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8_0318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8: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라이트박스_LIGHTBOX GALLERY 서울 마포구 상수동 93-29번지 B1 Tel. +82.2.6408.8011 www.light-box.kr
꽃샘추위 사이로 조금씩 봄이 찾아드는 3월을 맞이하여, 갤러리 라이트박스에서도 계절을 느낄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였다. 이른 봄, 지상의 목련 나무들은 봄볕을 받으며 고고한 꽃송이를 피워냈다가 떨어뜨릴 것이다. 같은 시기에 햇볕이 들지 않는 어두운 지하 공간에서도 목련 나무 한 그루가 아름답게 피어있을 것이다.
국민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젊은 작가 임광혁은 한 그루의 목련 나무를 갤러리의 전시 공간 안으로 들여왔다. 겉모습은 익숙하게 보아온 목련나무와 매우 흡사하지만, 사실 나무는 철조 구조물이며, 꽃잎은 무발포 우레탄과 자석으로 만들어져 있다. 겉모습에서 느낄 수 있는 은은하고 감성적인 정취에 비하여, 작품이 제작되어 조립되고, 또 해체되는 과정은 매우 공학적인 면모를 띈다. 그런 이중적인 성격 때문에 이 목련나무는 단순한 재현물이 아닌 더욱 흥미로운 작업으로 읽어낼 수가 있다.
이번 전시의 제목이며 동시에 작품의 제목이기도 한 Magnolia Lymos 는 식물의 학명과 비슷한 어감을 주도록 지어낸 고유명사이다. 최근 미술계에서는 유사과학적인 성향의 작업들이 소개 되어왔고, 작품 제목을 학명과 비슷하게 짓는 경우도 있었다. 임광혁의 경우에는 동식물의 학명에 발견자의 이름을 덧붙이는 경우처럼, 자신의 성씨는 Lym을 응용하였다. 학명이 Magnolia 로 시작되는 목련과의 식물 내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작가는 특히 Magnolia kobus 로 불리는 꽃을 참조하였다고 한다. 식물도감을 보면 이 목련은 흰 색이며,한 송이에 6~9개의 꽃잎을 지니고 있다고 되어 있다. 작가가 만들어낸 Magnolia Lymos 의 경우에는 7개의 꽃잎으로 구성되어 있다. 꽃받침에 가까운 쪽에 4장, 꽃술에 가까운 부분에 3장인데, 각기 연결부에는 극자석과 중간극 자석이 들어있어서 서로의 자력을 통하여 꽃잎의 위치를 잡게 된다. 꽃잎들을 기계적으로 고정시켜놓은 경우와 달리, Magnolia Lymos 의 꽃잎들은 자력의 범위 내에서 조금씩 움직여질 수 있다. 따라서 수십 송이의 꽃들은 한 틀에서 찍어낸 듯이 기계적인 반복 형상이기보다는 형태상의 미세한 차이들을 지닐 수 있다.
작가는 하나의 완성된 형태로서의 조각보다는 분해와 재조립의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Magnolia Lymos 는 작가의 의도나 공간의 상황에 따라서 가변적으로 설치할 수 있다. 즉 어느 장소에서나 똑같은 의미를 지니는 완결된 작품이 아니라, 장소 자체와 연관되는 확장된 의미의 설치 작업이다. 또한 일정한 시공간 내에서 철제 구조물을 세워서 나무를 만들고, 꽃들을 하나씩 조립하여 붙여가는 과정과 그것을 다시 해체하여 원래의 빈 공간으로 되돌려놓는 과정 자체를 작업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업이 설치되어 있는 시간 내에서 관객들이 참여하여 꽃들을 붙이거나 떼어내고, 위치를 뒤바꿔서 설치물의 형상을 크게 변화시킬 수 있는 상호작용적인 면모도 지니고 있다.
Magnolia Lymos, 그저 지긋하게 바라볼 때에 서정적인 낭만이 있고, 요목조목 알고 보면 또 다른 재미를 갖추고 있는 매력적인 작업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작가는 왜 하필 목련 나무를 만들었을까? 단순하게는 목련꽃의 고고한 자태가 최상의 아름다움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예술가가 어떠한 자연물을 모방할 때에는, 기왕이면 극에 달한 아름다움을 불멸의 것으로 영원히 지속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을 거라고 짐작해보았다. 그러나 임광혁은 마치 하얀 꽃 때문에 생겨난 어두운 그림자와 같은 대답을 들려준다. 목련은 피어있을 때에 가장 아름다운 꽃인만큼, 질 때에는 가장 추한 꽃이다. 그는 동전의 양면처럼 존재하는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사색한다.
화이트큐브에 가까운 무색무취의 공간에 한 그루의 목련나무를 세우고 조명을 잡아놓고 보면, 마치 연극이 상영될 무대 공간을 보는 듯도 하다. 푸른 봄 하늘을 배경으로 목련을 올려다보는 일도 좋지만, 갤러리의 조명을 받으며 하얀 벽 위에 은은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목련 나무 아래 서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Magnolia Lymos, 제법 특별한 그 목련나무를 찾아온 당신은 스스로 어떤 분위기의 연극을 연출할지도 궁금해진다. ■ 갤러리 라이트박스
● 라이트박스 갤러리에서는 전시 기간 중 전시장 내부에서 개인적 용도의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직접 방문하셔서 작품을 느껴보시고, 카메라에 담아 가셔도 좋습니다. ● 3월 12일부터 30일 사이, 코엑스 아쿠아리움 갤러리에서도 소형의 Magnolia Lymos 작품들을 보실 수 있습니다.
Vol.20080327c | 임광혁展 / LYMKWANGHYUK / 林光赫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