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 / 2007_1205_수요일_05:00pm
국민일보 갤러리 개관1주년 기념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요일_10:00am~05:00pm / 토요일 휴관
국민일보 갤러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2번지 CCMM 빌딩 B1 Tel. 02_781_9233
김윤신의 회화, '천상의 영혼'을 새긴 서사시 ● "조각과 회화를 아우른 조형미" ○ '김윤신'은 너무나 잘 알려진 한국을 대표하는 여류 조각가이다. 특히 여류조각가 1세대인 김정숙, 윤영자 선생과 함께 한국 조각사에서 빼놓지 않고 주목해야할 작가임에 틀림없다. 그런 조각가 김윤신이 이번엔 회화작품을 선보인다. 조각가가 회화를, 화가가 조각을 병행하는 것은 전혀 흠이 되지 않는다. 헨리무어나 피카소가 그랬듯, 오히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괄목할 만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예술가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번 김윤신의 회화작품 역시 그 연장선에서 봐야 옳을 것이다. ● 작가 김윤신이 회화와 인연을 맺은 지는 오래다. 1959년 이후 7년간의 파리 유학시절에 이미 조각은 물론 판화와 평면작업을 병행했다고 하니, 그림도 조각과 같이 시작한 것에 다름없다. 다만 아쉬운 점은 현재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면서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국내엔 김윤신 작가에 대한 정보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미뤄 보건데 지금의 이국(異國) 생활이 그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형성하는데 적잖은 영향을 주고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만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김윤신 작가의 회화작품을 보다 원활하게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조각 작품의 남다른 묘미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수월하리라 본다. 왜냐하면 그에게 조각과 회화는 한 몸이기 때문이다. ● "보편적 사고의 산물이기도 한 김윤신의 조각에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질서와 자유가 함께 어우러져 있다. 그의 작품은 본질적 조화를 추구함에 있어 재료와 형상과 공간이 신비적인 생동감으로 어우러지는 한 가상적 현실에 기초하고 있다. 깊은 종교성을 실천하는 김윤신의 숙고의 소산이기도한 그 조화로운 표현에 나타나는 암시적인 선(線), 넘치지 않는 섬세함과 나무의 결은 우주에 대한 동양적이면서 작가 개인적인 통찰력을 나타낸다." 아르헨티나 수도인 부에노스 아이레스시 현대미술관장을 역임한 로베르토 델 빌라노(Roberto del Villano)가 1984년 재임시절 김윤신 작가를 만난 이후 적은 작품에 대한 단상이다. ● 김윤신 작가는 홍익대 졸업 후 파리국립미술학교를 수학하고 한동안 국내에서 활발한 활동을 전개했다. 성신여대, 홍익대, 청주사대 강사를 거쳐 상명여대(현 상명대)에 조소과를 만들어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83년, 우연한 여행길에 올랐던 아르헨티나에 매료되어 결국 그의 작가일생 '터닝 포인트'를 맞는다. 1984년 이후 줄곧 아르헨티나에 머물며 국제적인 역량을 넓히고 있는 그의 작품은 남미에서도 큰 호평을 받아 멕시코 현대미술관 등 다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었다. 2002년에는 아르헨티나 대표작가로 중국서 개최된 북경올림픽 기념 국제조각심포지엄에 참가한 바도 있다.
분이분일(分二分一) 합이합일(合二合一) ● 김윤신 작가의 작품이 뿜어내는 매력은 '풍부한 감성과 영혼의 깊은 울림'으로 정리될 수 있다. 우리에게 이미 낯익은 조각품이나 이번에 선보이는 평면회화에 나타나는 일관된 느낌이자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키워드다. 굳이 신(神)과 연계한 창조적이고 영적 세계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사색적이며 충분히 명상적이다. 아마도 이런 예술세계를 창조해낸 것은 아르헨티나에서 찾은 새로운 소재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즐겨 애용하고 있는 작품의 재료는 '남미의 광활한 자연환경에서 받은 영적 감흥'이 스민 존재일 것이다. 형형색색 자연의 아름다움이 깃든 돌과 나무들은 김윤신 작가의 손을 거쳐 비로소 단순하고 기하학적 형태의 '자연성'과 신비로운 '생명성'을 동시에 얻게 된다. 회화에 등장하는 화면의 구성요소 역시 마찬가지다. 화면을 가만히 들여다보자면, 전체를 굵직굵직하게 나눴는가 하면 이내 편편 쪼개 잔면들로 만들어 조각의 덩어리와 파편의 흔적을 그대로 옮겨 놓고 있다. 또한 다소 신비롭고 주술적인 이국적 분위기의 색감연출은 '팽창과 응축, 집중과 확산이란 추상 조형언어'로 이해되며,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독창적인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거칠고 투박하지만 순수성과 단순미가 돋보이는 붓 터치는 조형적 구성미를 돕고 있다. 