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서 물들다_Dyed in Time

임은희 회화展   2007_1211 ▶ 2007_1222

임은희_숨은 길_캔버스에 모래와 아크릴채색_100×120cm_2006

초대일시_2007_1211_화요일_06:00pm

샘 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31-12번지 Tel. 02_515_1543

'물'과 '겹침'의 이미지 세계 ● 임은희의 작품세계(「흐르는 길」, 「머무는 길」, 「숨은 길」, 「시간 속에 흐르다」, 「걷고 오르다」등)에서는 '겹침'과 '물'의 이미지가 매우 강하게 두드러지는데, 전체적인 구조에서 보면 이 두 이미지는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임은희_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07
임은희_연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50×50cm_2007

'물'은 모성적 물질로서 언제나 시원(始原)의 의미를 실어 나르면서 시간성을 인간조건 안에서 내면화하는 상징이 되어있다. 물의 흐름은 상처받은 모든 것을 쓸어내리는 위안의 물결이자 쓸려감과 동시에 밀려오는 것들을 맞이할 자각, 또는 재생의 기운이다. 물은 초월이 시도되고 동시에 그 초월의 허구를 인지하는 지점으로서, 한편으로는 행동과 고통의 실재에 관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꿈과 환상의 실재에 관계한다. 작가에게 있어 '물'은 직접적이고 부분적인 삶과 전일적인 삶이라는 상반된 이미지가 하나로 결합되지 않고서도 공존이 가능한 시·공간인 것이다.

임은희_물들다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65×65cm_2007
임은희_시간 속에 흐르다_캔버스에 한지와 아크릴채색_150×80cm_2006

'겹침'은 작가가 형태와 존재의 세계를 품고 지우기를 반복하여 생성되는 존재의 바깥에 있는 세계에 대한 이미지이다. 임은희에게 살아있는 회화적 표현은 구체적이고 분명한 형태에 갇히지 않는, 외양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그러나 형태나 색의 그물을 던지는 순간 작가의 그물을 빠져나가는 무형적 혹은 무표상적인 어떤 것들은 작품의 세계에 모습을 드러낸 존재들을 언제나 유한한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그림이 그려진 지점은 늘 상대성의 운명에 따라 이미 그리고자 한 의도를 배반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각적 형식이 부여된 존재의 세계에서는 소통 또한 불완전하다. 임은희의 작품에서는 그림의 불완전한 소통, 유한한 존재감에 대한 고양된 긍정적 형식이 '겹침'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시각적이고 표상적인 세계를 단순히 밝음과 드러남으로 결합하기보다는 그늘과 감춤, 불투명성과 불명료함과 결합함으로써 제한적 세계에 순응하고자 하는 것이다.

임은희_흐르는 길_캔버스에 한지와 아크릴채색_150×50cm_2006 임은희_걷고 오르다_캔버스에 한지와 아크릴채색_150×50cm_2006

임은희의 작품들을 지배하는 '물'과 '겹침'의 이미지들은 작가가 작업을 통해 삶에 밀착하기와 거리두기를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녀의 작업에서는 삶에 대한 작가 자신의 의지적이고 의식적인 요소가 강조되지만, 그러한 요소들이 결코 특권적이고 직접적이며 즉각적인 방식으로 투사되지는 않는다. 작가의 관심이 사적이고 고립된 자아에 기초하여 독창적인 의미의 세계를 구축하려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공통 세계에 도전하는 해석자로서의 용기에 쏠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 임정희

Vol.20071212b | 임은희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