년 인양 묻어온 그만의 유희어린 흔적은 24세의 청년기를 훌쩍 뛰어넘어 노련한 마흔의 애수어린 "Pathos/페이소스"(Look2자화상)를 능숙하게 표현해 낸다.
21세기의 초기적 미술계의 현재에 있어서, 포스트 모더니즘의 동시대적 양상은 항시 보다 새롭고 신기한 그러하기에 신선한 볼거리로서의 대중을 확보하려 한다. 그러다보니 어설픈 엔터테이먼트의 아류/亞流적 "Hommage/오마쥬"를 양상하고 마는 찰라적 현상은 단명을 스스로 자초하는 경우가 되어버리고, 더욱이 우려낸 기법의 유희적 공유를 관람자들과 같이 하려하는 것 자체에 대한 속된 거부감으로 그 맛의 기품을 잃어버린지 오래이며, 미술계의 사방에는 "Technology/테크놀러지"와 "Digital/디지털"이라는 유효기간 짧은 재료를 주물러 단명의 마술사들이 만들어낸 "FAST FOOD"로 미각을 현혹시키는 치명적 오류가 "아트윈도우"에 에러 메시지를 띄우곤 한다. 물론 "Technology/테크놀러지" "Digital/디지털" 아트라 불리어지는 모든 현상이 그렇지만은 아니하다. 유효기간이 짧다는 것은 미디움으로서의 속성이 매번 새로이 생성되는 것. 즉, 진화가 빠르다는 말이지 그것을 이유로 성급하게 조리하는 "FAST"라는 강박을 가져야만 하는 미디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하기에 미디어의 가치를 이해하고 깊이를 조율하는 정류/定流가 아닌 그것에 모방으로 기생하는 아류/亞流들의 강박이 악성코드로 찌거기를 남긴다는 말이다.
이러한 동시대적 증후군에도 불구하고, 작가 윤진섭의 작품은 매우 "Nagative/네거티브"하고 스모그한 원시적 "Trick/트릭"을 구사한다. 오히려 반전되어 차별화된 또 다른 현재의 공간을 영위한다. 반복되는 계속적인 ON, OFF의 연산이 아닌 지루하리만큼의 연속 연산이 새로운 진화를 거듭하고 있어 무한대의 가능성을 가늠케 한다. 그러기에 그의 작가연령은 그 짧은 기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매우 숙성된 히스토리를 느끼게 한다. 그의 연작 "Look2 계단"에서 보여지는 배경의 투사는 기존의 부조기법의 상식에서 벗어나 공간이라는 일관적 인지를 파괴한다. 조작된 원근의 묘사나 우격다짐의 감정몰입은 "알타미라의 동굴"에서도 보지 못한 원시성으로 각인되고, 반면 시각을 통해 뇌에 인지되는 그 공간은 기억이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반전된 리얼리티로 감흥되는 특이성을 가진다. 다시 말해, 매우 스모그한 기억의 저편에 자리잡은 어느 한 경험의 공간을 매우 반전된 "Nagative/네거티브"한 표현을 통해 몰입하여 기억하게 하는 그만의 트릭을 구사하는 것이다.
"Look2 도시" 시리즈에서도 이 비장한 트릭은 유감없이 뇌의 인지를 몰입시킨다. 특히 "도시5"의 경우 아직 완성되기에는 거푸집으로 남아있어야 될 그 자체를 완성된 도시로 강요하는 그의 억압은 특유의 "Nagative/네거티브"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매우 편안한 수긍으로 몰입하게 한다. 마치 오래된 네거티브 필름을 비추어 보며 파인더에 담기기 전의 실제적 공간을 유추하고 인화하는 행위와도 같이 그가 만들어낸 "Nagative/네거티브"한 형상은 각자의 뇌에 저장된 제각각의 상념적인 도시를 투영해내고 비로서 서로 동일하지 않은 특유한 나름대로의 공간을 재구성하게 한다. 이러한 상념적인 공간으로의 유도트릭은 비로소 관람객들과 공유되어 정형화된 틀로서의 도시를 파괴하고, 자신만의 은둔된 도시를 돌출시키게 한다.
작가 윤진섭의 이번 전시작품 중 부조 작품들에 있어 위에 서술한 표현기법 이외에도 주목할 만한 또 하나의 특징이 보인다. 그것은 바로 그의 시각에서 인지된 대상 표현적 평면적 배치에 있어 자유로운 "화면분할"에 있다. 기존의 레이아웃의 조화는 이미 부정되어 과거의 미덕으로 사라지고, "영상"화면에 있어서의 "와이퍼 기법"(도시4)과 대상의 "Compositing/합성기법"("여인"시리즈)의 우연적인 활용은 매우 극적인 플롯을 통해 감상 유희를 상승시킨다. 대면되는 인물의 의도적인 와이퍼 분할은 도시와 상관되는 결과적 "Pathos/페이소스"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합성수지에 표현된 작위적인 착색의 그라데이션은 복합적인 분주함과 난해함에도 불구하고 "Compositing"효과에 의한 배경과 군상의 자연스러운 안착으로 말미암아 마치 Marc Chagall/샤갈의 "하얀 책형"을 연상케 한다.
특히 그의 매우 유머러스한 "Narrative/네러티브"는 관람자에게 보다 풍요로운 극적 상상으로의 몰입을 유도한다. 이렇듯 비상식적으로 몰입하거나 몰입시키는 행위에는 그가 대면하고 있는 세속의 상식을 그저 그런 뻔한 통념으로 평가절하 함으로서 얻어지는 표현의 우월성 확보, 그만이 가진 매우 우화적 "Black comedy/블랙코메디"의 반전유희가 방자한 "Pathos/페이소스"로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금번 관훈에서 보여지는 작가 윤진섭의 이 방자한 "Pathos/페이소스"는 그의 "Nagative/네가티브"한 세상의 몰입을 통해 그의 작가로서의 명줄을 보다 길게 늘여 놓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작가 윤진섭의 얼굴은 삐뚤어진 웃음으로 남의 기분을 거슬리는 두꺼운 입술을 달고 있다. ■ 김근한
Vol.20080424d | 윤진섭展 / YUNJINSEOB / 尹進燮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