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8_0226_화요일_06:00pm
관람시간 / 화~금요일_11:00am~06:00pm / 주말_11:00am~06:30pm
갤러리 영_GALLERY YOUNG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0번지 1층 Tel. +82.2.720.3939 blog.naver.com/7203939
바다의 기억을 호출하는 물질과 노동 ● 서성봉은 단조기법을 동원한 철조 작업 과정에서 자신의 심리적 본향과도 같은 제주도 바다 속을 탐색한다. 그는 자신을 길러낸 바다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의 대리표상으로 잠수함을 제시한다. 잠수함의 형상을 통해서 서성봉이 얻어내고자 한 것은 실재의 잠수함이 가진 현실적 맥락을 전시장 속으로 끌고 들어오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상징을 물질화 하는 데 있다. 그는 바닷 속을 들여다보려고 하는 소금인형과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 '바다의 깊이를 알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소금인형처럼' 그는 깊은 바다 속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을 실현하기 위해서 재료 실험이며 새로운 표현 방식 등 일련의 작업 과정과 방법론들을 동원한다. 해저를 누비는 잠수함은 그러니까 서성봉의 마음을 담은 하나의 이미지로 작동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내마음속 바다의 깊이를 알기 위해 강한 금속판을 조각조각 내 불에 달구어, 단조망치로 금속표면을 물결처럼 두드려나간다. 그런 다음 두드려진 면 안으로 오그라든 조각들을 다시 반대로 펴서 하나씩 붙여나가는 내 모습이 바다로 뛰어든 소금인형 같다."
철판을 스쳐간 불길의 기억을 담고 있는 빛깔의 향연 또한 서성봉의 물결무늬 금속 판재가 가진 매력이다. 서성봉은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검게 그을린 후, 그 조각들을 이어붙이면서 단조기법으로 물결모양을 만든다.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달구고 쪼개서 다시 이어 붙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물결모양의 조각들이 결합해 잠수함의 형상을 이룬다. 물속 공간의 비가시적인 힘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있어 잠수함이라는 실재의 강력하고 은밀한 힘은 더없이 적절한 상징으로 작동하고 있다. 무겁고 은밀한 힘의 상징인 물을 금속재료의 물성에 대비시키는 행위이다.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그을리고 두드리는 과정에서 그는 어릴 적부터 자신을 길러온 제주도 바다의 깊이를 가늠한다. 그런데,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를 굳이 단조기법으로 다스리다니! 이건 뭔가 기존의 상식과 어긋나는 일이다. 서성봉의 작업은 조각 재료에 대한 견고한 믿음을 깨는 일로부터 나왔다. 녹이 슬지 않는 반짝이는 금속, 스테인리스 스틸은 사물을 투영하는 거울과 같은 표면의 매끈한 매력 때문에 자체의 질료적 특성과 바깥을 끌어들이는 힘을 동시에 담을 수 있는 조각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서성봉 자신도 적잖은 공공미술작품들을 통해서 이미 익숙하게 녹슬지 않는 철의 매력을 십분 확인해오고 있다. 특히나 건축물미술장식품과 같이 현대도시의 세련미를 최우선의 가치로 삼아야하는 대목에서는 여지없이 반들반들한 스테인리스 스틸의 힘을 기꺼이 활용해왔다. 서성봉의 작업은 이 점을 역전시키는 발상의 전환으로부터 출발한다.
