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0418_금요일_05:00pm
신한갤러리 광화문 SHINHAN GALLERY GWANGHWAMUN 서울 중구 세종대로 135-5 (태평로 1가 62-12번지) 4층 Tel. +82.(0)2.722.8493 www.shinhangallery.co.kr
박한승희-자기 삶의 개념화 작업 ● 현대미술은 세상 속에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고 세우는 일이다. 작가는 자신을 가로지르는 자신만의 여행, 그리고 그 길에서 발견하고 만나고 느낀 모든 것을 재료로 해서 작업한다. 그러니까 현대미술가들은 자신의 '미술적 기술(記述)'을 행한다. 작가의 작업은 그/그녀의 미술에 대한 생각의 기록이자 고백이고 삶에 대한 총체적인 환유이다. 미술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자 그저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미술이 자신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미술이란 결국 사적인 것에 대해 발언하다는 것이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현대미술의 중요한 지점이다. 오늘날 작업은 그렇게 한 작가의 모든 것이 용해되어 있는 결정으로 자리하고 있다. ● 박한승희 역시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서 점했던 모든 것이 창작 과정 속에 들어간다. 작가에게 작업은 매일의 일상에서 체득된 것을 하나의 이미지로 성형하는 일이자 모든 생각의 갈래를 지도화 하는 일이다. 작가는 그리고 만들고 설치하면서 자신을 물질화하고 사유와 경험과 그로부터 파생한 개념을 시각화한다. 따라서 작품은 미술가와 대중 사이 대화의 한 형태로 제시된다. 작가의 작업은 직접적인 방법으로 보는 이에게 말을 걸며 생각에 잠기도록 권유한다. 눈앞에 놓여있는 물질을 매개로 해서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작가의 의식과 몸으로 들어가도록 독려하는 것이다. 독일에서 보낸 시간 동안 작가의 작업은 개념적이고 개인적 삶의 결정화로 단련되어 온 것 같다. 그것은 일상과 미술에 대한 생각과 그로부터 좀 더 나아가 세상에 대한, 현실에 대한 비판적이고 사변적인 참여와 개입으로 구성된다.
독일 유학시절 그림을 그리면서 접한 물감, 남겨진 튜브를 커다랗게 금속조각으로 만든 작업은 다분히 미술행위의 자전적 발언으로 다가온다. 물감을 알뜰히 눌러쓰고 덩그러니 남은 튜브는 다시 찢어서 속에 남은 물감찌꺼기까지 사용해야 했던 가난한 유학생활에서 문득 그 남겨진 튜브를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다. 그림을 그리기위해 써야했던 물감과 다 쓰고 빈 튜브만 남았을 때의 공허함 혹은 작가라면 다들 느꼈을 정신적인 공황상태 역시 보여준다. 작가는 그렇게 남겨진, 찢어진 튜브를 기념비적으로 일으켜 세워 놓았다. 일상적 오브제에서 차용된 이 형태는 물감튜브이자 미술에 대한 고된 노동과 장인적 숙련, 예술에 대한 신화 등을 암시한다. 금속의 질감과 광택, 색상은 눈부시게 화려하고 아름답지만 날카롭게 찢겨진 금속은 치명적인 위험과 불안을 동시에 야기한다. 그것은 미술에의 길에 대한 이중적 모순과 딜레마를, 정신적 상처를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상처로 오버랩시켜서 뒤집어 놓은 것이다. 동시에 일상적 삶의 매 순간 마다 찾아오는 공황상태의 은유이기도 하다.
「Gold pig」는 세라믹으로 돼지의 형상을 만든 후 그 표면에 도금을 하고 이를 일정한 배열로 바닥에 놓았다. 황금색으로 번쩍거리는 돼지는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에서도 복과 금전적 행운 등을 상징한다고 한다. 누구나 행복과 부를 추구하고 이를 간절히 소망한다. 2007년도 황금돼지해를 맞이해서 만든 그 작품은 모두가 그런 행운과 부를 이루기를 바라는 소망과 희망에서 제작되었고 이는 결국 대중들에게 그 같은 욕망을 공유하고 이를 베푼다는 관점에서 기능한다. 그러나 그것은 사실 헛된 욕망이거나 허황된 탐욕일 수도 있고 모두가 물질적 부만을 추구하는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경고로서도 기능하는 것 같다. 동일한 맥락에서 사진과 풍선을 결합한 「childhood」란 작품은 꿈과 소망을 뜻하는 풍선과 어린아이의 사진을 충돌시켜 한 문맥 안에 위치시킨다. 어린아이는 풍선을 갖고 놀고 뜻하지 않게 터지거나 황망히 날아가 버린다. 혹 우리가 꿈꾸는 소망과 행복 역시 저처럼 위약하고 허망한 것은 아닐까하는 단상이 스며들어있다.
「super sale」 은 세일을 행운으로 기다리는 인생의 단면이 스며들어있다. 세일기간이 되면 거기에 매여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적 삶을 풍자한 것이다. 또한 돌이켜 보면 우리네 인생도 어느 순간 세일을 해야 할 때가 올 수 도 있다는 것이다. ● 현실인식이 좀 더 첨예하게 부딪치는 작품으로는 「Dead of a Farmer」란 작품이 있다. 한국 농민들이 농산물 수입개방에 따라 자살과 죽음으로 치달아가는 상황을 풍자한 이 작품은 새끼줄을 원형으로 감고 이를 다시 네 곳에서 각각 묶어놓은 작품이다. 자살이란 상황극을 보여주는 장면연출이자 생명을 상징하는 원형과 농부들의 삶을 대신하는 새끼줄의 사용이다. ● 작가의 작업은 근자에 올수록 주어진 한국적 현실의 여러 병리현상이나 모순에 대한 개념성 짙은 작업을 선보인다. 독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다시 한국에 와서 보고 느끼는 것은 모종의 경계에 선 자의 시선일 것이다. 그에 따라 문화적 차이와 이질감을 더욱 많이 느끼고 변화가 심한 이곳의 상황과 독일의 상황이 대비된 것이다. 삶의 질이 간과되고 외형적 성장이나 헛된 욕망이 더욱 부침하는 이곳의 상황이 안타깝기도 할 것이다. 그는 우리 현실을 우리들보다 훨씬 더 많이, 예민하게 감지할 것이다. 이렇듯 작가의 작업은 자신에 대해, 작업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공동체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그것을 작업으로 진솔하게 표명하는 선상에서 풀려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물의 파장처럼 퍼져 나갈 것이다. ■ 박영택
삶의 새로운 기차를 옮겨 탔다. 7년의 독일 유학생활, 순간 순간마다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에 대해, 작업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 삶에 대해서... ● 지금 우리는 "신자본주의"라는 기차에 올라 마냥 달리고 있다. 물질주의의 유혹에 마냥 취해서... 그 기차에서 내려 휴식을 취하기 위해 내리고 싶은 충동이 많다. 시대를 사는 운명이기에 뛰어 내릴 수도 없는 일이다. 기차 안을 구석구석 훔쳐보며 이런 사회가 빚어내는 현상들을 평범한 주제를 걸어두고 그 속에 감춰진 진실들을 소통하고 싶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모르고 달리는 기차를 멈추게 하고 싶은 충동은 자주 찾아온다. 흘려 버려진 동행하지 않은 진정한 문화, 예술, 철학이 발 맞추어 걸어가는 사회를 꿈꾼다. 그런 행복한 삶을 언제나 소망한다. ■ 박한승희
Vol.20080418h | 박한승희展 / PARKHANSEUNGHEE / 朴韓承熙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