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섬 Isle in a City

정수진展 / JEONGSUJIN / 鄭隋珍 / painting   2008_0416 ▶ 2008_0422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84×103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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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훈갤러리 KWANHOON gallery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11(관훈동 195번지) 본관 1층 Tel. +82.(0)2.733.6469 www.kwanhoongallery.com

질주하는 자동차는 도시의 속도감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 속도에 때로는 매몰되기도 하고, 때로는 불안해하며 적응해 나간다. 내가 그리는 것은 자동차가 질주하는 도로, 그 도로위에 놓여 있는 중앙분리대나 안전지대 그리고 도로를 가로질러 건너기 위해 잠시 동안 머무는 삼각지이다. 도로 위의 그 공간들은 도시의 속도에 동참하지 않는 고요한 공간이다. 도시의 속도는 타인보다 빨리 가기 위한 경쟁의 속도이며,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욕망이 분출되는 소비의 속도이다. 질주하는 자동차가 도시의 속도라면, 도로 위 고요의 공간은 경쟁과 소비의 욕망에 함몰되지 않는 성찰의 공간이다. 나는 그곳을 '도시의 섬'이라고 부른다. 그 곳은 도시의 빠른 속도와는 무관한 정지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섬'은 도시의 속도에 함몰된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공간이다. ● 내 그림은 도시 사람들에게 '너무 빠른 속도의 삶을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로인해 소중한 어떤 것을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빠른 속도의 삶이 힘겹지 않은지'등의 말을 건넨다. 우리는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삶의 속도 또한 다르지 않을까... ■ 정수진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116.5×90.8cm_2008

도시의 섬 ● 매체를 떠나 도시를 정의하기 위한 몸부림은 처절하다. 그러나 그들의 몸부림은 마치 일방통행로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속도감 가득한 도시, 그곳에 우뚝 솟아 있는 건물들이 뿜어내는 시각적 판타지, 그리고 낭만적 기운을 물씬 풍기는 도시의 후미진 곳의 시각화는 그것을 긍정하건 부정하건 시각적 조형물로서 시선을 잡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그것을 형상화하는 방식의 천편일률성은 그들이 도시가 지니고 있는 의미의 표면적 층위만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도시는 우리 삶과 동행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에 따라 전국토가 도시화 되었고, 이제 우리는 도시와 떨어진 삶을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었다. 우리는 도시와 쉽고 편하게 대면하기 때문에 도시를 식상한 어휘들로 정의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도시와 우리의 삶을 분리할 수 없다는 사실은 오히려 그것의 심층으로 들어가 그곳에서 삶의 의미를 낱낱이 찾아 표출시켜야함을 의미한다.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143×174.5cm_2008

부재의 영역에 대한 형상화 ● 정수진의 작업 역시 도시를 규정하는 일반적 어휘들을 사용하고 있다. 속도를, 도시의 욕망을, 그리고 그곳에서 느낄 수 있는 소외를 말이다. 새로울 것 없는 기존의 어휘들에 충실한 것으로 보이는 작업에 시선이 가는 것은 그것들이 '부재의 영역'에 정적(靜寂)으로 배치(配置)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재의 영역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정수진은 이곳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된다. 정수진이 하고 있는 작업의 의의는 이 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121.5×106.5cm_2008

먼저 그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은 도시 자체가 아니라 '도시의 섬'이라는 사실에 주목해보자. 그것은 개별적 욕망이 촘촘히 뻗어가고 있는 도시에 놓인 욕망 부재의 공간이다. 그곳이 도시의 일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곳은 도시를 반추(反芻)하게하는 공간이다. (그곳은 일반적으로 규정되는 도시의 의미망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대부분의 그림에서 도시의 섬은 화면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고 극히 일부분만을 차지하고 있다. 그것도 화면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로 내몰려 있다. 보일 듯 말듯, 존재하나 인식하지 못했던 공간, 그곳이 도시의 섬이다. 당연지사 도시의 섬 주변부는 거대한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섬의 주변부가 화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단지 어렴풋하게만 도시의 (특성을 나타내는)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다. 그의 그림에서 공통적으로 제시되고 있는 자동차의 궤적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것은 분명 도시의 빠른 속도를 상징화한 것이다. 그러나 화면에 보일 듯 말 듯, 어렴풋한 톤으로 자리 잡은 도시의 속도는 빠른 역동성의 실체라기보다는 속도의 무상함을 확인시켜주는 기제로 작동한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도시의 섬'이 어떻게 형상화 되어있는가? 이다.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118×86cm_2008

