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란 친근한 소재에 발을 굳게 디디고 있는 재미있는 문화사론 인문학과 예술의 광범한 분야를 넘나들며 교직한 독보적 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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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의 시초는 언제일까? 서구의 식탁에서 처음 포크가 사용된 시기는? 길가에 있는 가게에 언제부터 간판이 걸렸고, 또 식당에서 메뉴판은 언제 처음 사용되었을까? 음식 문화의 오랜 연원을 추적해 가는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는 초기 르네상스 이후 유럽과 미국의 음식 그림들을 연구하면서, 음식 회화를 자체의 역사를 지닌 별도의 장르로 분류한다(주방, 음식 등의 지극히 세속적인 주제를 담은 그림에서도 그 시대의 엄청난 변환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이자 이 책의 저자인 케네스 벤디너는 식사와 예술이라는 유쾌하고 흥미로운 주제를 함께 엮으면서 짧은 분량으로 음식에 관한 광범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여기에서 검토하는 음식과 식생활의 역사는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부터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 등장하는 회화 작품들로 국한된다. 당시의 생활사, 신분제, 종교 의식, 성 의식 등 다양한 분석틀을 자유자재로 활용한 저자의 박식함 덕에 지루할 새 없이 흥미롭게 읽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그림 속 작은 음식 하나에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브뢰헬, 렘브란트, 샤르댕, 마네, 워홀 등의 유명 작품들과 아울러 그보다 덜 알려진 많은 화가들의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고 분석한다. 철학, 역사, 미학 등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면서 계급과 시대, 나라에 따라 달라지는 음식 문화와 관념의 변화추이를 미시사적 관점에서 절묘하게 짚어낸 이 책은 인문학과 예술의 광범한 분야를 넘나들며 교직한 독보적 저작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림 속 작은 음식 하나에도 그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 있다 노련한 풍속의 관찰자가 들려주는 식생활의 역사와 미학적 세계관
번득이는 통찰력으로 인문과 예술의 두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이야기꾼, 케네스 벤디너는 그림 속 상징들을 풍부하게 버무려 흥미진진한 한 편의 미시사를 완성했다. 그는 과거와 현재의 음식과 식생활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물화, 춘화, 사냥 그림, 술, 시장, 메뉴, 식사하는 사람 등을 두루 조사하는 한편, 낙관적이고 인간중심적인 르네상스 음식 회화의 정신과 이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풍요, 성공, 성취의 이미지를 방대한 그림과 해박하고 재치 넘치는 해설로 훌륭하게 복원해냈다. 음식 회화는 음식을 어떻게 판매하고 소비했는지에 관한 상세한 사항을 상당 부분 전해주는데, 가령 안니발레 카라치의 「푸줏간」에서 볼 수 있는 상품 거래 모습은 16세기 풍요로웠던 이탈리아 사회의 반영이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주방 스토브」나 앤디 워홀의 「200개의 수프 통조림」 같은 팝아트 작품들은 모든 사람에게 여러 물건을 일관적이고 내구적인 형태로 공급해 주는 현대 식품산업의 활기와 더불어 대량 마케팅의 공포를 이야기한다. 인상주의 화가 귀스타브 카유보트가 19세기에 그린 과일 시장의 장면에서 과일들을 상자로 분류하고 종이로 싸고 공업 생산품인 일회용 용기로 깔끔하게 배치한 것은 기계화되고 고도로 조직화된 식품 가공, 세계적 규모의 포장과 유통을 향한 19세기의 거대한 변화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 케네스 벤디너는 위대한 대가들의 음식 그림을 미학적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않았다. 그보다는 그림의 암호를 풀 듯 작품에 나오는 잔치, 죽은 짐승, 과일, 식기 등의 근저에 놓인 생각 혹은 무의식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이 책에 수록된 그림들이 단지 조리 방법의 역사적 변천을 보여주는 삽화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식습관, 계급 차이, 새로운 식품, 문화적 연관성, 다양한 사회와 시대의 종교적, 의학적 믿음 등을 두루 살핌으로써 회화 작품들의 평가를 풍요롭게 하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이다. 서양 미술사의 통상적인 사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작품들을 분류해 보면 오히려 진실한 역사를 발견할 수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예술적 이데올로기 속에 감춰진 서구 문화의 속살 섬세한 사고의 틀로 걸러낸 음식과 예술에 대한 문예학적이고 철학적인 탐사
