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boat in a storm 폭풍 속의 배

윤영화展 / YOONYOUNGHWA / 尹永華 / photography   2008_0404 ▶ 2008_0427

윤영화_A Boat_배_사진에 디아섹_07a1_2007

초대일시 / 2008_0404_금요일_06:00pm

갤러리 세줄 GALLERY SEJUL 서울 종로구 평창30길 40 Tel. +82.(0)2.391.9171 www.sejul.com

경계 / The Boundaries ● 윤영화는 대상의 외형을 담아내는 재현의 도구인 카메라를 사용하여 형상 너머의 것을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업에서 거친 붓질과 같은 회화적 표현은 실상 왜곡된 형태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으로, 윤영화의 카메라에 포착된 사물의 모습은 원형을 알 수 없는, 빛의 붓질로 생성된 색면으로 기록된다. 기존의 '포토 페인팅 Photo-painting' 연작에서부터 실재와 가상의 경계를 이야기하기 위해 작가가 사용한 방식은 이런 회화적 표현과 시각적 효과를 배가시키는 철망이었다.

윤영화_An Isle_섬_사진에 디아섹_07a1_2007

흔들리는 카메라는 고정된 시점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존재의 빛을 담아낸다. 카메라는 자율적인 기관으로 기능하며 우리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는 것들을 추상한다. 기존의 '포토 페인팅' 연작들이 흔들리는 카메라에 포착된 다채로운 색면들로 채워진 작업이었다면, 2007년의 신작 「배」, 「섬」은 과도한 노출로 색감과 형태가 왜곡되어 단출한 구성을 가진 평면적인 외양을 띤다. 여기서 보여지는 것은 빛의 운동감으로 나타나던 존재의 역동적인 표현과는 다른, 무심한 듯 던져진 이방인과 같은 태도다. 대상으로부터 감상자를 분리시키는 또 다른 도구인 철망은 존재의 의미와 이미지의 경계에 천착하는 작가의 질문, 그 자체로 보인다. 물질의 눈을 통해 대상에 투명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작가는 오히려 의도된 기법으로 대상의 외형을 지워버리거나 왜곡시키며, 그 위에 얹힌 철망은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에 선 인간을 도리어 움직이지 못하도록 가두어 버린다.

윤영화_Grid-A Boat_그리드-배_wire net on photograph_2007

작가의 태도는 단호하다. 그는 가두어져 있는 몸뚱이를 통해 형이상학적 반항을 꾀한다. 그가 경계에 대한 질문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이 곳과 저 곳의 좀 더 단련된 내밀한 만남, 궁극적 합일이다. ● 철망에 의해 가로막힌 경계를 방문하는 것은 그리 유쾌한 체험은 아니다. 생경한 이미지와 차갑고 낯선 철망, 그 곳에서 바라보게 되는,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 때문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철망에서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이제 경계는 명상을 위한 하나의 세계가 된다. 빛으로 표현하는 그의 회화는 우리에게 존재에 대한 질문과 명상의 장소를 제공해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 갤러리 세줄

윤영화_Grid-Storm_그리드-폭풍우_사진에 와이어넷_07m1_2007
윤영화_Grid-Storm_그리드-폭풍우_사진에 와이어넷_07m3_2007

'그리드(Grid)'는 물질을 정신으로, 순간을 영원으로 여과시키는 통로로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의 경계에 존재한다. 그것은 또한 내면으로의 만남, 절대자와의 조우(遭遇), 그리고 관계의 우주적 회복인 동시에 모순된 것의 궁극적 합일의 장소이다. 나의 관심은 단지, 카메라가 대상의 객관적 이미지를 가감 없이 재현하는 사진의 차가운 속성과, 자아의 뜨거운 표현으로서의 회화가 각자 100퍼센트 순수한 그 스스로의 모습을 유지하고서도 서로가 얼마나 동등하게, 얼마나 투명하게 만날 수 있느냐에 있다. ■ 윤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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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화_Grid-Storm_그리드-폭풍우_사진에 와이어넷_07s5_2007

피사체와 카메라는 대상과 매체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매체적 속성이 대상(피사체)에 더 많은 언어를 덮씌울 수 있다는 때문에 카메라는 단순 매체가 아니라 하나의 어법으로 보인다. 윤영화의 카메라는 묘사의 기능이나 기록으로서, 기능으로서 포착된 대상 이해를 넘어서 중얼거림, 비껴남, 흔들림 따위의 어눌함으로 더 많은 이야기를 생성하고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매체가 만든 이미지에 익숙한 우리의 시대에 그는 그것들 이용하면서 건조한 시선으로 잡힌 피사체가 아니라 피사체 너머에 있는 것들을 이미지로 사유하려 한다. 때로 그의 작품을 보면서 질 들뢰즈를 떠올리는 것도 이런 특징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들은 이념이 아니라 이미지로 사고하기라는 영역을 보여준다. ■ 강선학

Vol.20080404a | 윤영화展 / YOONYOUNGHWA / 尹永華 / photography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