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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29_목요일_06:00pm
갤러리 보다 기획전
갤러리 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61-1번지 한라기산빌딩 2층 Tel. 02_3474_0013 www.bodaphoto.com
밀랍 판에 눌러 새겨가면서 기억을 기록하고자 했던 고대부터 지금까지 망각과 변형에 대한 두려움, 온전히 소유하고자 하는 열망이 다양한 기억 수단을 만들어냈듯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을 고스란히 소유하고자 하는 나의 집착은 망각에 대한 두려움에서 시작되었다. 누구나 마음속에 자기만의 밀랍판을 소유하고, 그곳에 기억을 새겨 넣는다. 그리고 그 밀랍판은 거칠 수도, 딱딱할 수도, 매끄러울 수도 있다. 나는 항상 단단하고 견고한 그것을 희망했다. 단단하다는 것은 상(像)을 새겨 넣기는 힘들지만 그만큼 쉽게 지워지지도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 것은 지나치게 무르고 지나치게 깊다. 쉽게 눌려 자국이 남고, 그 위에 다시 눌리고, 세월에 마모되고, 충격에 찌그러진다.... 지워지고, 겹쳐지고, 변형되면서 더 이상 찍혀진 상의 의미를 읽어낼 수가 없다. 그것은 결국 내게는 기억하기 위해 집착해야할 실재(實在)가 아닌 것이다.
사람들은 사진을 통해 기억을 고정시키고 기억을 어둠속에서 건져내어 '있는 그대로' 소유하려 한다. 그리고 사진을 통해 기억의 실재성에 대한 믿음을 부여 받는다. 사진은 하나의 창(窓)일 뿐이며, 사진 찍힌 대상의 강력한 존재감은 '의미' 이전에 벌어진 '사실'을 말하도록 만든다. 우리는 사진을 보며 사실을 진술하고, 그것은 하나의 내러티브를 가진다. 그리고 사진의 내러티브는 '이미 일어난 실제 사건'을 지시한다. 이런 의미에서 사진의 '의미'는 과거의 반복이며 '재구성된' 내러티브이다.
스트레이트한 사진으로 기록된 장면들은 단편적인 시각적 기억을 합성하여 대상의 이미지를 재현하므로, 그것은 불가피하게 어느 정도 관념적이다. 현상은 사건이지만 기억속의 합은 변조의 내러티브인 것이다. 공간은 현실의 특정한 장소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여기서 현장성은 변색되고, 초현실적이고, 방부제의 냄새를 갖게 된다. 그 공간속에서 인물들을 등장, 배치시키면서 '도치된 내러티브'를 만들어 나갔다. ■ 강선영
Vol.20071205f | 강선영 사진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