각 장에서는 음식의 재료를 구입하고 요리해서 먹는 일련의 과정을 단계적으로 추적해 나가는데, 1장은 음식의 수집과 판매, 2장은 음식의 준비, 3장은 식사, 4장은 순전히 상징적이고 장식적인 음식의 표현을 매우 색다른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소개된 그림들은 대개 시대순을 따랐지만, 때로는 핵심을 지적하거나 더 큰 연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시대순을 따르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음식과 식생활의 역사라는 인문학적 주제와 음식 회화의 변천이라는 예술적 테마를 통시적으로 고찰하는 이 책은 음식 그림으로 재구성한 서양생활사이자, 회화 속 숨겨진 상징을 찾아내는 잔재미도 상당하다(그림 속에서 당시의 생활상과 연관된 여러 상징적 의미를 해석해 내는 저자의 능력은 실로 탁월하다). 저자는 식사의 배경, 식기, 음식의 종류, 식사 예절을 통해 각각의 사회 계층을 세심하게 정의하는 다양한 의미들을 발견해 내는데, 예를 들어 17세기에 사탕은 부의 표시였고 19세기에 순무는 가난의 표시였다. 또 포크를 사용할 줄 모르면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지 못했다는 뜻이다. 익히 알고 있는 그림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독창성도 이 책을 각별하게 만든다. 저자는 회화 작품을 해설하면서 미술적 기법, 구도, 유파 등과 같은 전문 지식은 배제한 채 당시의 생활사나 성 의식같이 흥미를 끌 만한 관점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에게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 음식이란 친근한 소재에 발을 굳게 디디고 서서 그림 속의 음식, 음식 속의 역사라는 주제를 참신하게 직조해낸 재미있는 문화사론으로, 브뢰헬이 왜 농부들의 식사 장면을 그렸는지, 샤르댕이 왜 브리오슈를 오렌지 꽃으로 장식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는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미술사에서 저평가된 음식 회화가 실은 대단히 풍부한 분야라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 위즈덤하우스
■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미리보기
종교와 의학에서는 음식이 중요하게 다루어졌지만 회화에서는 그 지위가 사뭇 초라했다. 16세기 이래로 예술 이론가와 학자 들은 정물화, 그중에서도 특히 음식을 다룬 정물화를 예술적 위계의 맨 아래에 놓았다. 위대한 문학 작품이나 음악, 무용, 영화 중에서 음식을 찬미한 작품들이 얼마나 많은가? 간혹 그 진지한 주제를 희극과 해학극으로 다룬 작품도 있다. 「사랑과 죽음」(1975년작)이라는 영화에서 우디 앨런은 나폴레옹과 웰링턴 공작의 경쟁심을 '쇠고기 웰링턴'과 '나폴레옹'이라는 이름의 페이스트리를 동원하여 재치 있게 표현한다. 이 두 음식에는 '사랑'이나 '죽음'에서 느껴지는 장중함과 위엄이 없다. 앨런이 음식을 다루는 것처럼 역사를 조작한다면 역사는 유쾌하면서도 우스꽝스러운 것이 된다. 음식을 예술의 주제로 삼을 때의 문제점은 바로 그 '낯익음'이다. 우리는 사업을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행사나 의식을 치를 때 식사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음식은 모든 사람이 늘 접하는 극도로 평범하고 진부한 것이어서 특별한 고려의 대상이 될 만한 가치가 없어 보인다. / p25-26 『음식과 예술』 중에서
대다수 서양인들의 식단에 육류가 자주 등장하게 된 19세기 이전까지 육류는 부자들만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기에 고기를 먹지 말라는 교회의 명령은 완전히 비현실적이고 수사적인 것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순절의 율법에 따르면 고기뿐 아니라 짐승에게서 나온 식품 전부가 금지되어 있었다. 따라서 달걀, 버터, 우유, 치즈, 베이컨, 돼지기름 등 빈민의 식단에 맛을 가미해 주던 식품도 모두 금지되었다. 우유를 먹지 못하면 포리지를 끓일 수 없고, 동물의 지방과 치즈를 쓰지 못하면 빵에 바를 게 없으니 음식 맛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물론 그 대용물로 마련된 올리브유, 생선, 각종 야채도 훌륭한 음식이었다. 그러나 빈민들은 싱싱한 생선보다는 소금에 절인 생선을 먹으며 육류 섭취 금지 기간을 견뎠다. 따라서 빵과 생선이 그려진 17세기 회화 작품을 볼 때는, 그 작품이 육류를 먹지 말고 고통을 견디며 정화하라는 종교적 명령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 p49 『제1장 시장 풍경』 중에서
