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8_0410_목요일_05:00pm
빛갤러리_이전 VIT GALLERY_moved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84 (소격동 76번지) 인곡빌딩 B1 Tel. +82.(0)2.720.2250 vitgallery.modoo.at @vitgallery
회화(繪畵)는 고대 舜 임금 때 제도상의 옷의 색과 문양에서 비롯되었고, 고대의 그림(畵)의 기원은 '그 형태를 보기위해서(見其形)'였다. 동양화는 감각적으로는 색과 문양, 형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했을 것이고, 각각 감각적, 이성적, 두 방향으로 발달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역사가 진행되면서 인물화에서 산수화 ? 화조화로 발달하였고, 시간이 가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상징이나 인식의 내용이 추가되었다.
인간 ? 그릇 - 개방적 공간, 마음 ● 매체에 관심이 많던 박지은의 요 몇 년의 관심은 이전의 우연적인 이미지에서 내용을 의미화시키는 작업에서 자신이 보고 느낀 인간 -그 중에서도 젊은 여성이 본 인간 - 이라는 주제를 그릇의 다양한 형태와 질(質)로 계량하여 칠화의 현대화된 기법을 통해 우리 주변에 놓으면서 인간과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즉 기술적인 면은 전통칠기 기법의 현대화요, 생각이나 이미지는 현대적이다.
그림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시대를 반영하므로, 그림마다 등장하는 그릇은 바로 이 시대의 우리이다. 박지은은 "나의 작업에서 주로 나타나는 그릇은 인간을 대신한다... 소위 그릇이 크다, 인간성 ? 지혜 등의 가득 찬 정도를 비유하고 있다. 제목이「Human Performance-Open」이지만, 이는 나에게는 세상을 열고 마음을 열고...등등의 무언가를 여는 상징적인 행위이다."라고 말한다. 그녀의 그릇은 일상적인 밥그릇에서 시작하여, 뒤주, 꽃병, 서가 등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대상, 즉 매일 먹으면서도 의미를 생각하지 않았던 밥, 밥 그릇, 어머니, 어머니가 가꾸는 꽃, 화초, 그 냄새, 꽃을 주고 받으면서 느끼는 마음, 서가(書架), 책읽기, 그 아름다움과 정돈됨, 그 세계, 그 인간 등으로 확대되면서 그녀의 작품제목 「Open」이 보여주듯이, 고금과 밖으로 사고(思考)의 시계를 확대하고 있고, 그 고리는 문고리나 창(窓), 담 등이 되고 있다. 동양화에서의 개방개념처럼, 그 모티프의 차단되어 있는 것 같으나 밖으로 연결된 이중적 의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여성이기에 아마도 매일 다루는 그릇이나 주변에 익숙하고, 또 동양화의 제작특성상 그녀 주위의 다양한 안료그릇 등에서 촉발된 그릇이 소재로 채택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릇은 정해진 장소가 없이 어디에나 놓일 수 있고, 그 장소에 따라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간에게는 외부로 보이는 인간이 있고 내적인 '내'가 있다. 그릇은 내적인 '나'요, 그 배경은 외적인, 살고 있고, 앞으로 살아야할 '나'일 것이다.
