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1218_화요일_06:00pm
갤러리 영 기획초대展
갤러리 영 서울 종로구 삼청동 140번지 Tel. 02_720_3939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에는 수많은 사물들로 넘쳐나고 있고 그 속을 거닐다 보면 수많은 의미들로 이루어진 기호들을 만날 수 있다. 각종 가게의 간판들, 표지판들, 구조물, 건물 등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자연물과는 달리 도시의 수많은 사물들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목적을 위하여 의미를 부여받고 생산되어진 것들이고 이들의 수는 점점 많아져가고 또 그것들의 의미는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의미들이 넘쳐나는 이 도시 속에서 나는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들의 과잉은 오히려 나에게 무의미로 다가왔고 사물들을 대할 때 그것들에 내제되어있는 의미들을 파악하게 하기 보다는 관조의 자세를 취하게 하였다.
이러한 태도로 사물들을 바라보았을 때 나에게 먼저 눈에 띈 것은 의미가 제거된 상태의 사물의 외관들이고, 그 중 그것들이 가지고 있는 선, 면, 명암, 색 등의 조형성이다. 그리고 나는 여러 조형 요소들 중에서 내가 필요한 부분만을 임의로 취해서 구성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자 했다.
나는 이 작업을 사진매체를 통해 진행하였는데 이는 작품 속에서 작가가 드러나는 회화와는 달리 기계적 과정을 통해 작가가 드러나지 않은 채 실존했던 사물의 흔적만을 드러내는 사진 고유의 특성을 이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생각을 들려주는 것이 아닌, 도시속의 무의미들 속에서 발견하고 만들어낸 시각적 의미들을 관람객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공유하고 싶었다. 그 시각적 의미들은 어떤 관객들에게는 내가 애초에 도시에서 느꼈던 것처럼 또 하나의 무의미한 기호들로 작용할 것이고, 또 어떤 관객들에게는 그 무의미한 기호들을 보며 내가 무의미 속에서 시각적 의미를 만든 과정처럼 관객 각자의 나름의 의미로 채워 넣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창작 행위로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김홍석
Vol.20071218b | 김홍석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