스펜서의 그림 속 남자는 바닥에 흩어진 식품보다 체면을 잃은 것 때문에 기분이 상해 있다. 화가는 남편이 화난 이유가 식품에 대한 절박함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미국적인 시장 풍경은 아르첸이나 렘브란트, 체루티의 작품과는 사뭇 다르다. 스펜서의 19세기 장바구니에는 사철 식품이 모두 들어 있다. 국제적인 규모의 장거리 쇼핑망이 발달한 덕분에 웬만한 식품은 모두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소금이나 설탕에 절이거나 말리는 방법 등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낯익은 식품 보존법 외에도 통조림이나 냉동 같은 새로운 방법이 이미 존재했다. 이런 식품은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도 운송되었는데, 병이나 깡통에 넣어 신속하고도 대규모로 식품을 보존하는 19세기 방식은 당시로서는 매우 혁신적인 것이었다. 스펜서의 남편이 도시 길바닥에 떨어뜨린 달걀, 양상추, 오이 등은 현지에서 재배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1850년대의 시카고 같은 대도시는 철도를 비롯한 수송 수단을 통해 단시간에 어떤 식품이든 가져올 수 있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불과 30∼40년 뒤에는 현대적인 슈퍼마켓도 등장하게 된다. / p81-82 『제1장 시장 풍경』 중에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로 모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귀스타브 쿠르베도 서민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예를 들어 사과를 그리더라도 그는 농부들이 실제로 접하는 투박하고 울퉁불퉁하며 흙이 묻은 사과를 그렸는데, 이는 같은 시기에 앙리 팡탱 라투르가 묘사한 중산층 식탁을 장식하는 사과와는 사뭇 다르다. 또한 앙리 팡탱 라투르는 계급을 연상시키는 부속물로 우아한 도자기 찻잔을 함께 그렸다. 이처럼 음식 그림에는 사회의식이 크게 작용한다. 사회의식은 특히 그림의 배경이나 식사 장면과 관련되지만 음식을 준비하는 그림에도 반영되어 있다. 노동 계급은 캐비아나 꿩을 먹지 않고, 모네가 그린 것과 같은 값싸고 질긴 국거리 고기를 먹는다. 그리고 부자와 힘 있는 사람들은 양배추와 양파가 주재료로 들어간 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다. 때로는 식기 하나로 사회적 지위를 나타낼 수도 있다. 1920년대의 자본주의를 통박한 디에고 리베라의 「월스트리트 연회」는 복장이나 돈 가방이 아니더라도 샴페인 잔만으로 등장인물들이 방탕하게 사는 부자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술잔 하나로도 특별한 계급과 특별한 생활방식을 표현하기에 충분한 것이다. 클로드 모네의 초라한 도기 잔과 앙리 팡탱 라투르의 찻잔 역시 특정한 사회적 지위를 대변한다. / p127-129 『제2장 식사 준비』 중에서
수프에서 시작해 생선, 육류, 샐러드, 디저트, 과일과 치즈, 커피와 브랜디로 이어지는 오늘날의 식사 코스는 19세기가 되어서야 통용된 것이다. 오직 러시아에서만 코스마다 한두 가지 요리가 있었고, 식사는 각 음식이 하나씩 나오는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식사하는 사람마다 하인이 한 명씩 시중을 들었다. 따라서 19세기에 이런 식의 식사 방법은 러시아식이라고 불렸다. 수세기 동안 상류층의 일반적인 식사 양식은 여러 가지 음식을 한꺼번에 식탁 위에 늘어놓고 먹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프랑스식이라고 불렸다. 식사의 각 '코스'는 여러 가지 요리를 포함하는 프랑스식으로 구성되었으며, 주인이 손님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또한 고기를 썰어 나누어 주는 일도 하인이 아니라 집주인의 몫이었다. 19세기 이전의 서양 메뉴에서 식사의 각 코스에 나오는 음식은 무척 다양했다. 19세기 이전에 치러졌던 연회의 사례를 보면 많은 면에서 현대의 식사와 크게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p194 『제3장 식사 시간』 중에서 커피, 차, 초콜릿은 17세기에 유럽에 전해졌다. 교황 클레멘스 8세는 1594년에 처음으로 초콜릿을 마셨지만, 세비녜 부인은 1671년에도 초콜릿을 마시는 것이 새로운 유행이라고 말했다.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이탈리아의 경우 1645년, 영국은 1652년, 파리는 1672년에 문을 열었다. 런던에서 처음으로 차가 판매된 시기는 1657년인데, 캐서린 드 브라간사는 1662년에 이 중국 음료를 영국 궁정에 소개했다. 이 세 가지 음료는 처음에 유럽에서 신통한 약처럼 간주되었으며, 부유층만이 즐길 수 있었다. 희귀하다기보다는 세금이 워낙 많이 붙고 운송하기가 어려운 까닭에 값이 치솟은 것이다. 영국 정부가 차에 지나친 세금을 매긴 탓에 1773년에는 보스턴 차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 시기의 여성들은 차 하인을 별도로 두어 자신이 마실 차를 관리하게 했다. / p234 『제3장 식사 시간』 중에서
지은이_케네스 벤디너 ● 위스콘신 밀워키 대학의 예술사 교수이다. 저서로는 『빅토리아 시대의 회화 입문An Introduction to Victorian Painting』과 『포드 매덕스 브라운의 예술The Art of Ford Madox Brown』 등이 있다.
옮긴이_남경태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다양한 인문 분야의 책을 쓰고 번역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철학-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개념어 사전』 『종횡무진 한국사』 『종횡무진 서양사』 『종횡무진 동양사』 등이 있으며, 『기후, 문명의 지도를 바꾸다』 『비트겐슈타인과 히틀러』 『비잔티움 연대기』 『문학과 예술의 문화사』 『명화의 비밀』 외 여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Vol.20071204h | 그림으로 본 음식의 문화사 / 위즈덤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