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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05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09:30am∼07:00pm
갤러리 서화 서울 강남구 청담동 63-12번지 B1 Tel. 02_546_2103 www.galleryseohwa.com
최헌기는 그의 초기 회화부터 최근의 설치작업에 이르기까지 기성의 관념에 대한 회의와 도전의식을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의 초기 회화는 주관적인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출하는 표현주의와 앵포르멜 회화가 어느 면에서 격정적으로 보이지만 그 속에 자유로운 개성의 활달함이 넘쳐나고 있으며, 이러 특징은 설치 경향의 작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형식의 혁신 못지않게 작품의 내용은 그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마르크스, 레닌, 모택동의 초상사진 사이에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넣고 그것을 여러 겹의 천으로 싼 작업은 사회주의사상에 대한 회의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 초상사진 위에 '6×9=69', '?=!!!'와 같은 난해한 부호들을 기입함으로써 학교에서 학습을 통해 '주입된 사상'이 과연 진실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6×9는 54임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그는 보편적인 상식을 전복시켜 6×9가 69가 될 수 있음을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조형의 반란자일 뿐만 아니라 상식을 뒤엎는 모험을 감행하는 이단자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서 학습된 사상대로 사유하거나 행동하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주체자임을 드러내고 있다.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요소 중에서 숫자나 애매모호한 부호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마구 휘갈겨 쓴 글씨이다. 이 글자들은 해독하기 힘든 것이기는 하지만 그 형태가 초서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파악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어려운 초서에 대한 기억은 문화 혁명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년이었던 그는 마을 어른들이 대자보를 작성하는 것을 보고 그 의미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지만 종이 위에 휘갈겨 쓴 글씨가 시각적으로 멋있었고 아름다웠다고 회고한다. 즉, 그는 어린 시절부터 그 대자보를 통해 초서, 특히 광초의 조형미를 터득하였던 것이다. 그가 휘갈겨 쓴 문자를 해독하기란 쉽지 않지만 그것을 문자로 보지 않고 작품을 형성하는 하나의 조형요소로 볼 때 공간을 장악하거나 점유하고 있는 밝게 빛나는 원색의 율동이 화면을 얼마나 생동감 넘치게 만드는지를 발견할 수 있다.
그는 최근 화면 위에 그렸던 문자를 입체로 세우는 실험을 하며 평면적인 문자라는 요소를 입체로 구현시키며 이를 완벽한 설치로 표현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에 있어 중요한 모티브가 광초라는 점, 캔버스를 대신해 천을 사용하고 있고 설치에 있어 전통적인 족자의 형식을 연상시키는 방법을 사용한다는 점, 그리고 화면 속에 등장하는 태극과 같은 도상 등은 그가 전통을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거울을 통해 공간을 무한대로 확장시킬 뿐만 아니라 내용적으로 그의 작업이 추구하는 반영과 반성을 강화하는 장치로 이용하기도 하였다. 즉, 일어선 문자나 거울 등을 통해 평면과 입체, 전통과 현대, 자아와 세계의 조화와 소통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전통과의 단절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창작의 자산으로 활용함으로써 내용과 형식의 강화는 물론 자신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내용이 없는 형식은 공허하고 형식이 없는 내용은 초라하다. 최헌기는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으로 편중하지 않는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를 창조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갤러리 서화
Vol.20071206e | 최헌기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