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 Bytes

2007_1218 ▶ 2007_1229 / 일,공휴일 휴관

문자-시_함성호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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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8_화요일_05:00pm

기획_김현호 디자이너_이정혜

시인_강정_김민정_김소연_김완수_김태동_서정학_성기완_성윤석_송승환_심보선_안현미 연왕모_윤병무_이민하_이용한_이원_이준규_장 철문_차창룡_최치언_함성호_황병승

주최_복합문화기획 퍼슨웹 주관_베가스튜디오 후원_문지문화원 사이_미투데이_(사)와우북페스티벌조직위원회_한국문 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서울 중구 태평로 1가 62-12번지 신한은행 광화문지점 4층 Tel. 02_722_8493 www.shinhanmuseum.co.kr

『80Bytes』는 두 가지 질문을 탐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첫째는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가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이는 엄밀하게 말하면 글쓰기의 '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작업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글쓰기의 '몸'이란 글이 쓰여져 전달되고 유통되는 곳을 말합니다. 과거 글쓰기의 '몸'이 펜과 종이였다면, 지금의 '몸'에는 모니터와 휴대폰이 추가되었을 겁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애틋함이 이십 년이나 삼십 년 전의 애틋함보다 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메일로 연애편지를 써서 머뭇거리며 보내기 버튼을 눌러 보고, 밤늦게 휴대폰을 손에 움켜쥐고 문자를 기다려 본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말입니다. 이 시대의 사랑은 메일과 문자를 통해 빛의 속도로 달려 상대방에게 도착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의 밤하늘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만 개의 사랑과 욕망, 미움과 분노가 애틋하게 질주하고 있는 것입니다.

문자-시_이원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80Bytes』프로젝트에서 우리가 보기 원하는 것은 그런 종류의 새로운 애틋함과 함께, 글이 현란하게 공중제비를 돌면서 '몸'을 바꾸는 모습입니다. 그 과정에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유지되는지, 어떤 아름다움이 생겨나고 어떤 매혹을 가져오는지를 알고 싶은 겁니다. '시'를 그 실험의 매체로 선택한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형식의 시집을 자신이 쓰는 시의 몸으로 삼는 시인 스물 두 명이 5행 8열의 그리드, 즉 핸드폰 문자메시지의 공간에 시를 썼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프로젝트의 인터넷 사이트(www.80bytes.com)에 전송하였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일반인들도 자유롭게 핸드폰으로 문자-시를 올릴 수 있게 해서 시인들의 문자-시가 일반인들이 지은 것들과 섞여서 함께 놓여지도록 했습니다. 그리고는 그 문자-시를 가지고 디자이너가 타이포그래피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문자-시_송승환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 사진_김규식
문자-시_김소연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문자를 직접적으로 바꾸어내는 작업입니다. 모든 문자는 단순한 의미의 그릇이 아니라 시각성과 그에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매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에 따른 다양한 의미와 복잡한 정치성을 지니고 있기도 합니다. 타이포그래피는 문자를 직접적으로 변형시켜 그 의미를 해석하고 추가하고 지워나가면서 극대화하는 작업입니다. 그리고 그 타이포그래피는 다시 포스터와 대형 평면 작업으로 만들어지면서 물성을 부여받게 됩니다. 그러므로 『80Bytes』프로젝트에서 시인들이 만들어낸 문자-시는 공중제비를 돌면서 현란하게 그 '몸'을 바꾸게 됩니다. 핸드폰의 액정에서 모니터의 화면으로, 다시 타이포그래피가 되어 옵셋 인쇄물과 화이버 베이스의 평면 작업으로 말입니다. 이 작업은 거리에 부착되고, 갤러리에 전시됩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책이 아닌 다른 곳에, 다른 방식으로 시가 보여지고 유통되는 방식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어떤 것이 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내포합니다.

문자-시_김민정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문자-시_이준규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문자-시_심보선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두 번째는 실제로 작업이 생산되고 유통되는 방식에 대해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80Bytes』 프로젝트는 참여자들에게 매우 강력한 제약을 요구합니다. 시인들은 5행 8열이라는 형식의 제약을, 타이포그래피 작업자는 시인들이 만들어낸 문자-시를 가지고 작업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약을 받습니다. 시인들의 제약은 핸드폰이라는 기계에 의한 것이고, 타이포그래피 작업자는 프로젝트의 프로세싱에 의한 것입니다. 일반적인 단체전에서처럼 자신이 마음껏 형식과 내용을 결정하여 '자유롭게' 작업한 결과물을 내보일 수는 없습니다. 각각의 위치에서 작업자가 쏘아 올린 결과물은 정해진 궤도를 따라 운항하게 되는 것입니다. ● 그것은 이 글을 쓰고 있는 프로젝트 기획자가 지금의 사회에서 작업자가 지닐 수 있는 자유란 기실 어항 속에 있는 물고기의 자유와 비슷한 수준의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고기는 어항 안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방향을 선회하면서 헤엄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항 밖으로 나갈 수 없고 물 없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자유는 얄팍합니다. 작가들은 자유롭게 소재를 선택하고 창작하지만, 그 작업이 유통되고 평가받고 판매되고 소비되는 방식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종종 무력합니다.

문자-시_김태동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문자-시_이용한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예술은 예술이기 때문에 자유로워야 한다'는 식의 레토릭을 경계해야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제약은 국가 권력과 자본 권력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것에 투쟁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적으로 옳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것은 예술이 진정으로 자유로웠던 시공간이 한 번도 없었다는 사실을 은연중 은폐하기도 하고, 상업적인 매스 미디어가 제시하는 '자유로운 낭만주의 보헤미안 예술가' 상과 때로는 야합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필연적으로 공허한 울림의 언어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작업자들에게 자본과 국가 권력이 아닌, 다른 종류의 제약이 숨쉬기 어려울 만큼 강하게 가해졌을 때 어떤 정도의 반발력과 창조성이 생겨나는지 궁금하였고, 이것을 아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문자-시_연왕모 / 타이포그래피_이정혜

이것은 『80Bytes』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입니다. 아마도 내년 여름, 출판과 함께 마지막 전시가 열릴 것입니다. 홈페이지는 프로젝트 소식을 담고 동시대인들의 문자-시를 수집하며 계속 항해할 것입니다. 앞으로도 우리의 운항과 성과를 지켜보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현호

Vol.20071220f | 80 Bytes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