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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23_금요일_04:00pm
갤러리 리즈 2007 초대 개인展
갤러리 리즈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192-5번지 Tel. 031_592_8460 www.galleryliz.com
환각과 지각 사이를 왕래하는 사유의 노마디즘(Nomadism) ● 작품은 반사하거나 투과하는 물질성을 기반으로 한다. 유리, 거울이 주재료가 되어 만드는 이러한 형상구조는 물론 결과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그는 사실이라는 문제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접근한다. 반영과 투과는 현실의 물질계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현실계에 고정화될 형상의 구체성에 대한 반발도 아니다. 이것은 임정은에게 있어 회화성의 문제이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형식으로 인해 서구의 근세미술가가 500년간 고심해온 문제를 너무나 순진한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듯 보인다. 중세까지 빛에 대한 신비주의적 의식을 근세의 과학주의적 태도로서 해결하려는 노력, 즉 빛에 대한 광학적 탐구는 근세의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논의의 장이었다.
여전히 그 과학성은 인상주의시대의 빛과 색에 대한 원리적 탐구를 거쳐 Op art의 병리학적 시각성에 이르기까지 그 논의의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있고, 임정은의 작품은 그런 연장선 속에서 개별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실험으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임정은의 경우는 빛에 대한 중세의 신비주의와 근세의 광학적 인식이 맞닿아있는 경계선 사이를 왕래하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감상이 진행되는 동안, 언급했던 두 개념들을 초극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신비주의적 개념은 유미주의와 결합된 유희성으로 바뀐다. 그리고 광학적 긴장관계 속에서 임정은은 다시금 인간의 시각현상이 갖고 있는 결함이자 환각의 원리인 착시의 사실성을 드러낸다. 광학적 환각과 시각현상의 사실성 사이에서 우리는 현기증을 느끼게 된다.
작가의 형식에는 설치가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설치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데에 비하면 작가의 설치는 일회적 전시성을 충족하면서 물리적 유지를 가능하게 해주는 장점을 지닌다. 그것도 개별적인 작품과 총체적인 작품으로 분리와 종합이 가능하며, 더 나아가 이러한 방식은 같은 조형요소로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미술의 경제성에 입각해 볼 때 탁월한 조형적 해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설치가 갖는 중요한 의미들을 타진해 보고 있다. 언급하였듯이, 작가는 작품의 다양한 전시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취한다. 일반적인 작품이 가지는 '일방적' 대화 혹은 감상 방식은 일종의 상호교류(interactive)적인 것으로 전환될 수 있다. 그리고 전시에서도 작가는 다양한 요소를 첨가하여 매번 다른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이것은 물질적으로 고정된 모더니즘의 원리주의에 대한 반론으로서 여지가 있다. 변화와 조응의 관계 속에서 작품에 대한 오래된 관념, 즉 현대미술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유일무이의 존재로서의 작품이라는 관념을 해체할만한 매우 발칙한 도전이 될 가능성이 작가에게 엿보이기 때문에 그렇다.
입구에서 언급했듯이 반사와 투영이 이루는 가상적인 세계 속에서 작가는 회화의 허구성을 폭로하고, 또한 자신의 새로운 질서 속에 만들어진 개별적인 그리고 변화 가능한 세계 속에서 그의 활동영역을 구축해 놓았다. 작가 임정은은 어쩌면 현대의 어떠한 시류나 사조에도 어울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그가 자신의 개별성 속에서 내적 발전과 새로운 조형성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는 자신의 사조를 만들어낼 것 같다_2007년 서문中 ■ 김정락
Vol.20071218a | 임정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