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악한 눈_evil eye

김소연 회화展   2007_1219 ▶ 2007_1225

김소연_폭발(Nuclear Explosion)_캔버스에 유채_65×81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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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9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7:00pm

목인 갤러리 서울 종로구 견지동 82번지 Tel. 02_722_5066 www.mokinmuseum.com

흉안은 불길한 은유적인 표현으로 문학이나 신화에 등장하곤 한다. 그리스 신화에서 메두사의 눈-그녀의 눈을 보는 사람은 모두 돌로 변한다-이나 중세 때 마녀의 흉안으로 가축이 피해를 입었다는 고발 사례는 이에 대한 기원이 오래되었음을 보여준다. 흉안은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해를 끼칠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우리말 가운데도 '도끼눈을 뜨다' 같은 표현이 있는데 모두 부정적인 감정을 담아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적으로 시기나 질시에서 비롯된다고 하며 사람에게 국한되지 않고 초자연적이거나 사악한 존재가 지닐 수도 있어서 어린아이나 귀중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되도록 눈에 띄지 않게 가장하는 것도 이러한 흉안을 염두에 둔 행동이다. 첫 번째 개인전(도살자를 위하여)에서부터 계속 이어지는 나-작가의 시선은 일종의 흉안에 노출된 광경들이다. 추락한 비행기, 무너진 건물들, 자살자의 모습 등은 현대인들이 마주칠 수 있는 재난이며 대개의 경우 개인의 힘으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인터넷에서 모은 재난 사진이나 신문에서 스크랩한 이미지들을 바탕으로 작업하는데 이미지들은 그대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뒤섞여지거나 몇 개의 소도구로 재 연출되어 그림으로 완성된다.

김소연_죽은 남자(Dead Man)_캔버스에 유채_190×91cm_2007 김소연_부활(Resurrection)_캔버스에 유채_190×91cm_2007 김소연_악의(Malice)_캔버스에 유채_190×91cm_2007

완성된 그림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덤덤하거나 무심하다는 느낌인데 그것은 실제 재난의 장소에서 볼 수 있는 비명과 놀라움이 제거되었기 때문이다. 대상들은 죽었거나 가사 상태에 빠진 듯 모호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 박제된 듯이 멈춰 있는 대상들은 흉안에 사로잡혀 있으며 그것은 곧 나의 시선과 일치한다고 말할 수 있다.

김소연_반복 학습(Repeated Learning)_캔버스에 유채_146×112cm_2007

현대사회는 매일같이 일어나는 대규모의 재난과 살인, 범죄 등을 신속하고 빠르게 미디어를 통해 내놓으며 그 광경들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은 현실감이 결여된 이미지로 만들어 버리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공수된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처음의 충격과 놀라움은 없어져 버리고 과학자가 데이터를 모으듯이 기계적인 마음으로 대하는 자신을 깨닫게 된다.

김소연_붕괴(Collapse)_캔버스에 유채_90×73cm_2007

흉안의 의미란 이러한 상태, 무관심과 일차적인 흥미로서 재난의 광경을 대하는 미디어의 시선들을 종합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나의 시선이 되어 그림을 완성한다. 우리의 세계는 죄의식을 잊게 해주는 수많은 즐거운 것으로 가득 차 있다. 전쟁이나 기아, 학살 등을 보도하는 미디어는 다시 똑같은 도구를 사용해 온갖 종류의 환상으로 덧칠한 영상들을 보여준다. 현실의 고통은 대규모 공연이나 영화를 보며 환호하는 대중들의 떠들썩함에 묻혀 사라진다. 어찌 보면 위선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이중적인 태도는 나도 가지고 있는 것이며 완성된 그림이 가지는 애매함(고통에 대한 완전한 이해가 아닌 그저 방관자적인 태도)도 여기서 비롯된다.

