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캡슐-미래에서 온 고고학

김태준 개념미술展   2007_1214 ▶ 2008_0124

김태준_북한산의 기억_120×184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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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4_금요일_06:00pm

기획_갤러리 벨벳

관람시간 / 11:00am∼08:00pm

현대백화점 미아점 갤러리 H_GALLERY H 서울 성북구 길음동 20번지 현대백화점 미아점 10층 Tel. 02_2117_3104

예술가 김태준의 "미래에서 온 고고학" ● 작가 김태준에게 모든 장소는 유적(遺蹟)이다: 현재는 과거의 집적체이자 미래로 이어질 그 무엇이다. 때로는 공공장소를 이용한 대형 설치작업으로, 때로는 사진 이미지를 활용한 평면작업으로 나타나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역사를 지닌 채 미지의 미래로 흘러갈 한 장소의 삶을 현재에 드러내는 작업이다. 집단의 기억을 담은 유적지를 다루든 혹은 한 인물의 개인사를 더듬든 간에, 그의 작업의 공통점은 대상의 과거에 귀기울인다는 것이다. 시간은 순회한다는 이념에 근거한 그의 작업에서, 숨겨진 옛이야기들은 과거인 동시에 미래의 현재이기 때문이다.

프리데리치아눔 프로젝트_1998 ● 김태준은 독일 유학 당시 빌헬름스회에 박물관에서 오래된 작품들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박물관 내에 보관되어 있는 수많은 설계도면들 가운데 실제로 건축된 경우는 채 1%도 못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태어나지 못한 기획들'에 대한 발견은 '시간의 순회'라는 작가의 근본적 이념을 작업으로 구체화하는 실마리가 된다. 역사 속에 실재하지 못한, 혹은 사라진 것들을 위한 김태준 작업들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것이 이 '프리데리치아눔 프로젝트'이다. 독일 카셀 시에 있는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Museum Fridericianum)은 18세기 건립될 당시 건축 아이디어를 공모에 부쳤었다. 작가는 당선되지 못한 한 응모작 도면을 활용해 그 일부를 축소 모델로 제작, 현재 지어져 있는 실제 프리데리치아눔 내에 전시하였다. 이름하여 "프리데리치아눔 안의 프리데리치아눔".

김태준_프리데리치아눔 안의 프리데리치아눔_나무_327×384×247_1998

호프만 프로젝트_1999 ● 독일 오버른부르크에 있는 건축회사인 호프만 주식회사의 창립 125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작품으로, 이 회사의 역사를 되돌아보기 위하여 1874년 이 회사의 최초 건물의 모습을 현재의 공간에 살려내는 작업이다. 최초 건물의 평면도 자체를 입체화하여 현 회사 내에 1:1의 실제 크기로 설치했으며, 회사의 로고 색인 오렌지와 회색을 작품의 색으로 활용했다. 이 입체 평면도는 성인들이 앉기 편한 의자 높이에 해당하는 45cm의 높이로 영구설치되어 현재 회사원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작품은 과거를 현재의 삶 속에 조화롭게 되살리고자 하는 김태준의 작업 이념이 구현된 좋은 예이다.

김태준_1874년 첫 회사의 사진과 그 건물의 평면도
김태준_호프만 프로젝트_시멘트, PVC 페인트_1080×870×45cm_1999

카셀 시청 프로젝트_2001 ● 독일의 카셀 시청 탑은 세계 제 2차대전 중인 1943년 10월 23일에 폭파된 후 복원되지 않았다. 작가는 폭파된 탑의 평면도를 활용해 이 탑을 상징하는 설치물을 제작하여 예전 탑이 있던 자리에 띄움으로써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보고자 한다. 이 작업은 실제 설치가 이루어지기까지 약 2년에 걸친 예술과 기술 및 행정의 협력 결과다. 예술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섯 번에 걸친 기획 수정, 마침내 여섯 번째 기획안이 시청 위에 설치되어 떠오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은 작가의 홈페이지 www.kimtaejun.com 에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 최종적으로 귀결된 안은 폭파된 탑의 사각형 단면도를 1:1의 실제 크기로 풍선을 이용해 만들어 띄우는 것으로, 이는 마치 양탄자가 시청 위를 날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작품은 2001년 6월 9일, 시청 건물이 오픈한 지 92년 되는 날 설치되었기에 작품 제목은 "92번째 생일 축하 기념-폭파된 탑이 날으는 양탄자로?"가 되었다.