나아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하는 작가관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합(合)과 분(分)이 연속해 결합한 형태의 그의 작품들에서 새로운 '영적교감'을 느끼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 "전통과 현대 그리고 자연미가 하나로 어우러진 추상미학의 절정. 편안한 느낌을 주는 태초의 세계를 작품에서 추구합니다. 조각이란 작가의 직감력과 소재의 상호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공간개념의 예술. 머리 속의 잡념을 모두 비운 상태에서 며칠 동안 원목 덩어리를 들여다 보다 영감이 떠오르면 전기톱을 들어 작업을 시작합니다. 단단하고 거친 나무 덩어리는 어느새 유연한 소재가 되고 나무와 저는 하나가 됩니다." 자신의 조각 작품에 대한 짧은 소견이지만, 그대로 회화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삼아도 무리가 없다. 거칠고 단단함이 곧 부드럽고 유연함과 동체(同體)가 될 수 있음을 작가는 작품으로 말해주고 있다. 더불어 김윤신 작가가 구사하고 있는 조형적 기교는 그리 복잡하거나 난해하지도 않다. 최소한의 재단과 터치로 화면의 생기발랄을 생성시킨다. 원시적 향수를 물씬 뿜어내면서도 세련된 현대적 미감을 잃지 않는 것도 바로 그만의 '무기교 속에 이미 완결된 자연의 힘'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김윤신은 스스로 자신의 작업을 '신과 나의 대화'라고 비유하며 작품 명칭 또한 삼위일체를 뜻하는 '분이분일(分二分一), 합이합일(合二合一)'로 명명해온 것은 작가적 관점이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돌이켜 보면 결국 우주나 절대자에 대한 염원, 하나님과의 신앙적 교감을 형상화하는 것 역시 환상적인 자연환경에서 받은 영감을 전하려는 또 다른 표현의 방편은 아니었을까.
대지에 '천상의 영혼'을 새기듯 ● 김윤신 회화의 첫 느낌은 '천상의 영혼'을 너른 대지 위해 새겨놓은 한 편의 장대한 서사적 파노라마를 보는 듯했다. 남미 특유의 인디오 문양 혹은 한국의 전통적인 장승모습 등이 서로 교차되어 등장한다. 화면 전반을 주도하고 있는 스크래치 기법은 다소 거친 느낌이지만, 반면에 작가의 손끝에서 얼마나 창조적 열정이 끊임없이 샘솟고 있는가를 짐작하게 한다. ● 김윤신은 바로 그 필봉(筆鋒)으로 원초적 대지 위에 원색 자수를 놓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그만의 풍경이다. 동양과 서양의 감성이 신비롭게 교차된 풍경은 보는 이의 가슴에 거대한 산과 광활한 들판과 소용돌이치는 강을 만들어 낸다. 다른 한 편에선 합죽선의 화상(畵像)이나 태고의 빗살무늬가 발견된다. 이 모든 형상들은 서로 어우러져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분출하면서도 깊은 잔상을 남겨 , 볼수록 친숙해짐을 떨칠 수가 없다. 왜일까? 비록 몸은 아르헨티나라는 지구 반대편에 머물고 있지만, 내재된 감성의 표현을 위해 우리 전통적인 고유의 색감인 오방색(五方色)을 차용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바로 김윤신 자신을 낳고 키워준 고향의 감성적 원천은 멀리할 수도 버릴 수도 없는 것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는 대목이다. 더구나 그의 화법(畵法, 話法)이 더욱 매력적인 이유는 물리적 지리적 한계를 초월한 철학적이며 명상적인 정신세계를 담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점을 들어 김윤신의 작품세계를 궁극적인 비전을 지향하는 비상(飛上), 절대자에 대한 종교적 경배(敬拜) 등으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 "오늘날의 작업은 모태인 땅에서 절대자를 향하는 염원으로 지상과 천상을 연결하는 연속성의 매개체로 조형상의 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그 어떠한 것도, 이성적 판단에 얽매인 그 어떤 통제나 미학적인 선입관념 없이 절대적 절단의 단면이 수직, 수평도 아닌 비스듬한 대각선을 이루면서, 하늘에 닿고자하는 기원을 그리는 것이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고 매일, 매순간 절대자와의 대화를 나누듯이 기도 속에서 나의 조형언어는 공간의 유한성을 초월한 소우주(小宇宙)를 표출해 가는 '합이합일, 분이분일'이 한 시리즈로 이뤄지고 있다. 이것은 작품 자체뿐만 아니라 주위의 자연과 전체로 결합하는 총체적 합과 분인 것이다." 김윤신의 작가노트처럼, 예술가에게 작품의 완성은 끊임없는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얻는 결과이다. 자신의 육체를 감싸고 있는 영혼의 빛을 인지하고, 그 빛을 스스로 자신의 몸 안에 불러들여 다시 호흡을 통해 '작품'으로 뿜어내는 것이다. 결국 예술가의 작품은 '영혼의 빛'이며 영원히 부정할 수 없는 '영혼의 동반자'이다. 김윤신이 그려낸 작품 역시 그런 '천상영혼의 메시지를 담은 숭고한 서사시'로 읽으면 어떨까. ■ 김윤섭
Vol.20071205e | 김윤신展 / KIMYUNSHIN / 金允信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