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

이종균 개인展   2007_1128 ▶ 2007_1204

이종균_정원 Garden_생화, 철_243×112×92cm, 고양시 덕양구 덕은동 유림목재_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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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28_수요일_05:00pm

관훈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5번지 신관 1층 Tel. 02_733_6469 www.kwanhoongallery.com

나의 작업장은 전형적인 시골마을의 조금 외곽에 위치해 있다. 처음 작업장을 지었을 당시 마을 사람들은 호기심의 눈길을 보냈지만 직접 찾아오는 경우는 없었다. 요즘에는 작업실에 마을 사람들이 놀러오는 경우가 잦다. 작업실에 오는 대부분의 마을 분들이 묻는 첫 번째 물음은 바로 먹고사는 데 관한 것이다. 그러면 나는 먹고사는 문제보단 진행 중인 작업에 대한 이야기만을 한다. 그렇게 서로의 물음과 답변이 맞지 않아 얼마간 서먹서먹한 상태를 만들게도 된다. 하지만 가까이 지나다니면서 한번도 문을 열고 들어오지 않았던 지난날에 비하면 정말이지 지금 같은 관심이 고맙기만 하다. 이 전시 프로젝트는 같은 마을의 주민이자 한 사람의 작가로서 마을 사람들에게 표시하는 고마움에서 비롯되었다. ■ 이종균

이종균_주거침입 Housebreaking(indoor)_합판, 철판, 잔디_가변설치_2007
이종균_주거침입 Housebreaking(indoor)_합판, 철판, 잔디_가변설치_2007

상처의 치유(治癒) ● 한국사회에서 예술가로 존재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최근 한 젊은 작가와의 대화에서 '예술가인 것이 매우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무엇이 그를 미안하게 한 것일까? 예술가가 예술을 하는 것에 대해서 사회가 무엇을 했기에 그는 사회에 대해 미안한 마음 같은 것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일까? 그의 말이 처음에는 매우 의아하게 들렸지만, 한동안의 시간이 흘러 그 말 안에 들어 있는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이기를 고집하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많은 어려움은 고스란히 작가의 몫이지만, 막상 사회와 만났을 때, 예술가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별난 사람으로 이해되어 질뿐인 우리사회에서 대부분의 예술가들이 가질 수 있는 고민이다.

이종균_주거침입 Housebreaking(outdoor)_스티로폼에 우레탄코팅_290×420×200cm_ 가변설치,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_2007
이종균_주거침입 Housebreaking(outdoor)_스티로폼에 우레탄코팅_290×420×200cm_ 가변설치, 파주시 법원읍 동문리_2007

나는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 예술가이기를 주장하기 힘들어 하는 예술가들에 대해 글을 쓰고 있다. '예술가는 무엇으로 사는가?'하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지만, 그다지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이종균은 이와 같은 질문을 하면서 대학을 졸업하고 10년을 계속해서 작업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그의 2번째 개인전이다. 그는 전력을 다해 자신의 작업창고를 열어 보여준다. 그에게 있어서 전시는 삶의 애환들이 묻어나는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다. 그의 작업에서 느껴지는 도발적인 속성들은 이런 과정에서 연유한다. 그는 전통적인 조각을 교육받은 작가이지만,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고 작업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껴 3년 전 야외설치작업을 주로하고 있는 「마감뉴스」라는 그룹에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해왔다. 때로는 갯벌에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고, 여주의 한 중학교에서도 작업했었다. 지난해는 수색의 한 목재상 주인의 제안으로 목재상의 재료들을 활용해서 목재작업 전시를 펼치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예술을 사회화 할 수 있는 경로는 차단되어 있고, 무의미한 충돌을 지속하고 있는 무기력감과 싸워야 했다.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사람구실 하는 사람'이고 싶은 그의 희망은 자기 삶의 현장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의 작업은 이와 같은 상황에서 탄생했다.

이종균_노크 Knock(indoor)_잔디, 집성목_40×60×25cm×3_가변설치_2007
이종균_노크 Knock(outdoor)_스티로폼에 고무코팅_300×520×210cm_가변설치, 삼방리 애룡저수지_2007

그는 대도시 인근의 개발과 영농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수도권 주변부 문산에서 작업하며 생활하고 있다. 그의 삶의 환경에서 주목되는 것은 부조리한 개발과 삶의 터전에 대한 불안한 토대들을 응시하고 있는 그의 시선이다. 벌목꾼들에 의해 앞산이 깎여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무기력하다. 자연은 인간이 가하는 폭력에 대해 어떤 저항도 시도하지 못한 채 가만히 깎이고 또 다시 새살을 만들어 낸다. 평화로운 공간에 거듭되는 파괴의 무단침입이 생겨나고 무단침입으로 생겨난 상처들은 천천히 복구되어 간다. 새로운 생명의 싹을 만들어 내는 것 그것이 자연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렬한 저항이고 공격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예술가로서 그가 자신을 다스리며 다듬어 가고 있는 과정과 매우 흡사해 보인다. 그에게 있어 자연은 인간의 폭력적 공격에 대해 아무런 반응조차 없는 묵묵부답의 닫힌 문과 같다. 깎으면 깎는 대로 자르면 잘리는 대로 상황을 그대로 받아 들이기만 하는 것 같은 자연은 서서히 자신이 원하는 것을 변화를 통해 말하고 있음을 이종균은 주목하고 있다. 자연은 팽팽한 얼음판의 균형을 붕괴시키고 민둥산에 꽃을 피우며 나누고 잘린 길들을 다시 하나로 봉합한다. 이것이 자연이 가진 치유의 힘이다. ● 그가 문산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마을 안의 예술이 인사동 한 갤러리로 옮겨왔다. 작업은 예술가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라, 나누어지고 이야기 되어질 때 비로소 더 넓은 의미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기에 이번 전시는 그가 예술가로서 자기 스스로 던졌던 질문을 그의 관람자들에게 다시 던지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태어난 질문들은 지난 몇 년간 시도해 왔던 전시환경과는 많이 달라진 이번 전시에서는 다른 형태로 읽혀진다. 문산에서 했던 그의 도발적인 시도들은 자연 속에서는 거대 오브제의 생산과 그 오브제의 배치들과 관련이 있었다. 자연 속에 위치했던 그의 오브제들은 화이트 오브제들이었다. 그것이 자연과 구분되는 사물로서 혹은 예술작품으로서 구분되는 기호였다면 화이트 큐브로서 전시공간에서는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그는 화이트 큐브 공간의 침입을 위해 식물의 공간진입을 시도했다. 자연공간에서는 화이트 오브제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화이트 큐브에서는 자연이 주목의 대상이 된다. 자연공간의 침입은 다시 자연의 백색공간의 침입으로 문산의 자연공간과 인사동 갤러리 공간은 이렇게 서로 교차하고 있다. ■ 백기영

Vol.20071130a | 이종균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