화면에서 극히 일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심지어 단순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도시의 섬은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곳은 도시의 문맥에서 벗어나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도시의 문맥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도시의 섬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나무나 잔디와 같은 자연물이다. 이것은 마치 도시의 문맥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들은 여전히 도시의 문맥에 놓여 있다. 도시의 섬에는 자연물과 더불어 교통 표지판이 놓여 있다. 교통표지판은 도시의 섬 밖의 속도를 통제하거나 지시한다. 그러기에 도시의 섬은 여전히 도시의 영역에 놓여 있는 것이다. 이것은 화면 전체를 관통하는 색에서도 나타난다. 정수진의 이번 작업은 크게 단색조와 강렬한 색을 가진 두 작업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부분적으로 봤을 때이다. 두 작업의 전체적인 색을 고려한다면 그것은 희뿌연 스모그가 가득한 모습에 가깝다. ● 어떤 이는 작품의 식상한 주제에 질려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작가들이 도시의 표피만을 건드리고 있는 시점에서 정수진이 제시한 도시를 통한 도시의 반추는 주지할 만하다. 그렇다고 정수진이 앞에서 지적한 "삶의 의미를 낱낱이 찾아 표출시켜야함" 까지 나아갔다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앞으로 그에게 남은 과제이다. ■ 이대범

정수진_도시의 섬_장지에 채색_54.5×63.5cm_2008

Isle in a City ● The attempt to define a city by any medium is so afflicting. This suffering seems to run through a one-way street. The visualization of a changing city day by day, a visual fantasy from lofty buildings, a romantic deep spot of a city ― that is, like it or not, enough to fascinate us as the visual formative arts. However, our shaping of city has been monotonous, and proves that we merely remained its external features of meaning. City keeps in step with our lives. Rapid industrialization urbanized all regions, and now it's totally impossible to think of our lives away from city. We could easily define a city with banal descriptions because we face it so easy, but that's not enough. We cannot separate city from our lives; we must dig into, to unveil the meaning of life.

Shaping of the Realm of Absence ● Jeong's works define a city in general terms like speed, desire, and alienation that we feel there. They draw our eyes, although appearing conventional, for being disposed in the realm of absence silently. Now it comes to this; what is the realm of absence?; how does Jeong express it? We can find the meaning of her works, answering to the two questions. ● Jeong does not explore a city itself, but the isle in a city. It is the space of desire-absence in city which gushing individual desire. That is, of course, a part of city. But that reflects a city. That is away from the meaning net which we commonly defined. The isle of city in Jeong's works mostly takes a small part, even at the edge of the canvas/screen. The space, Visible or not, being but not known ― that's the isle in a city. The margin of a city takes the enormous realm, but one notable point is that we find nothing of details. We can find only the indistinct trace of city: the trace of automobile that seems to have gone past by sometime, which commonly suggested in her works. The trace evidently symbolizes the rapid tempo of a city. The tempo puts down sitting down indistinctly works as a mechanism to show the uncertainty of tempo rather than the substance of rapid dynamism. If so, the point is how isle in a city is shaped/formed. ● The isle in a city has a complex structure, though taking just a small part of a canvas/screen and appearing simple. It looks deviating from the context of a city, but also has the double structure to follow it entirely. What takes the most of the isle in a city is a natural object such as trees or grass. It seems against the context of a city, but still is in the same context. There placed a traffic sign along with a natural object in the isle in a city. That controls or indicates the tempo of the isle in a city, so the isle in a city is still in the realm of city. We can see it also from colors. Jeong's works consist of two works having a single color and a glowing color, but that's when we see partly. If considering the overall color, they resemble a full of grey smog. ● At a glimpse, Jeong's works appear banal and stereotypic. However, while many artists still deal with the surface of a city, the reflection of a city through the Jeong's city is noticeable. It does not mean that Jeong proceeds to the level which reveals the meaning of life one by one. This is a task up to her. ■ LEEDAEBUM

Vol.20080416e | 정수진展 / JEONGSUJIN / 鄭隋珍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