색과 빛의 조화, 시간과 기획의 작품 - 칠화(漆畵) ● 세계미술계와 비교해 보면, 우리는 역사적으로 많은 우수한 작품을 갖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칠기일 것이다. 그러나 칠은 고가인데, 중복해서 칠해야하고, 희귀하기에 목칠(木漆)이 개발되었고, 한국에서는 나전이 추가된 나전칠기가 개발되었으니, 대단한 발명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므로 칠기수요의 급증은 한(漢)라의 멸망원이 되기도 했지만, 그 칠기는 아직도 그 아름다움을 갖고 그 오랜 내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칠화는 칠하고 말리는 즉 쌓는(積), 시간과의 싸움의 결과 최상의 가볍고도 아름다운 광택의 예술이 가능해지고, 또 갖가지 재료들의 화합해야(和) 하는 기술의 산물이기도 하다. 마치 쉬울 수도 있고, 어려우면 한없이 어려울 수 도 있는 인간세상을 보는 듯하다. 재료의 특성상 동양화의 최대 강점인 선내지 선의 속도나 무게를 살릴 수는 없지만, 농색(濃色)을 담색(淡色)을 축적하여 그 깊이를 표현하는 적묵(積墨)기법과의 유사성 때문에 동양화 작가가 접근하기가 쉽고, 옷칠과 건조의 반복에서 인내와 기획,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어려움이 있으나, 작가의 많은 경험과 그것에서 오는 끊임없는 공력(工力)의 필요는 동양에서의 예술의 목표인 수양을 통한 道의 접근도 가능하게 한다. 그런데 그 기법은 먹과는 다른 고풍스러우면서도 중후감을 낼 수 있고, 아름다운 빛(光)과 광택을 내어 인간의 영원에 대한 갈망과 장엄의 동시 표현이 가능하며, 나무 화판에, 또는 그 위에 삼베나 모시를 붙이고 금사(金絲), 은사(銀絲), 갖가지 보옥, 영롱한 나전의 상감으로 인한 장식성이 추가되면서 그 매체간의 조화(和)가 그 특장(特長)이 될 수 있다. 더욱이 가볍고 방수성, 내구성이 강하며, 다양한 재료의 빛나는 색과 부려(富麗)함, 그리고 생사(生死)를 나타내는 붉은 색 칠(赤漆)과 검은 색 칠(黑漆)의 현실과 격리된 듯한 특이한 느낌 등은, 중국은 한(漢)나라부터, 우리는 고려시대부터 애장(愛藏)되게 했다. 그러므로 칠화는 시간에 따른 기획의 부담은 있으나 정신, 표현, 구도 등 축적된 칠기 전통과 시간상 이러한 여러 재료의 어우러짐 등의 장점때문에 전통적인 동양화의 한지그림에서 오는 단조로움을 극복하고 이 시대 미술을 풍요롭게 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박지은의 작품에서도 여성특유의 감각으로 나타나지만, 앞으로 각고의 노력의 지속이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그녀는 동양화작가이므로 선에 대한 애착을 갖고 있고, 그것은 나전을 오린 윤곽선에서, 또 마치 고구려벽화에서 천녀(天女)의 산화(散花)의식처럼 점점이 흩어진 나전의 선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양자는 다르다. 앞으로 전통적인 界畵의 도입이나 선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면, 동양화가 왜 선을 강조하는지, 선조들의 그 정신의 구극점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통과 현대화, 꽃 -구름, 환상 ● 그녀의 칠화에는 전통기법 외에 전통문양, 꽃 등이 차용되고 있어, 그 모티프가 고금(古今)의 이중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양화에서 공자의 '회사후소(繪事後素)'에서의 바탕(素)에 대한 탐색은 동양화 작가가 자칫하면 놓칠 수 있는 점이므로 유념해야 할 사항이다. 동양화의 바탕은 항상 '자기'를 강조하는데, 이 여백의 공간은 동양화의 하나의 중요한 특성이다. 칠화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노력이 전통의 이해 내지 한국인의 한국성의 재발견의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런데 그녀의 그릇에는 나전 그림자가 동반되고 있다. 그것은 작품에 많이 등장하는 꽃 모티프의 하나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림자 같기도 하면서, 혹은 꽃잎 모티프로 공중을 부유하기도 하고 꽃 나뭇가지의 꽃잎이 되기도 한다. 꽃잎은 가변성을 가지고 우리를 환상으로 유도하는 매체가 되고, 창(窓)이나 구름은 우리로 하여금 거리를 두고 작품을 보게 하면서 우리의 현실을 생각하게 하는 모티프이다. 그러나 동양화는 사실(寫實)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꽃은 무슨 꽃인지 정확해야한다. 그런 의미에서 형과 의미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꽃에 대한 상징의미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서정성 ● 박지은의 작품은 옷칠을 주로 하기 때문에 장식성이 높으면서도 한국인에게 독특한 서정성이 높다. 표현=직관론을 주장하는 베네데토 크로체(1866-1952)가 말하듯이, 진정한 예술작품은 예술가의 정신 속에 있고, 모든 예술은 정서의 표현이며, 직관에 일관성과 통일성을 부여하는 것은 감정이다.??그녀 그림의 모티프나 감정은 한국인, 나아가 한국여인의 공통된 감정에 기초하고 있어, 그 감정이 작품에 일관된 통일성을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보편화되고 思考는 깊어져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앞으로, 중국인이 말하듯이, '만리를 여행하고 만권의 책을 읽으면서(行萬里, 讀萬卷書)'기량과 인식 면에서 계속 높이, 깊이가 쌓여야 할 것이다. ■ 김기주
Vol.20080410c | 박지은展 / PARKJIEUN / 朴志恩 / painting.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