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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4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덕원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번지 Tel. 02_723_7771 www.dukwongallery.com
인식하지 못한 풍경 ● 우리는 살아가면서 공간을 벗어나지 못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공간이며, 우리들은 그 안에서 존재한다. 인간은 특정한 공간에 살면서도 그 공간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인지하며 살아가진 못한다. 이러한 것은 우리가 익숙한 곳에서 느끼는 감정과 낯선 곳에서의 감정은 매우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예를 들자면 나에게 익숙하고 내가 생활하는 공간, 내가 자주 다니던 길도 악몽을 꾸고 갑자기 잠에서 깨었을 때라든지, 평소에 한 방향으로만 이용하던 길을 반대로 걸어왔다든지 어떠한 특별한 상황에서는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이는 인간은 눈을 통해 모든 정보를 받아들이지만 이는 완벽하지 않고 경험을 통해서 저장된 정보 중에서도 특정한 정보만을 저장하고 기억하기 때문에 그 인지능력이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들은 실제의 공간을 경험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 정보를 토대로 자신만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공간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인식하여 공간을 인지하는 지도 모른다.
최지연은 이전의 작업인 '밤 사진' 시리즈에서 정신적인 흔적이 남아있는 공간을 찍으면서 서서히 공간과 인물간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며 인물이 있는 공간을 주제로 작업을 하였다. 작가는 자신의 친구들이나 주변사람들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삶의 바탕이 되는 장소에서 촬영을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은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인물과의 관계를 잘 드러내준다. 자주 걷는 거리, 자주 가는 카페와 식당, 일하는 직장 공간, 내가 살고 있는 동네 등 익숙한 공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인물들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배경인 공간과 어울리게 되면서 인물 자체의 성격이나 성향, 심리적인 상태가 잘 표출되어, 하나의 심리적, 물질적 풍경을 이룬다. 자신도 모르는 새에 공간은 내가 되고 내가 공간이 되어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번 작업에서는 또 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작가와는 아무런 친분도 없는 인물들과 작가도 등장인물도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완벽하게 낯선 공간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다. 촬영의 방법은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이전의 작업에서와는 다른 느낌의 작업이 나타난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움직이지 않는 마리오네트처럼 긴장을 풀고 아무것도 안 하는 채로 등장한다. 인물과 공간의 관계는 묘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간은 마치 무대의 배경과도 같이 대상인 인물 사이에 어색하게 존재한다. 분명 우리가 어디서든 볼 수 있는 공간이었겠지만, 최지연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공간은 뭔가 어색하고, 원근법에 맞지 않고,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이상한 공간으로 나타난다. 등장인물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어색한 포즈를 취하고 있으며, 이전의 작업에서도 보여주었듯이 어두운 밤에 장시간 노출에 의한 사람들의 미세한 흔들림에 의해서 나타나는 인물의 표현은 인물의 심리적인 상태의 흔적들을 보여준다. 촬영을 하는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이질적인 공간에서의 초반의 어색함에서 차차 주변 환경의 적응해 나가는 모습으로 흔적들이 나타난다. 이렇게 촬영을 하면서 경험된 기억들은 특별한 기억으로 그 공간을 인식할 것이고 이제는 낯설지 않은 공간으로 남을 것이고 자신만의 심리적인 공간인식에 대한 흔적을 남기게 된다.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심리적인 공간인식에 대한 하나의 실험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는 이렇게 찍혀진 사진을 유리판에 담아낸다. 마치 실험을 하고 유리 시험관이나 플라스크에 실험체를 담듯이 말이다. 또한 실험실에서 쓰는 분류 용어를 차용해 작품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다. 단순히 유리판에 담아내는 것 말고도 작가는 독립적인 두 개의 이미지에서 24개의 불 특정한 부분을 따내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들은 서로 이미지들이 뒤섞여 새로운 이미지들이 계속해서 만들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대상물 중 하나인 아야후아스카(Ayahuasca)라는 나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나무는 아마존 지역에서 원주민들이 차로 만들어서 먹는 재료인데, 환각 성분이 강하여 그들은 자신들이 상상하던 종교적인 환각을 경험한다고 한다. 이로 인해 그들은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간격이 좁아지고 그 애매모호한 경계에서 살아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의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면서 많은 시각적인 정보를 받아들이고 사는 현대인도 이들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결국 작가는 모델인 인물들을 움직이지 않고 잡아두는 야간의 긴 노출을 통해 촬영하여 낮의 일상적인 공간 속에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인간들의 심리적 상황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인물포즈와 장소의 모호하고 어색한 것들은 공간에 인식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으로 충만해진다. 또한 이러한 특정한 부분을 복잡하게 섞거나 아야후아스카와 같은 이미지를 넣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시공간에 대한 것을 경험으로만 모든 것을 객관화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으며,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던 공간과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에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의 모호함과 경험에 의한 기억의 불확실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돌아보게 한다. ■ 신승오
Vol.20071214h | 최지연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