김태준_시청의 원 정면도 / 설치 장면 풍선 1700개, 헬륨, 알루미늄, 원목, 기타 조명 및 설치 장비_800×800×100cm_2001

북한산 프로젝트_2005 ● 서울·경기지역민들에게 등산지로 친숙한 북한산은, 멀게는 민담과 전설로부터 시작해 가깝게는 남북대립의 불행한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과거의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는 우리 삶의 터전이다. 작가는 북한산 곳곳을 찍은 사진 위에, 그 장소에 얽힌 이야기들을 페인팅하는 방식으로 북한산의 과거를 현재에 담아내고 있다. ● 부황사의 기억_고려 및 조선시대에 위용을 자랑하던 북한산의 절들은 일제의 탄압과 6 · 25를 거치면서 사라져 갔다. 북한산내의 가장 큰 절이었던 부황사(혹은 부왕사)는 현재 절 입구에 있던 누각 터만이 남아 있다. 이 터를 파노라마 사진으로 촬영, 편집하여 인화한 후 그 위에 누각을 상징하는 사물(四物: 범종, 운판, 목어, 법고)을 그려 넣어 사라진 부황사의 기억을 떠올린다. ● 흔적_갈대는 습지에서만 자라는 법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마른 땅에 갈대가 무성하다. 6 · 25 당시 인민군이 숨어있던 이곳에 B29가 폭탄을 투척하였고, 그 이후로 이곳에 갈대밭이 생겨났다 한다. 자연은, 세월은 과연 무심한 것일까. 갈대밭 사진 위에 B29의 형체가 희미하게 떠오르고, 선명한 붉은 십자 표시가 폭격의 목표지점을 알려준다.

김태준_부황사의 기억_캔버스에 사진인화 후 채색_102×302cm_2005
김태준_흔적_캔버스에 사진인화 후 채색_102×202cm_2005

청계천 타임캡슐 프로젝트_2006 ● 서울시의 대대적인 청계천 복원사업의 성취를 기리고자 기획되었던 『미운 오리의 비상展』에 참가했던 설치작업이다. 서울 도심을 흐르는 생활하천이었던 청계천이 점차 하수 취급을 받고, 복개되고, 상인들의 삶의 터전이 되었다가, 우여곡절 끝에 현재의 모습으로 복원되기까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청계천을 거쳤다. 그러한 시간을 살아 왔던, 그리고 앞으로도 이곳을 거쳐 갈 인간 삶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타임캡슐 속에 담긴 인간을 청계천 위 하늘에 띄웠다.

김태준_청계천 타임캡슐 프로젝트_PVC폴리, 헬륨_400×1000cm_2006

다시, 북한산: "타임캡슐-미래에서 온 고고학"_2007 ● 이번 개인전은 또 한 번 북한산을 소재로 한다. 북한산 곳곳을 찍은 사진 위에 그 장소에 담긴 기억을 더하는 방식은 이전의 작업과 마찬가지이지만, 예전 작업이 캔버스에 인화한 사진이미지 위에 페인팅을 가한 것이었던 반면 이번 작업들은 3D를 사용하였다. 또한 예전에 청계천 프로젝트 설치작업에서 등장했던 타임캡슐이 화면에 등장하여 북한산의 이야기들을 '담아 넣게' 된다. 일체의 시대적 특색이나 개인적 특징을 지니지 않은―옷이나 머리카락조차 없는 '보편적' 인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그것이 어떤 고정된 과거의 구체적 이야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기원, 그때의 생각, 그때의 모습들이 타임캡슐 속에 담겨 먼 미래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자칫 지루해 보일 수 있는 녹색과 땅색-황토색의 반복은, 순환하는 자연의 시간을 대변함과 동시에 관람객의 생각을 유발하는 여백으로 기능한다. ● 비워진 사리공_용암사지(龍巖寺址)에는 석탑의 자재들 및 기와편이나 자기편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어 사찰의 규모를 짐작케 해 준다. 사진에 보이는 돌덩어리는 석탑의 탑신석(塔身石)으로, 위에 패인 둥근 구멍은 부처님의 사리를 보관하는 사리공이다. 현재 이 탑신석은 등산로 중앙에 놓여 있다. 지나치는 등산객들은 무심코 그 움푹 팬 구멍에 쓰레기를 넣거나 꽁초를 끄곤 하지만, 예전에 그곳에 무엇이 들어 있었는지 안다면 어떨까. 탑신석에 걸터앉아 선정(禪定)에 든 부처의 모습을 표현해 보았다. ● 행궁지_도성 수비 강화를 위해 1711년(숙종 37년) 국가적 사업으로 축성된 북한산성은 내부에 많은 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한 시설들 중 하나가 유사시 임금의 피난처였던 행궁지(行宮址)이다. 임금이 궁을 떠나 이곳까지 왔을 때, 어찌 사연이 없었을 것이며 얼마나 생각이 많았으랴. 행궁지에 남겨진 심사숙고(深思熟考) 자체를 타임캡슐에 담아 보았다.

김태준_비워진 사리공_90×120cm_2007
김태준_행궁지_106×120cm_2007

북한산의 기억_멀리에서 바라본 북한산 전경이다. 아파트들로 빼곡한 서울 시내를 둘러싸고 있는 산의 아련한 모습 위로, 북한산에 담긴 갖가지 이야기들이 떠오른다. 북한산성 수비를 담당했던 금위영, 산성축조에 일조했던 스님들, 북한산에서 이루어진 수많은 발원들, 북한산내 마을을 이루어 생활했던 사람들... 이 모든 이야기들은 타임캡슐에 담겨 미래로 건너갈 것이다. ■ 전예완

Vol.20071217d | 김태준 개념미술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