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로 가는 길

노현혜 사진展   2007_1201 ▶ 2007_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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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01_토요일_01:00pm~06:00pm

송아당 화랑 대구시 중구 봉산동 217-8번지 봉산문화거리내 Tel. 053_425_6700

나에게로 가는 길 ● 사진으로 인해 잃은 것들이 많아 더 이상 상처받지 않기 위해 지난 7년 동안 카메라를 놓았다. 예전엔 주로 스튜디오에서만 이루어졌던 작업들이 '일상의 탈출'에 대한 나의 열망으로 모두 자연 속에서 이루어졌다. ● 나의 첫 작업은 겨울바람이다. 삶에 대한 허망함과 허허로움, 분노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에 대한 기록이다. ● 보여지는 나의 모습과 내면의 나의 모습이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닫는 순간이기도 하다. 오래전 받은 상처 때문에 더 이상 피사체로서의 사람(人間)은 본연의 내부에서 강하게 거부한다는 사실을 사진을 찍어가면서 느꼈다. ● 어느날, 나는 나의 또 다른 표현을 위해 직접적인 접근방법으로 셀프 포츄레이트를 찍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 나의 셀프 포츄레이트는 생명이 없는 마네킹들이다. 그녀에겐 얼굴이 없다. ● 화장을 하고 머리에 머플러를 둘러 주면서 그녀를 통해 나의 모습을 알아가기로 했다. 지난 겨울에 작업한 바람은 허허로움과 안타까움 그 자체였고, 마음 내키는 대로 꾸민 마네킹 또한 같은 느낌을 준다. 작업 도중, 카메라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른 나는 "그럴 수 없다!"며 소리친다. 나는 다시 바람과 풀, 나무를 촬영했다. 몰아치는 비바람 속에서 느껴지는 강인함과 아름다운 공기들이 위로가 되었다. 물, 그리고 낙엽... ● 바람이 부니 어느 하나 움직이지 않는 게 없다. 나의 내면은 물처럼 고요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람이 부는 대로 흐른다. 보여지는 나는, 내면의 괴리감과 외부의 자극에 의해 자주 튀어 오르고 부딪힌다. 다양한 나를 발견한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이해받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현실의 나는 현실을 도피할 수 없으며, 나를 엄습해 오는 그 모든 상황을 견뎌내야만 하는 벌판에 서 있기 때문이다. ● 갈대, 숲, 바람... 산사에서 마주한 맑디맑은 개울물, 금방이라도 바스락 소리를 내며 으스러져 버릴 것만 같은 낙엽들과 더불어 또 다른 붉은 이미지들 속에 내가 서 있다. ● 이 모든 것이 바로 나 자신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일는지 모른다. ● ... 그리고 또 다시 겨울이 왔다. ■ 노현혜

노현혜_컬러인화_70×90cm, 22.5×30cm×3_2007

안으로 들어가 봤다. 가도 가도 끝없는 갈대숲이라 그대로 돌아서 나와 버렸다_창녕군 우포늪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60×80cm×2_2007

깃발이 움직이는 것인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인지 내 마음이 움직이는 것인지... 그 정체모를 움직임 속에서..._달성군 가창면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70×50cm×3_2007

물이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그 내면은 깊다._경남 합천 황강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80×100cm, 20×30cm×12_2007

서원의 물은 잔잔하고 고요하다. 마음의 눈을 떠 보니 그들이 내게 말을 걸어 온다._영주 소수서원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29.5×120cm_2007

한 발짝도 내딛 지 못한 채 숲 속만 바라 보았다. _경북 봉화 소천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70×50cm×3_2007

물은 내게 무심히 흘러가라 하고, 허공은 내게 무심히 바라 보아라 한다._경남 합천 황강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110×80cm_2007

늘 꿈 속을 헤매인다. 어쩌면 나는 나에게로 가는 길을 알고 있는 지도 모를 일이다._강원도 태백에서

노현혜_컬러인화_138×160cm_2007

누군가는 말했다. 생이란 자신의 상처에서 자신의 버팀목을 꺼내는 것이라고..._강원도 태백에서

왜 이렇게 붉은색에 끌리는 것일까. 보는 이에 따라 상반된 느낌을 주는 붉음. 생명, 열정, 사랑, 으뜸, 신성과 더불어 커다란 상처이기도 하다. 에너지의 원천인 붉음은 금기의 영역을 의미하기도 한다. 가까이 하고 싶진 않지만 어느 덧 내 깊숙한 곳에서 핏발처럼 아로 서 있는 붉은 빛깔, 그건 소리 없이 움트는 열정과 사랑이리라... ■ 노현혜

Vol.20071201c | 노현혜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