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면 괜찮은 전시회

아트갤러리 U(유) 개관기념展   2007_1124 ▶ 2007_1215

알고 보면 괜찮은 전시회展

초대일시_2007_1124_토요일_05:00pm

김민수_문진욱_서희화_신무경_양성훈_유미연 임국_정선우_최성환_하춘근_홍세연

전시기획_김계현

아트갤러리 U 부산시 수영구 남천동 558-19번지 3층 Tel. 051_623_1584

알고 보면 괜찮은 전시회 ● 저는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고 어릴 적부터 그렇게 생각했었습니다. 대학 들어가서 미술을 전공하면서도 나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 침착한 사람이라고 규정지으며, 진지하면서도 냉철한 시각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던 중에서도 제가 감동을 느꼈던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재미있는 영화를 봤을 때 또는 가슴을 파고드는 음악을 들었을 때, 거리에 가득 찬 사람들의 파도가 대형태극기를 받들고 행진하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을 때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 그러나 정작 미술공부를 하고 있으면서 나는 왜 미술작품에서는 감동을 얻지 못하는 건지? 에 대한 고민이 생기기 시작하였습니다. 영화를 볼 때면 주인공들에 얽힌 애절한 사연, 멋진 배경들에 빠져들어 가슴이 미어오고, 영화음악의 경우 나중에 들어도 그 영화의 감동이 다시금 밀려옴을 느낄 수 있으며, 깊은 밤 혼자 있는 나를 오만하게 사로잡거나 또는 위로해 주기도 하던 음악들이 있는데 왜 미술작품들은 나를 외면하는 것일까...

김민수_길상도-포도_혼합재료_90×68cm_2007
문진욱_X생명체-나비효과_혼합재료_180×100×150cm_2007
서희화_신선도-거북_혼합재료_117×91cm_2007
임국_손잡이_캔버스에 아크릴채색, 가죽손잡이_19×23cm_2007

20여년이 지나오면서 저는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 미술 작품들도 알고 보면 괜찮은 친구들이었다는 것을. 오랜만에 찾아왔던 친구를 도시의 후미진 골목길사이로 배웅하고 돌아오는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던 올망졸망한 불빛들, 대도시의 푸른 새벽, 또는 낯선 여행길에 갑자기 마주쳤던 신비로운 산봉우리들... 은 기억하면서 그때 같이 있어주었던 친구들에 대해서는 잊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 영사기와 스크린을 통하여 영화가 상영되던 그 시간에도, 사람의 목소리나 악기를 통해 음악이 연주되고 있을 때에도, 미술작품들은 어디에선가 묵묵히 그 자리들을 지키고 있었을 것입니다. ● 도시의 불빛, 새벽, 산봉우리들은 나에게 특별한 시간과 기억을 만들어 주었지만, 사람의 손으로 빚어내어져 저와 마주쳤었던 미술작품들은 나에게 그 무엇을 주지 않았어도 그냥 '사람'그 자체가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나 물건이 아닌 '작품'이 되기 위해서는 80~90점짜리도 아닌 '100점짜리 답안지의 작성'만이 예술가의 창작활동의 결과물로써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에, 완성된 미술작품들은 각각의 예술가들의 손길과 사유로 빚어낸 최종답안으로서, 감히 정제된 인간 DNA 의 구체화된 발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양성훈_기억_캔버스에 유채_53.5×60.5cm_2007
유미연_할아버지가 주신 이름_혼합재료_70×100×130cm_2007
정선우_JQK_프린트물에 드로잉_64×87cm_2007
최성환_까치호랑이_45×40×20cm_2007

미술전람회를 갔을 때 마다, 실지로 가서 직접 보는 것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생생하게 색채나 형태들이 와 닿음을 알 수 있었지만 그 어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감동 같은 것은 좀 체로 느껴보질 못함에 아쉬워하던 중 언젠 가서부터 그 작품들의 외모나 조건보다, 완성되어져 놓여있는 그 작품들 자체가 감동이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한 계기는 아마도, 사람에게는 사람이 필요할 수밖에 없음을 알게 되고 사람은 그 존재자체로 아름다우며 또한 경이로움을 새삼 깨닫게 되었던 시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사람은 존재하는 그 자체에 목적이 있듯이, 또한 사람은 누군가에게 '의미'는 될 수 있어도 결코 '구경거리'는 될 수 없듯이, 어딘가에 놓여져 있는 미술작품들도 완성되어 놓여졌던 그 순간들부터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를 지니고 존재하며, 누군가를 만나서'의미'를 주고 받기위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합니다.

하춘근_황태자의 첫사랑_종이에 디지털 프린트_45×65cm_2007
신무경_Drawing of Atlantis_혼합재료_60×50×10cm_2007
홍세연_한 여름 밤의 꿈_캔버스에 유채_91×73cm_2007

여기, 심각하거나, 냉소적이거나, 열정적이거나, 담담하거나한... 여러 가지 표정을 가진 친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을 수도 있는 그 예술가 자신의 본모습은 각자 나름의 '100점짜리 답안지'를 제출해야만 하는 산고를 겪고서 탄생 되어, 생명을 가지는 진품으로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여러 사람들을 만나기도하고 헤어져 보기도하고 여러 작품들도 만나보고 하면서 뒤늦게 저도 사람을 사랑할 줄 알고 작품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진 사람이 된 것 같습니다. 인간의 속 깊은 내면을 거쳐 도달한 본질에서 걸러낸 결정체로서의 작품들에게 아무 말이라도 한마디 건네 보시길 권하며, 2007년의 우리나라에서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보석 같은 열한명의 예술가들의 진품 20여점을 소개시켜드리고자 합니다. 알고 보면 정말 괜찮은 전시회이니 오셔서 한번 만나보시기를... ■ 이기락

Vol.20071129e | 알고 보면 괜찮은 전시회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