역발상의 묘미는 이 작가가 지난한 작업 과정을 거치는 동안 스테인리스 스틸 특유의 장점을 죽이면서 동시에 여느 금속에서 발견하기 힘든 독특한 감성을 찾아내는 탐미적 여정을 거친다. 그러나 서성봉의 궁극적인 좌표는 물질의 변용을 통해 심미성을 획득하는 것에 있지 않다. 4.5미터 길이의 스테인리스 스틸 잠수함. 그러나 서서봉의 잠수함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만들었다고는 하나 반짝이는 은빛의 잠수함이 아니다. 그것은 불에 그을려 마치 구리빛처럼 보이는 무거운 색채를 드러낸다. 잠수함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이미지 아니던가. 소리 없이 드러나지 않게 움직여 어느 샌가 목줄을 잡아당기는 은밀한 힘의 대명사가 잠수함 아니던가. 잠수함은 물과 공존하는 강력한 힘의 상징이다. 잠수함 물과 떨어져서 성립불가능한 물 속의 실체이다. 서성봉은 잠수함이라는 형상과 물의 형상을 합성한다. 커다란 잠수함이 소금 덩어리 위에 떠있는 장면을 통해서 그는 소금인형 내러티브를 끌어들인다. 70센티미터 정도의 소품 잠수함들은 커다란 잠수함을 변주 차원에서 보완하면서 동행한다. 3개의 스테인리스 스틸 소품들은 동일하게 물결 모양을 가진 잠수함들이다. 검은 돌로 만든 잠수함도 물결무늬를 가지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판재들을 달구었던 참나무 장작들을 썰어서 만든 목재 잠수함들 또한 변주를 이어간다. 장지 위에 드로잉들을 붙여서 버려진 표구 액자 속에 나란히 배치하는 것도 동일성 가운데 작은 차이들을 드러내고자하는 작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바다의 기억을 호출하는 서성봉의 작품은 물질과 노동의 창조적인 결합에서 나온다. 다시 한 번 간추려보자면 그는 스테인리스 스틸 표면을 달구고 두드리는 단조기법으로 마치 물 표면의 일렁거리는 느낌을 만들어냈다. 그는 물이라는 잠수함 바깥의 실재를 잠수함의 환영을 담지한 잠수함 이미지 표면에 새김으로써 안과 밖의 통합을 모색한다. 서성봉은 스테인리스 스틸 잠수함을 통해서 자신의 심상과 물질의 심상, 작품의 심상 등을 매개하고자 한다. 물이나 잠수함이라는 실재와 물결무늬가 새겨진 잠수함 이미지라는 기표, 그리고 실재와 기표의 간극을 보완하는 의미작용의 연쇄 고리 말이다. 이 대목에서 그는 소금인형을 이야기한 류시화를 불러낸다. 검은 바다를 견인하는 검은 잠수함은 검게 그을린 금속 판재 조각 하나하나를 이어 붙이는 과정에서 다시 탄생한 심리지도와도 같다. ■ 김준기
바다에 둘러쌓인 섬 제주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나에게 바다는 너무나도 친근함의 대상이다. 어린시절 부모님 몰래 (허락도 안하셨을....)바닷가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물놀이도 하고, 갯바위 위에서 몸을 말리기도 하며, 배가 고프면 성게를 잡아서 돌맹이로 반을 쪼개어 껍데기와 알맹이가 뒤섞여있는 성게알을 먹으면서도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이런 즐거움도 잠시,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어머니께서는 몽둥이로 반겨주셨다. 지금은 자식을 키우고 있는 나로써 충분히 이해가 되는 훈육이셨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자식 걱정과 보호였음을 잘 알고 있다. 그 당시 나에게 바다는 삶의 일부였던 놀이터이자 사춘기 방황하던 시절 공허함과 답답함을 시원하게 풀어주던 공간이었다. 바닷물 속의 울림은 나를 어루만져주었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소다수처럼 거품이 생겼다가 사라지는 파도소리는 답답한 내 가슴속을 시원하게 씻어 주었다. 바다는 나에게 좋은 친구이자 치유의 공간이며 나의 멘토였고 지금도 그렇다. 이처럼 나에게 바다는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을 바라보며 감성을 키워준 곳이었고, 그렇게 불완전한 성장시점에 자연의 품에서 조금씩 성숙해져 갔다. "바다의 깊이를 알기 위해 바다로 뛰어든 소금인형처럼" 내 인생의 좋은 친구이며, 멘토, 그리고 감성을 키워준 바다의 깊이를 알기 위해 바다속 공간과 깊은 바다를 유영하는 잠수함 이미지를 물의 울림(물표면, (스테인레스 스틸판에 단조기법))의 표면을 하나씩 덧붙여가면서 잠수함이미지를 만들어나간다. 내 마음속 바다의 깊이를 알기 위해 강한 금속(스테인레스 스틸)판을 조각조각 내 불에 달구어, 단조망치로 금속표면을 물결처럼 두드려나간다. 그런 다음 두드려진 면 안으로 오무려진 조각들을 다시 반대로 펴서 하나씩 붙여나가는 내 모습이 바다로 뛰어든 소금인형같다. ■ 서성봉
Vol.20080225c | 서성봉展 / SEOSUNBONG / 徐成奉 / 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