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HEE-Du fil qui file

조소희 설치展   2007_1214 ▶ 2008_0213

조소희_비둘기_텐트_설치전경_2007

초대일시_2007_1214_금요일_08:30pm

Galeria CHARPA Tapineria, 11, 46001 Valencia, SPAIN Tel. 34_96_391_5782

시간의 실잣기 ● 조소희의 작업은 보통 예술 사회학의 아바타로만 여겨지는 일상의 예술로 접근되어져 왔다. 그러나 작품의 의도는 늘 다른 곳에 있었다. 초기 작품은 일상적인 가제도구들(그릇, 접시, 냄비, 고무장갑 등)의 모양으로 오려진 얇은 알루미늄 판들을 조합해서 늘어놓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마치 동양인들의 부엌을 연상시키고, 언뜻, 도가의 빔(空)의 철학 (philosophie du vide)으로 접근하려는 의도도 있는 듯 했다. 그녀의 작업 안에서, 모든 것은 지나가도록 허락해주는 오브제의 시선을 통과하게끔 되어 있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마치 우리의 세계가 점점 더 유희적이며 서서히 사라지고 있는 것처럼, 환타지의 가벼움만이 있었다. ● 이제는, 이 전시를 물결치게 하는 투명한 그물들이 남아있다. 우리는 절대로 이 가정용 사물들의 실질적일 사용자나 악착같은 주인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에, 사물, 그 의미, 그것을 통한 욕망 등을 환상으로 교묘하게 교환할 줄 아는 현학적인 실험자가 될 수는 있을 것이다.

조소희_상자들_2005

폭력적인 도구들을 사용한 조소희의 작품은 탁월하다. 가위, 칼, 면도날, 주사기 등.이 작품은 기묘한 발레를 보는 것 같다. 마치 재조합된 오브제들을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생성 안에서 영매처럼 떠오르게 하는 안무 같은 것이다. 이와 같은 그녀의 언어는 희귀한 가스를 내뿜으며 새로운 몸체를 만들어낸다. 그것은 어떤 호상도시의 말뚝 위에서 휘날리는 이미지 같은 수많은 시들이 사는 거주지이다.

조소희_방_2006
조소희_Projet de taper_2004~현재
조소희_Projet de taper_2004~현재_부분

자, 이제 한 차원이 시작된다. 겹겹의 투명한 감수성으로 지어낸 가벼운 공간, 그리고 날아오름의 순간-작가는 심술궂게도 비둘기이미지들을 핀으로 고정시킨다.-혹은 뿌리처럼 복잡하지만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유동성의 영역이다.

조소희_다리_2006
조소희_테이프 짜기_2007

'보관소' L'archive는 이 유동적인 흐름을 가능하게 한다. 왜냐하면 체제, 구조, 상황적인(contextuelles) 현실의 권력 le pouvoir과 상관없이 우리는 조각과 파편들 사이를 헤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소희는 보관소 같은 작업인 이전의 사진적 기억들을 놓아 버리고 실, 실 잦기, 둥근 실뭉치나 실패로부터의 실뜨기 등의 주제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 시도는 테마를 양분화시키기 위함이었겠지만 흥미롭게도 두 작업은 더욱 하나의 몸체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만들어지고 부서지는 것을 반복하면서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어떤 벌거벗은 실체와도 같은 것이다. 멈추지 않고 흐르며 고정되지 않는 시간의 영토 속에 사는 모든 것은 다 '중간상태'(milieu)로 존재한다. 이것은 마치 페넬로페이아가 베를 짜고 푸는 동안 욕망과 수많은 날들의 뿌연 후광이 아주 조금씩 갉아 없어지는 것 같은 '중간 상태'로의 시간들인 것이다.

조소희_의자 오브제와 퍼포먼스 기록사진 9장_2006

조소희의 작업은 바로 이런 의미 안에서 텍스타일 예술이 된다. 코바늘 뜨기의 그물은 스타킹 모양으로, 브래지어, 팬티 혹은 자신의 몸을 싸는 껍질이 된다. 그리고 그것은 반 고호의 의자 위에 무기력하게 남겨진다. 한편, 의자들과 무게를 잃어버린 침대는 어릴 적 몽상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렇게 우리가 매일매일 쓰는 물건들과 옷들은 마치 우리의 일상을 품고 있는 이 기묘한 번데기들로부터 나온 하늘하늘한 나비처럼 공간을 아우르고 있다. 살짝 스침/ 잎이 떨어짐 (effleurements/effeuillements), 신기한 리듬의 날개짓을 만나게 된다. 이 새롭게 변화된 시간 안에서. ■ 조소희

Vol.20071215c | 조소희 설치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