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通)하는 전시

고경희_박호상展   2007_1201 ▶ 2007_1214 / 월요일 휴관

고경희_공학관에서 바라본 광장_한지에 수묵_180×120cm×2_2007 박호상_jongam-dong_디지털 프린트_127×152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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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201_토요일

관람시간 / 10:3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온 서울 종로구 사간동 69번지 영정빌딩 B1 Tel. 02_733_8295 www.galleryon.co.kr

시간은 하나의 흐름이고, 나누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 보았을 때 시대나 장소를 나누는 것, 현대예술을 말하면서 장르를 구분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겠지만, 동양화와 사진을 묶는 것은 뭔가 어색하다. 참, 근본적으로 많이 다르다. 전통으로 대표되는 동양화와 modern으로 대표되는 사진은 시작의 시점과 장소가 너무나 멀지만 요즈음 동양화는 소재, 형식, 정신 등을 자유롭게 다루면서 즐거움의 대상으로 독창성을 보여주면서, 사진은 현대 미술의 대표주자로 현대 미술의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교감하고 있다. ● 갤러리 온에서 12월의 첫날부터 전시하는 동양화 고경희와 사진 박호상은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동하는 개성 있는 작가이다. 주제를 대하는 태도에 있어서 자유로우며, 각자의 장르를 유희의 대상으로 일관된 언어를 구사한다. 2007년 각각의 개인전을 통해서 그들은 대상을 대하는 태도, 장르는 다르지만 그들은 위에서 아래를 향하는 공통적인 시각언어를 취하여 익숙한 일상을 위에서 아래로 보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을 보여주었다. 현대미술의 공통된 특징이기도 한 낯설게 만들기의 한 방법을 일상을 통해 표현하는 작업은 각자의 색을 잃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우며, 독특한 보는 방법을 보여주어 그들의 작업 앞에 머물게 만든다. ■ 갤러리 온

고경희_10단지 앞 근린공원_한지에 수묵_72×97cm_2007
고경희_10월의 학생회관 잔디정원_한지에 수묵_114×132cm_2007

공간의 肖像-내가 찾은 보물 ● 어릴 적 소설 '보물섬'을 읽으며 공상으로 보물지도에 적힌 목표지점을 향해 길을 따라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누구나 마음속에는 무언가 숨겨놓은 비밀을 찾아보고 싶은 열망이 존재할 것이다. 허황된 것일지 모르나, 아직 꿈을 버리지 않고 끊임없이 보물을 찾는 모험가의 열망을 나는 동경한다. ● 나에게 자연을 관찰하고 장소를 발견하는 일은 생활의 한 부분으로, 마치 보물찾기와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일상에서 의식하지 않았던 의미있는 장소와, 무심코 지나쳤던 광경에서 놓치고 있던 공간의 또 다른 모습들을 재발견하는 일이 즐겁다. 이러한 공간을 내 의식 기저에 있는 감정을 가지고 해석하여 어떤 분위기를 담은 상황, 혹은 조건의 장소로 펼쳐낸다. 그래서인지 나의 작업은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쓸쓸하지만 결코 쓸쓸하지 않은 어떠한 분위기가 담겨있다.

고경희_학생회관 잔디정원 PM4:00_한지에 수묵_47×39cm_2007
고경희_학생회관 잔디정원 AM06:45_화선지에 수묵_130×194cm_2007

장소를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그것들이 갖고 있는 풍부한 감성을 끌어내는 것. 이것이 근래의 나의 과제이다. 내가 바라보는 일상의 풍경들은 매순간 이야기를 하는 타자이다. 그 속에 숨은 이야기들을 주의를 기울여 듣고, 나의 예술언어로 하나씩 기록해나가고 있다. 관조적 위치성을 확보하기 위해 나는 높은 건물에 오르는데, 이는 풍경 안에서의 체험과는 별도로 그 공간을 바라보며 내가 속했던 장소에 배어있는 소소하지만 구체적인 체취를 되새김질하는 행위이다. 먹으로 다시 정의하여 펼쳐내는 작업을 통해 현재의 풍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형상화하고 예술과 일상의 깊이 있는 소통을 모색하고자 한다. ● 나에게 아직 세상은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면 어떠한 표식이 있는 보물지도와 같다(작가노트에서) ■ 고경희

박호상_banghak-dong_디지털 프린트_127×152cm_2004
박호상_guseong-dong_디지털 프린트_127×152cm_2004

a square -작은 공원이 있는 풍경 ● 박호상이 찍은 공원들은 그 생색과 면피용으로 만든 토막난 공간, 자투리 공간에 그저 흉내로 머물고 있는 의사공원, 짝퉁공원의 초상이다. 우리 삶의 모든 부면에서 검출되는 이 같은 사례는 한국식 자본주의의 상처가 노정한 결과물, 시뮬라크르다. 아파트단지마다 공원을 꾸미고 있고 놀이시설과 괴이하게 치장한 이상한 설치물들이 단장되어 있는데 녹지공간과 함께 조성된 그 장소는 조악하고 급조된 조경, 인공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 흥미로운, 이상한 조경 장면을 기록했다. 그러기 위해서 그는 공중에서 조감한 시선이 필요했다.

박호상_jukjeon-dong_디지털 프린트_127×152cm_2004

아파트단지설계도나 건축물의 시공에 앞서 구현되는 조감도와 모형은 한결같이 멋있고 근사한 장면으로 그려져 있으며 미래지향적인 유토피아 상을 꿈처럼 부풀려 보여준다. 그 조감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선 속에 계획되어 '디자인' 되어있다. 작가는 그 시선을 따라 그것이 구체적으로 실연된 장소를 찍었다. 조감도와 모형에 근거해서 말이다. 그렇게 찍은 사진은 실제 조감도와 모형을 보는 것과 같은 착각을 일으킨다. 공원들과 그 속에 내재된 기호들은 동시대 한국 도심공간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으며 날림과 급조로 이루어진 유토피아, 한국식 자본주의에 의해 운영되는 시뮬라크르의 공간과 풍경이란 문제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것은 유령 같은 풍경이다. 정작 공원으로서의 기능도 살리지 못하고 사람들을 그 공간으로 유인해서 공원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도 없는, 그저 다만 있다는 것, 그 이미지만으로 위안을 삼고 자족하는 공원이다. 어색하고 우스꽝스럽고 처연하고 난폭하고 거칠면서 기괴한 상상력으로 무장된 이 공원에 왜 한 사람도 없는지 알 것 같다. 햇살도 없고 기후의 변화도 없이 한결같이 흐리고 다소 어두운 날씨와 그로 인해 더욱 평면적으로 다가오는 이 사진 속 풍경은 공허하다. 인적이 부재한 이 작은 의사공원들은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과 그 삶에 대한 은유를 내장한 풍경인 셈이다(전시평론中) ■ 박영택

Vol.20071201a | 고경희_박호상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