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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30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가갤러리 서울 종로구 원서동 141번지 Tel. 02_744_8736 www.gagallery.co.kr
한 시인의 정수(精髓)가 시작(詩作) 그 자체보다 부지불식간에 축적해 온 시심(詩心)이라고 한다면,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실 작업에 임하게 하는 일정 강도의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존재 할 것이다. 그런 마음은 외부 환경이나 사물에 감흥 함으로써 형체를 나타내기도 하고 또는 빈 화면을 대했을 때 즉흥적으로 일어나는 점, 선과 같은 그림의 기본적인 구성요소에 대한 흥미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 나의 경우는 후자라고 볼 수 있는데 빈종이나 하얀 캔버스 화면을 대했을 때 나의 감수성이 제약 없이 방출되는 순간들을 즐기는 것이다. 무계획적인 방식으로 그려진 이런저런 형상에 어떤 의미가 오는 것은 나중의 일이다. 심지어 아무 의미도 없을 수도 있으며 그림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조리(不條理)하고 전체로써도 파악되지 않는 세상 속에서 나의 관심을 끄는 특정 소재를 찾는다는 것은 다른 소재의 포기를 의미하므로 너무 초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대결하고 싶은 세상을 캔버스 화면으로 축소하고 나의 마음이 아는 형태들과 나의 마음이 아직 알지 못하는 형태들이 등장하고 지워지는 과정 속에서 생긴 필연적인 형상을 찾으려고 한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제약을 두지 않고 그린다고 스스로에게 가정하고 그리는 형상들과 또 그림이 그림을 그리는 그림의 준 자율성적인 상태가 만들어내는 형상들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겠다.
내 그림 속의 형상들은 어렴풋이 무언가를 연상 시키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손이나 꽃, 나무와 같은 형태들도 그 형태들의 한 부분은 다른 지점으로 나아가는 일종의 분기점(Junction)을 가지고 있어서 전체 이미지와 연결 상태가 되게끔 한다. '연결'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화면 안에서의 3차원적인 전진과 후퇴를 포기하는 대신 도로 지도와 같이 선의 모양과 위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손 내밀다」와 같은 경우는 내밀어진 손 모양에 완강히 연결된 선 때문에 붙잡혀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고 「구멍 꽃」은 꽃의 줄기가 유연하게 다른 지점에 연결되어서 안정감을 찾고 있다. 적당히 아름다우면서 적당히 의미도 있는 그림. 적당히 그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다_작업 노트 중에서 ■ 이민정
Vol.20071213a | 이민정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