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1장

KBS미디어센터갤러리 개관展   2007_1228 ▶ 2008_0116

이지빈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0.6×72.7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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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진_이지빈_박경진_황수련_오선아_안민정_곽이브_안종권

KBS미디어센터갤러리 서울 마포구 상암동 1652번지 KBS미디어센터 1층 Tel. 02_791_8495 www.kbsmedia.co.kr

'내 영혼에 함박꽃 피운 어여쁜 사랑~~♪' 화장품가게에서 귀가 떨어지게 틀어놓은 노래를 듣고는 '예쁜 사랑? 하! 여긴 현실이라고!' 혼잣말하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요새 그는 항상 이런 상태다. ● 씩씩거리며 가다 멈칫, 방금 전까지 길 가장자리에 있던 시커먼 짐꾸러미가 지금 보니 길 한가운데로 와있다. 사람은 거기에 없었다. '저절로 움직였다고? 가방이 스스로? 설마.. 차라리 실없는 몰래카메라일 확률이 높겠다. 아니 또 환상이겠지.. 요새 헛걸 보곤 하니까!'

곽이브_벽에 등을 대고 버텼다_사진_가변크기_2007
박경민_렛잇스노우_단채널 영상_00:00:51_2007
안종권_blow up_종이에 출력_94×134cm_2007

또 가짜인 줄 알고 지나가려는데 움직이기 시작했다. "씨발, 깜짝이야!" 나는 잠시 조용히 혼잣말을 하고 뒤로 물러나 그것들의 움직임을 관찰하였다. 고양이꼬리였다. 고양이가 가방 속에 더 들어가지도, 나오지도 못하고 뒷다리 하나와 꼬리만 지퍼사이로 빼낸 채 오줌을 지리고 있었다. '오줌 좆나게 싸놨네...' 그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고양이가 뒷다리마저 가방에 들어가 못나오고 바둥거리는 걸 확인하고서야 그는 자리를 떴다.

오선아_독백, 그리고 또 독백_석고_36×31cm_2007
이경진_단추_염색한 단추, 알루미늄액자_60×60cm_2007_부분

일찍 집에 갔던 그는 생선회를 보면서 누군가가 자신의 심장을 하루하루 얇게 저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도마 위에 허옇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 두툼한 회. 그 차가운 살들을 다 삼켜버리고 싶으면서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쳤다. 최근엔 매일 위기에 처해있는 기분이었다. 결국 그는 회엔 손도 대지 않고 식탁이 보이지 않는 방의 저쪽편으로 건너갔다. 그의 원룸은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다. 옆방에서는 그 벽을 뚫으려 하고 그는 그 벽을 막으려 하다 보니, 방은 대충 'ㄷ 자' 비슷한 형태로 변하게 되었다. 아니 실제로 방은 평범한 ㅁ자 그대로지만, 그는 ㄷ자로 변하고 있다고 느꼈다. 그는 건너집에서 또 밀고 들어오는 벽을 있는 힘껏 되밀며 벽에 등을 대고 버텼다.

황수련_슬픔이 있었다.밑줄_종이에 연필_54×70cm_2007

보고 있어도 인식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편집증적 소유욕, 확대해석, 신경쇠약, 극도의 비관주의.. 삼년 사이 그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손뻗칠 수도 없게 망가져 있었다. 하긴 지금와 생각해보니 사년 전인가, 술자리에서 한창 섹스 얘길 하는데, 쾌락에 관한 그의 말 전체에 무언가 슬픔이 있었다. ● 급기야 땀까지 흘리며 벽에 기대서 한껏 힘을 주고 있는 그에게 문득 티비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안민정_入夢覺 夢圖_트레싱지에 출력_270×250cm_2007

"조물주의 숨결이 불어 넣어진 무생물이 생명체로 태어나듯이 저의 손을 떠난 질료들은 스스로 삶을 사는 생명체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저분한 작업실에 머쓱하게도 말끔하게 차려입은 노화가가 자신의 그림들을 뒤로한 채 전형적인 인터뷰 포즈를 취하고 있다. '훗, 돈만 밝히는 주제에 지랄하네! 저런 것들을 이 시대의 선구자입네 방송하는 것들이나,,다 맘에 안들어! 너같은 새끼도, 사람 말려 죽이는 이 미친 매스컴도, 이 좆같은 세상도!! 전부다! 싫어!!!!!!' 머릿속으로 생각만 하면서도 실제로 악을 쓰는 듯이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격렬함을 느끼다 순간 머리부터 퍽 쓰러진다. '젠장, 빨리 일어나야 해!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해, 이 미친 방이 내 숨통을 끊어놓기 전에!! 그리고는 그럼 이제 어디 갈까? 난 어디로 가고싶은 걸까? 아..이 방 반만해도 좋으니 네모 반듯하게 생긴 제대로 된 그런 곳, 저런 역겨운 케이블 따위 안나오는, 그런 곳이 아닐까.........그래 아무렴 어때..어디든, 일단 여길 나가는 거야..' ●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질 않았고 그의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었다. ■ 박경민

Vol.20071227b | 1막1장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