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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14_금요일_06:00pm
오프닝 퍼포먼스 / 2007_1214_금요일_06:30pm~
이시우치 미야코_수나야마 노리꼬_정소연_서효정_함연주 책임기획_진휘연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선재센터 서울 종로구 감고당길 43(소격동 144-2번지) Tel. 02_733_8945 www.artsonje.org
딸의 생명에서 엄마의 영원함으로-여성의 역사를 기억하는 작은 축제 ● 시몬느 보부아르는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진다고 했다. 즉 '여성'은 생물적 정의이기 보다는 사회적, 문화적 정의라는 것이다. 이런 주장이 페미니스트들에겐 혁명의 근거가 되었지만, 여성의 삶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지는 못했다. 여성은 해방될 존재이기 보다는 축복받을 존재이기 때문이다. ● 여성이 만나는 첫 번째 여성의 모델은 그녀의 엄마이다. 엄마를 통해, 여자의 언어를, 습관을, 신체를, 그리고 문화를 배운다. 여성의 시작은 딸이고, 그의 완성은 엄마이다. 그렇게 성장한 과정 속에서 여성성은 역사가 되고 그 안에서 어떤 것보다 강한 힘을 발견하게 된다. ● 여성만이 지닌 생명력의 원천을 생각해보려는 작은 시도에서 이번 전시는 기획되었다. 여성의 삶은 딸과 엄마로 대표되는 그녀의 관계를 통해 구체화되고, 그것을 통해 무한하게 재생된다. 이것이 바로 여성을 기억하는 공유된 의식이다. ● 특히 일본과 한국의 여성 작가들은 새로운 매체와 방식으로 자아와 그들의 어머니를 기억해내고 있다. 낡은 속옷이나 구두로 남은 어머니, 남성에 의해 짓밟히기도 하지만, 깨어진 거울위로 눈부신 머리카락을 넘기는 강인함을 지닌 딸의 이미지는 단순한 기억을 넘어, 여성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대표한다. 아시아의 여성으로서, 이들은 순종과 겸양을 미덕으로 삼으면서도, 뜨거운 열정과 예술혼을 품었다. 여성의 생태적 본질이자 관계의 형상화인 어머니와 딸이 이 두 나라 여성에 의해 흥미롭게 표현됨으로써, 새로운 문화 형성의 공유로도 이어지리라 믿는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이시우치 미야코(石內都 Ishiuchi Miyako)는 일본이 자랑하는 관록의 사진 작가이다. 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일본관을 단독으로 장식했던 「어머니의 것 mother's」연작은 세계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작가는 엄마가 사용하던 그녀의 유품들을 소박하게 사진 찍음으로서, 그녀의 삶을 전해준다. 그 흔적은 엄마의 몸을 둘러쌌던 사소한 물건들이기도 하고, 화상으로 얼룩진 엄마의 늘어진 젖가슴 같은 몸의 일부기도 하다. 소박하리만큼 사소한 이들은 우리의 어머니도 사용했던 그런 물건들이고 자녀를 키웠던 어머니 모두의 기념물로 변화한다.
수나야마 노리꼬(砂山典子 Norico Sunayama)는 일본 예술 댄스계의 총아로서 그녀는 거대한 드레스 「숨 막히는 세상 A Sultry World」을 입고 관객들로 하여금 치마 안으로 들어올 것을 유혹한다. 혈관을 흐르는 생명처럼 붉은, 드레스 앞에서 관객은 치마를 들치고 싶은 욕망을 강하게 느낀다. 매혹적인 치마를 드는 순간, 그러나 그것은 여성에 가해지는 성폭력이 되는데, 작가는 욕망의 극단과 성폭력에 무방비한 여성의 원초적 아픔을 대비시킨다.
일본 작가들에 비해, 한국 작가들은 젊고, 새로운 매체와 물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서효정은 최근 인터액티브 미술로 가장 활발한 작업을 펼치는 작가 중 하나이다. 「기억 공유 장치로서의 자궁」은 그녀가 여성의 자궁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제작한 공간 안에 영상이 결합된 방식이다. 자궁은 생명의 출발지이자 모든 삶의 원형 같은 곳으로서, 우리의 보편적 경험을 환상적 화면으로 옮겨놓았다.
정소연은 현재 미국에서 작업하고 있는 작가로 그의 작품 「아나로그 복제에 의한 이미지 변조: 숨」은 할머니가 겪었던 자유롭지 못한 숨쉬기에 대한 기록이다. 작가의 생명의 원천이기도 한 할머니의 정열과 힘이 쇠잔해가는 안타까움은 '숨'이라는 의미를 통해 전달된다. 완전한 끝으로서의 죽음이 아니라, 생명의 호흡을 나눈다는 의미로서, 이어지는 생명의 힘과 가족의 연대가 느껴진다.
함연주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작품에 이용하는 작가로, 이번 전시에서도 마치 어린시절, 엄마가 빗겨주고 땋아주던 머리처럼 길게 자란 머리가 부착된 「자화상」을 제시했다. 머리카락은 여성에게 여성성을 대표하는 상징이자, 모녀가 함께 나누었던 시간의 공통분모이기도 하다. 애틋하지만, 강인한 생명력을 대표하는 머리카락을 통해 역시 끊이지 않는 삶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 여기 모인 여성 작가들은 모두 자신의 뿌리와 정체성을 다양한 시선으로 관찰하고 있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이들의 작품은 자신에게로 향한 소박한 인정이자 박수이기도 하다. 여성 전체의 역사를 노래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생명이 시작된 모체와 딸의 관계를 타고 울리길 바란다. ■ 진휘연
Vol.20071214b | 어머니와 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