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다

환경에 몸에 맡긴 채 우연히 시선을 돌린 그 곳과의 간극만을 느끼고 기억에서 지우는 일을 반복한다. 돌아보면 항상 그곳엔 무언가가 있었지만 자세히 알아보기에 돌아본다는 행위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다만 시선을 다시 현실로 돌리기 전까지의 미세한 순간에 또 다시 불안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긴장감이 늘 거기에 있었던 것 같다.

박노진_돌아보다_캔버스에 유화_117×80cm_2007

빛의 풍요로움이 사라진, 강한 대비의 이미지들은 마치 사람의 내면의 이미지 - 꿈, 기억의 분위기 - 와 흡사하다고 생각해왔다. 어둠을 확장시키며 색과 명암의 풍부함이 사라지게 만 들어진 대상들은 스스로의 존재감 만을 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존재들을 어느 정도 직관적으로 조합하면서 작가의 느낌을 '상황'으로 재현해 본다.

박노진_보여진_캔버스에 먹, 유채_73×91cm_2007

그리고 그 각각의 상황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한 이야기 - 그것은 단지 풍요로운 세상을 사는 한 개인의 이야기하기 어려운 '긴장감'이나 '위기의식'에 관한 내용일 뿐이겠지만 - 를 통해 사람들을 가르치고 움직이게 하는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 그 이전의, 이야기化되 지 못하였던 존재들이 사람들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지 모른다. ■ 박노진

Vol.20080209a | 박노진展 / PARKNOJIN / 朴魯鎭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