김소연_십자가(The Cross)_캔버스에 유채_46×38cm_2007
김소연_람세스(Ramses)_캔버스에 유채_73×53cm_2007

풍경으로 분류되는 그림에서의 시선은 완전히 무심하거나 뒤섞여 있다. 그것이 끔찍한 재난의 광경일지라도 시선은 그저 일차적인 흥미만을 가지고 바라볼 뿐이다. 이것은 종교적인 사물에도 동일하게 작용된다. 십자가와 람세스 상은 똑같이 취급된다. 그 모든 것에서 느껴져야 할 인간적인 감정은 흐릿하거나 모호하다.

김소연_튜브 라이드(Tube Ride)_캔버스에 유채_65×81cm_2007

그 벌판은 가운데가 얕게 파인 분화구처럼 보였다. 짧은 초록색 풀들이 작은 관목들과 어울려 지면을 뒤덮고 있었고 군데군데 드러난 부드러운 흙들로 얼룩덜룩했다. 그가 그네를 앞뒤로 흔들며 다시금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이런! 방금 빗맞은 거 봤어? 정말 맞출 뻔했는데 이번에도 못 맞췄어!"나는 그의 그네에 묶인 채 어쩔 수 없이 같이 흔들리고 있었지만 대꾸해주기는 싫었다."뭐라구, 친구? 잘 안 들리는 걸? 그렇게 가만히 있는 다고 내가 알아차리지 못 하는 것도 아니잖아?"그는 다시 한번 온힘을 다해 손에 든 것을 앞으로 내던졌다. 팔꿈치가 뒤로 크게 젖혀지며 내 갈비뼈를 쳤고 갑작스런 그 빌어먹을 충격 때문에 난 한참동안 숨도 쉬기 힘들었다. 피 섞인 침이 기침을 하는 동안 입가를 더럽혔고 나는 덜덜 떨리는 턱으로 간신히 목에 걸린 걸 뱉어냈다."오, 이번엔 분명히 맞출 수 있어. 이건 내 행운의 빨간 공이고 난 이걸로 한번도 빗 맞힌 적이 없거든." 커다란 빨간 나무공이 반짝 빛났다. 겉에 칠해진 윤기 나는 페인트가 흡사 젖은 것처럼 번쩍였고 순간 심장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쾅'하는 무시무시한 굉음이 들려왔다. 지면이 몇 초 동안 심하게 흔들렸고 흙먼지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빠르게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그 먼지의 날들은 흡사 부메랑처럼 보이기도 했다. "좋아. 이번에는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열심히 움직인 덕에 줄이 느슨해졌군." 그는 자신과 나를 묶은 쇠사슬을 좀 더 꽉 조였다. 줄이 심하게 조여들며 쇠끼리 맞부딪치는 소리가 비린내를 풍기며 들려왔다. 그가 모래 바닥을 차며 그네를 쳐 올렸다. 그네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높게 들려졌고 떨어지는 순간 느낀 어지럼 덕분에 눈이 뱅뱅 돌았다. "아직 해가 지려면 멀었고 나에겐 공이 열 개나 남아 있어. 이건 정말 굉장히 재미있는 일이야. 그렇지 않아, 친구?" 하지만 그가 그렇게 물었을 때 나는 어지럼으로 인해 정신이 점점 몽롱해지고 있었다. 그가 공을 집어 들고 팔을 쳐드는 게 등 너머에서 느껴졌고 몸 여기저기가 아파 왔지만 그뿐이었다. 다시 한번 굉음과 먼지 내음이 사방으로 퍼졌고 그가 흥분해서 지르는 괴성이 고막 주변을 쑤셔댔다. 나는 내려오는 눈꺼풀을 밀어 올리려 애쓰며 멍하니 앞뒤로 흔들리는 풍경을 바라봤다. 그것은 어지럽고 엉망이었으며 여러 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듯 보였다. 그 후 나는 곧바로 기절했다. 적어도 그 동안은 아픔을 느끼지 않겠지...■ 김소연

Vol.20071219c | 김소연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