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with image

조정화 조각展   2007_1205 ▶ 2007_1218

조정화_원피스 사계(시리즈1-4)_폴리코트에 채색_170×45×35cm×4_2007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인사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1205_수요일_05:00pm

인사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29-23번지 Tel. 02_735_2655 www.insagallery.net

회화 조각, 조각회화 ● 조정화가 만든 인간상은 조각이면서 회화이고 부조이면서 환조이기도 하다. 앞면과 뒷면이 납작하게 맞물려 직립하거나 벽/평면(밥상)에 기생하는 이 입체물은 어디선가 보았던 이미지들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그것은 기억 속의 이미지들을 건드려주면서 부단히 참조하게 한다. 미술사 책자의 도판, 영화배우와 만화의 캐릭터, 광고 모델, 그리고 인터넷상으로 떠도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불러 모아 현실 공간으로 호출하였다. 가상공간 속에 저당 잡힌 인물들이 마법에서 풀려나 우리 눈앞에 부정할 수 없이 자리했다. 스크린이나 대중매체의 지면에서 홀연 빠져나와 현실계에 존재하는 이 이미지는 실제와 가상 사이에서 흔들린다. ● 작가는 일상 속에 편재된 무수한 이미지, 인물상들을 채집하고 이를 재현한다. 실재하는 모델의 육체나 허구 속 이미지들을 다시 복제, 재현한 이미지다. 이미지를 다시 이미지화 하고 있는, 이미지의 재이미지이자 이미지의 복제인 셈이다. 그것은 실제이면서 허구이고 욕망이면서 환상이다. 보기만 하고 만질 수 없는 것들을 감촉시키고 가상 속에서만 자리했던 것들을 실제화하고 있다. 사실 모든 이미지는 결국 부재하는 것을 눈앞에 현존시키고자 했었던 강렬한 욕망의 소산이다. 이미지는 실제이자 동시에 허구이고 허구이면서도 실제를 끊임없이 상기시켜주는 마술과도 같은 것이다. 모든 사물, 인간의 일회적 성격을 극복하려는 이미지의 어원은 매직이다. 그리고 모든 조각적 재현은 당대 우상들의 몸이었다. 고대인들이 갈망했던 육체와 신과 동물의 몸, 종교적 우상물이 그렇다면 동시대인들이 우상은 대중문화를 통해 제공된 스타들의 몸일 것이다. 자본화된 관능과 매혹, 완벽한 육체에의 동경, 시간과 질병이 스며들지 않는 영원히 신선한 몸, 성적 매력과 완벽한 외모를 지닌 몸이 오늘날 우리시대의 우상, 종교다. 나아가 광고와 만화, 애니메이션 속의 도상들 역시 그렇다. 그런가하면 미술사 속의 여인상 역시 작가의 개인적 관심 속에 지속되어 재현되는 우상의 또 다른 예다.

조정화_원피스 3, fall_폴리코트에 채색_170×45×35cm_2007
조정화_원피스 1, summer_폴리코트에 채색_170×45×35cm_2007
조정화_Umbrella 2_폴리코트에 채색_174×100×35cm_2007

조정화의 인물상은 개인적 욕구와 관심에서 우선적으로 출발한다. 작가 자신이 동경하는 아름다운 여성, 매력적인 몸들이자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육체가 입체로 출현한 것이다. 그들은 본래의 맥락에서 이탈해 독립적으로 호명되어 공간 속에 평면으로, 선으로 자리하고 있다. 구체적인 현실 공간에 침묵으로 서있다. 폴리코트 위에 채색을 더해 만든 이 상은 이른바 직립하는 부조회화다. 단면으로 자리한 이 회화조각은 정교한 묘사와 채색에 힘입어 사실성을 강조한다. 극사실에 가깝게 실재하는 모델을 닮은 형상들은 조각적 모방의 오랜 전통을 떠올려주는 한편 결국은 허구의 상이라는 사실, 동시에 평면의 공간에서 존재하는 볼륨을 지닌 이미지란 사실들과 충돌한다. 작가는 평면이미지를 보면서 그것을 늘상 입체로 상상해보는 습관이 있다고 한다. 당연히 조각가는 모든 것을 입체적으로, 공간적으로 환원하는 상상력을 지니는 존재다. 평면이 회화의 존재조건이라면 3차원의 공간은 조각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회화란 피부위에 질료들이 구축되어 서식하는 장이라면 조각은 물질들이 자립하는 영역이다. 그것은 단지 망막에 호소하는 세계가 아니라 촉각적이고 물리적인 세계이자 중력의 법칙을 생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조정화는 조각과 회화를 섞어버리고 그 경계를 무화시키고자 한다. 그림 같은 조각, 조각 같은 그림이기도 하고 조각의 존재론적 조건을 적극적인 회화적 영역으로 전환시킨 형국이다. 조각이란 일정한 무게감을 지닌 덩어리가 특정한 공간을 차지하면서 실제하는 입체이자 무엇보다도 중력의 법칙을 받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이라는 인식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그것은 납작하고(저부조) 칼라링과 묘사로 인해 회화로 다가오면서 조각적 재료가 지닌 본래의 물질성이나 질료성을 지워나갔다. 거의 부피를 갖지 않고 약간의 높낮이를 지닌 이 이미지는 회화와 조각, 그 어딘가에서 부유하는 듯 하다. 그 모두에서 혹은 그 어디에도 속하기 어려운 그런 공황적인 경계를 보여준다.

