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전의 꽃 : 봄을 품다.

장우성展 / CHANGWOOSOUNG / 張遇聖 / painting   2008_0307 ▶ 2008_0504 / 월요일,명절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명절 휴관

이천시립월전미술관 WOLJEON MUSEUM OF ART ICHEON 경기도 이천시 엑스포길 48(관고동 378번지) Tel. +82.31.637.0032~3 www.iwoljeon.org

회화에서의 근대성이란 바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때 자신의 고유 감성으로 그리고자 하는 대상을 맑고 정갈하게 표현한 이가 월전 장우성(1912-2005)이다. 월전은 밝은 색 그대로의 맑음을 중시하여 사물의 정감을 순수하게 나타내었을 뿐만 아니라 간결한 선묘와 공간처리로 군더더기 없는 시선의 명쾌함과 공간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장우성_수선_종이에 채색_36×44cm_1990

금번에 선보이는 월전의 봄꽃 그림은 그 맑음과 우아한 깊이가 화면 가득 잘 드러난 작품들로 봄의 정기를 머금은 생기있는 기운을 전하고 있다. 홍매(1956), 진달래(1967), 자목련, 천도, 수선(1999), 파초, 두루미 등이 서로 다른 필법과 구도, 채색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는데 소위 신문인화적 감각이 잘 표현된 작품들이다.

장우성_창포화_菖蒲花_종이에 채색_31.5×40.5cm_1980

전통화에서 발견되는 수묵을 위주로 한 용필법과 용묵법을 재발견하고 문인화정신을 계승하여 현대성을 가미하고자 한 신문인화는 청말 민국초의 해상파 화가인 오창석을 재발견하여 현대화로 나아가는 지침을 삼았다. 신문인화는 필획이나 색채의 사용에서 자유로운 작가의 감성이 본격적으로 들어가게 되고 전각의 장법에서 얻어진 전면구도의 사용등 현대회화적 변용이 가능해졌다. 오창석과 월전의 회화에서의 차이점은 오창석은 채색을 하는데 있어 먹이나 채도가 낮은 색을 혼합하여 중후한 분위기가 나는데 반해 월전은 순도가 높고 맑은 색채를 사용한다는 데 있다. 또한 현실적 소재와 시의적절한 화제, 간결한 선의 구사 등은 월전이 현대화를 위해 추구한 부분이다.

장우성_홍매_紅梅_종이에 채색_67×90cm_1966

우선 매화 그림의 화제를 보면 "새빨간 꽃은 붉은 노을 같고(花明晩霞烘) 꼬장한 줄기는 쇠기둥 같다(幹老生鐵鑄) 추위에도 변하지 않는 절개를 함께 가진(歲寒有同心), 동쪽 산비탈에 적송이 서있다(東山赤松樹)" 고 명기되어 있으면서 병신년(1956) 7월 보름에 무더위가 불꽃을 발하듯 해 다 그리고나자 등이 땀에 흠씬 젖었다고 적고 있다. 칠월의 폭염속에 한매의 절조를 그린 것은 초월한 시간과 공간 속에 화가의 정신이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우측 하단에 강건한 매화줄기를 수직으로 솟게 하고 후면에 담채로 매화가지를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상단에 휘어지고 감싸안은 듯한 매화를 그림으로써 빈 여백을 분할하여 경중과 소밀의 미감을 창출하였고 홍매의 태점으로 강약을 가미하였다. 소위 전법에서 말하는 허실이 상생하고 소밀이 일치한다는 이치와 같은 것이다. 매화를 전면구도로 하는 이 작품에서 월전은 전통화법과 전법의 공간구성과 긴장을 유지하면서 직선적 선묘와 구성의 묘미를 살려 현대화된 감각을 실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좀더 자유로운 홍매(1966)가 등장하는데 나뭇가지의 구성을 위해 선의 골격을 변화있게 하고 포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구사한다. 「홍매(紅梅) 1966」의 화제를 보면 '전서와 예서의 필법으로 그렸다(以篆隸法寫之)'고 되어 있는데, 매화가지를 그릴 때 기운을 살리기 위해 서예의 필법으로 가다듬은 흔적임을 알 수 있다. 흘러넘치는 줄기는 다시 꺽여 반월형의 구도를 만들었다. 대각선과 반월형의 구도를 절묘하게 조화시켜 마치 달이 비친 공간구성을 연상하게 한다. 줄기의 흐름과 함께 한 화제 병기 또한 화면의 묘미를 만끽하게 한다.

장우성_진달래_杜鵑花_종이에 채색_67×83cm_1967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 봄을 알린다는 진달래(1967)는 그 은은한 고운 색조가 봄과 잘 어울린다. 화제를 보면 봄바람 가랑비 삼천리에(東風細雨三千里) 시내버들 들꽃이 다투어 피네(溪柳野花爭善開) 두견새 피토하며 가지에서 울면(異禽啼血上春樹) 고운 꽃물결 온 산을 뒤덮네(紅潮娟娟遍山來)고 되어 있다. 가지에 흐드러진 진달래를 통한 애상이 고운 시의 향기와 함께 선연한 색채가 농담으로 그려져 있고 담묵으로 그은 나뭇가지와 연홍빛 채색이 우아하게 표현되어 있다. 또한 천도(연도미상)는 그 절지와 구도표현이 기발하고 색채가 화사한 감각을 유지하고 있 는데 위로 솟구처 오르는 상단에 녹청이 선명한 천도가 있고 아래로 한 가지가 기이한 굴절을 이루며 천도를 머금고 있다 공간의 상승감과 허실의 균형을 배려한 감각구성이 놀랍다. 자목련(연도미상)은 봄의 향기를 짙게 머금은 감각적인 색감으로 반개(半開)한 꽃망울이 봄의 정취를 다툰다.

장우성_자목련_紫木蓮_종이에 채색_129×33cm_연도미상

월전의 봄 그림은 청신한 감각과 군더더기 없는 필치로 사물의 정감을 순수하게 표현하였을 뿐만 아니라 감각적인 채색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그 맑음과 우아한 깊이가 화면 가득한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월전은 현실에 입각한 간결한 선묘와 담채에 의한 공간처리로 동양화의 조형과 감각을 현대적으로 전개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금번 전시는 재단이 소장한 비공개 작품 중에서 문인화의 감각과 내용을 구체화하는 형식실험의 단면을 발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월전과 월전 작품에 대한 이해의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근대의 상처와 교훈을 바탕으로 전통을 유지하면서 고유의 색감과 형태를 현대적 화면으로 변용하기까지 화가의 내적 고투(苦鬪)속에 정제된 화면이 존재하게 되었음을 작품속에서 확인하게 된다. ■ 류철하

Vol.20080307f | 장우성展 / CHANGWOOSOUNG / 張遇聖 / painting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