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미래 Over the Rainbow

김들내 회화展   2007_1207 ▶ 2007_1229 / 월요일 휴관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50×150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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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07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더 갤러리 서울 마포구 서교동 367-13번지 W&H빌딩 B1 Tel. 02_3142_5558 www.gallerythe.com

그런 줄 알았다. 작년2006년 정미소의 『I LOVE YOU展』을 보며 나는 김들내의 작품이 '한 단락 정리되었노라.'에 섣부르게 한 표를 던져 버렸었다. 그런데 이 작가, 몇 년 전의 첫 만남 때처럼 또 나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부셔놓는다. 내가 다시 김들내의 작업실을 찾은 것은 11월 중순이다. 가을은 가고 있지만 겨울은 아직 오지 않은, 계절의 행간에서 만난 그와 그의 작업은 마치 이 계절의 모양처럼 알싸한 통증 같은 무엇을 가슴에 남겨 놓는다.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68×108cm×2_2007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68×108cm×2_2007

얼핏 보면 동화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 김들내의 새작업은 완전한 '새 것'이 아닌 '오래된 미래', 바로 그것이었다. 아주 오래 전 등장했던 '자라는 인형'이 다시 화자로 등장해 어떻게 살아왔고, 무엇을 꿈꾸는지 보여준다. 행복과 사랑스러움의 대명사쯤으로 보여야할 인형은 무채색 얼굴을 하고 눈물 한 방울 떨구고 있거나, 풍요롭고 따스해야할 정원도 을씨년스럽기 그지없던 지난날의 작업이 다시 등장한다. 그러나 이번엔 많이 다르다. 냉정한 푸른빛의 정원에 자라난 인형은 눈을 감은 채 담담하게 그 어둡고 차가운 과거를 기억한다. 그러나 눈을 떴을 땐 자라난 인형만큼 풍성하고 활기찬 꽃들이 그야말로 아름답다 못해 정열적인 모양새를 갖추고 만다. 머리 위로 자란 '생각 나무' 역시 하늘 위로 가득 퍼진다.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68×108cm_2007

아픔을 아프지 않게 말할 줄 아는 재주를 지닌 김들내의 '자라는 인형'이었고 '눈물 꽃'이었다. 이번에 보여진 차마 제목을 다 붙이지 않은 작업들은 어쩌면 붙일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그저 김들내스럽다. 그의 그림은 예.쁘.지.만 않아서 좋고, 슬.프.지.만 않아서 더 좋다. 알록달록 풍선 달고 들판 위를 나르는 침대와 그 위에서 너무도 편안한 모습의 '자라난 인형'이다. 침대를 하늘로 올리기 위해 불던 바람은 마냥 따뜻하진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 바람이 지나고 난 자리엔 더 많고, 크고 예쁜 풍선이 자리를 대신 한다. 김들내는 그렇다. '나 아팠었어. 하지만 괜찮아. 지금은 행복해.' 그를 모르는 대부분 사람은 그림처럼 행복한 동화속 공주님 같은 김들내를 스쳐본다. 그리고 이것은 김들내와 우리를 엮어주는 교집합이 되어주기도 한다. 누구나 다 아픈 구석이 있고, 그것을 모두에게 광고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조금 시간이 지난 후 덤덤한 모습으로 자신의 아픔을 대할 수 있는 것, 끊임없이 자라나기 위한 성장통을 겪어야 하는 현대의 우리들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그의 그림을 보면 자신의 성장통 파일을 들추고 있는 지도 모른다.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108×68cm_2007

나는 다시 섣부르게 '이번엔 진짜 김들내극 일 막이 끝났어.'라며 한 표 던지고 시작하려한다. '자라는 인형'이 누워있는 들판은 황량하기 그지없다. 현실같이 어두운 까만 밤하늘을 이고 누운 그 손목엔 차마 놓칠 수 없는 줄 하나 매어 있다. 알록달록 풍선, 그것도 커다란 풍선을 이미 그는 오래된 과거 속에 올려놓고 있었다. 무지개가 꿈이라면 굳이 검은 하늘에 등장한다 한들 그것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다. 무지개를 통해 얻은 보석 같은 조각들은 희망이 되어 조금의 위안이 되기도 하고,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달콤한 에너지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긍정의 예쁜 불꽃을 꽁지에 달고 오래 전 띄어 놓은 풍선을 향해 날아가는 로켓은 자라는 인형의 현재 표지일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놈의 '진정성'이란 단어를 옆에 두고 살아야 직성이 풀리는 작가는 '자라는 인형'의 발밑에 항상 반추해 보려는 듯 웅덩이 하나 파 놓았다. 웅덩이에 걸린 오래된 풍선. 그것을 잊지 않으려, 그것을 향해 나쁘게 가지 않으려 하는 듯이 말이다.

김들내_캔버스에 유채_20×80cm_2007

그렇게 느리지만 진짜로 가다보면 숲 속에서 발견한 왕관처럼 그토록 바라던 꿈을 찾아낼 지도 모른다고 김들내는 이야기한다. 그런 김들내에게 나는 다시 말하고 싶다. 숲은 먼 곳에 있지 않다고 말이다. 세월 속에서 정말 자라난 인형은 오래된 과거 속에서 미래를 말하고 있으며 그것은 다름 아닌 무지개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의 꿈과 희망일 것이다. 꿈이나 희망이란 오래된 단어는 그 가치와 상관없이 진부하고 낡아 보이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김들내의 꿈과 희망을 '오래된 미래'라 바꾸어 말하려 한다. 파랑새를 찾아 먼길을 돌아온 김들내의 희망은 바로 그가 오래 전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가지고 있었음으로. ■ 김최은영

Vol.20071207d | 김들내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