조정화_Umbrella 1_폴리코트에 채색_170×85×35cm_2007
조정화_Tissot James Jacques의 Croquet중에서_폴리코트에 채색_170×85×35cm_2007
조정화_비와 아기폴리코트에 채색_65×45×15cm_2006

작가는 주어진 평면 속에 갇혀 있던 그 인물들을 공간과 현실세계로 끄집어냈다. 회화의 존재조건인 평면을 답답하게 여겼던 모양이다. 마치 그림 속 인물들이 실재하는 이 세계로 호출되어 나온 형국이다. 아울러 버려진 밥상의 피부위에 부조를 올려놓았다. 우리들 삶 속에서 가장 친숙하고 일상적인 이 밥상이 적극적인 화면/프레임이 되고 밥상이라는 구체적이고 기본적인 삶의 공간에 환영 같은 인물상이 풍경처럼 보여진다. 일상에 일상이 얹혀지고 오브제에 기성이미지들이 올려져있다. 이들은 깊이를 지니고 있지 않고 오로지 피부로만 존재하는 조각이다. 그리고 혼자 설 수 있는 부조, 자립하는 회화이기도 하다. 조정화는 벽에 의존하고 벽으로부터 기생해온 부조를 직립시키고 독립시켰고 동일한 맥락에서 평면에 갇힌 이미지를 추출해냈다. 사실 조각이 벽으로부터 독립하려면 색을 지녀야 한다. 벽에 묻히거나 벽과 동일한 재료 아래 묻혀있는 것을 돌출시키고 그것을 돌올하게 하기 위해 작가는 회화적 수단을 이용했다. 일루젼을 극대화시키고 회화적 수단을 차용하고 유사의 전략을 통해 대중들의 기억 속에 각인된 도상/우상을 재경험화시킨다. 또한 늘상 평면 안에서만 접했던 이미지들의 뒤까지 보게 해준다. 그 뒷면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연출된다. 화면 속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은연중 차별화한 뒤를 적극적으로 보게 된다. 그림은 항상 한 면만을 보여주고 그 뒷면을 상상하게 했다면 조정화는 그 뒷면의 궁금증을 보여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위트와 재미도 가미되어 있다. 앞면이 착의라면 뒷면은 속옷차림의 신체를 동시에 보여주는 식이다. 앞과 뒤를 다르게 보여주면서 존재의 양면성이나 이중성을 새삼 유추하게도 하는 것이다.

조정화_쥴리엣_폴리코트에 채색_65×45×15cm_2006
조정화_황진이_폴리코트에 채색_65×45×15cm_2007
조정화_Violet perfum_폴리코트에 채색_48×48×27cm_2007

작가는 기존 조각이 관행적으로 문제 삼던 주제나 방법과는 달리 자신의 주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아내는 한편 동시대 대중들과 적극적인 교호를 나누는 조각적 소재를 찾는다. 기꺼이 대중문화 속 기성이미지(오브제이미지)에 붙어나간다. 그런 의미에서 팝 적인 조각이라고 불러볼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인 기호와 관심, 이미지 재현의 유희를 조각으로 삼고 있다. 조각으로 재현된 인물들은 누구나 익히 알고 있는 대상들이다. 우선 서양미술사의 명화라고 일컫는 작품 속 여성이미지들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커다란 드레스나 화려한 의복을 입은 공주 같은 차림의 아름다운 인물상들이다. 우산을 받쳐 쓰고 부풀어 오른 치마를 입은 모습들인데 더러 트레머리에 한복을 곱게 입은 조선시대 여인들의 모습도 재현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대중문화의 스타들이 등신대 크기로 재현되었다. 영화배우나 연기자, 가수, 모델 등이 그들이다. 모니터 위로 떠도는 2차원 영상을 3차원 실물로 환원시킨 것도 있다. 누구나 한 번 보면 누구인지 한 눈에 파악되는 인물이다. 여기에는 재현술이 우선되고 닮음꼴이 척도다. 그 모습은 흡사 밀랍인형을 연상케 한다. 실재는 아니지만 실물을 대체하고 있기에 일종의 마네킹과도 같다. 혹은 상업적 광고의 목적이나 장식차원에서 재현한 조각상, 키치적인 상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이 홍보용 입체인형으로 길가에 세워지거나 등신대 크기로 재현되어 매장 진열대를 장식하는 것도 연상시킨다. 이런 작업들은 현대미술과 우상숭배의 관계를 새롭게 인식시킨다. 우리는 대중매체를 통해 그들의 육체와 모습에 익숙해졌고 은연중 그들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 시대에 대중문화의 스타들은 시각매체가 만들어낸 아이콘이자 기호다. 대중문화가 생산해낸 욕망과 환상이다. 사람들은 그들의 몸을 닮고 싶어한다. 우리 시대에 연예인의 몸이란 절대적인 기호이자 심벌이 되었다. 조각이 재현해야할 인물상이 오늘날 그들이 몸에 기생해 나가는 형국을 은연중 드러낸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이미 그들의 몸이 모든 참조의 대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존재는 분명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따라서 모방/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조정화는 자신이 좋아하는 그 우상들을 즐겁게 조각했다. 그리고 보는 이들도 함께 참여해 즐거이 관람하기를 원한다. 동시대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대상을 가장 친근한 재료로 복원해내고 있는 작가의 작업은 현대조각의 대중성과 일종의 공공미술적인 성격을 강하게 환기시킨다. ■ 박영택

Vol.20071205b | 조정화 조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