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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28_수요일_05:00pm
대상_강상훈 우수상_김문경_유화수_이경태_이영 입선_권진수_나광호_문영오_문주호_박재영_이재후_이소영_이승희_정진경_홍성용
주최-충무아트홀
충무갤러리 서울 중구 흥인동 131번지 충무아트홀 Tel. 02_2230_6629 www.cmah.or.kr
2007충무갤러리기획공모전"황학동-만물시장" ● 충무갤러리에서는 새로운 미술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주제가 있는 기획공모를 실시하였다. 기존의 미술공모와는 차별화를 둔 충무갤러리의 기획공모는 중구의 다양한 풍물을 소재로 매년 주제를 달리해 기획될 예정이다. 서울 중심지의 지역성과 공공성을 기반으로 그 문화와 생활을 담아내는 공모전의 첫 번째 주제는 '황학동-만물시장'이다. '새것'보다는 '헌것'을 다루면서 독특한 문화를 쌓아온 황학시장은 다양한 거래품목만큼 장소가 지닌 상징적?역사적 의미 또한 큰 곳이다. 그러나 황학시장도 여타의 재래시장과 마찬가지로 그 영역이 축소되고 의미가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에 '만물시장'으로 불리는 황학시장의 의미를 찾아 조형예술로 기록하는 젊고 참신한 15명의 작가들을 선정하여 이번 전시를 구성했다. 작가선정 ● 2007년 3월 공모공지 이후 6월에 전시계획서와 포트폴리오를 접수했다. 심사의 공정성을 위해 모두 두 차례에 걸쳐 심사가 이루어졌다. 1차 포트폴리오 심사와 2차 프리젠테이션 공개심사를 거쳐 대상1명(강상훈) 우수상4명(김문경, 이경태, 이영, 유화수) 입선10명(권진수, 나광호, 문영오, 문주호, 박재영, 이재후, 이소영, 이승희, 정진경, 홍성용)을 선정했다. 대상수상자 강상훈은 황학동바닥에 종이를 깔아 놓고 일정기간을 방치한 후 먼지가 베인 종이를 걷어 지우개로 지워가며 시장의 풍경을 담는다. 우수상 수상자인 이영은 한 획 한 획 직접 손으로 쓴 간판을 사진을 통해 담아냈고, 우수상 수상자인 김문경은 모두 돌아간 새벽녘에 황학시장을 장승처럼 지키는 포장된 리어카사진을 통해 황학시장을 표현한다. 또한 지나간 팝송의 향수를 담고 있는 LP판을 나무로 조각한 이경태의 우수상 수상작품과, 손때 묻은 중고품의 의미를 찾아 기록하는 우수상 수상자 유화수의 움직이는 사물 등 각각 독특한 시각으로 주제를 해석한 다양한 작품들이 선정되어 전시된다. 도시 내 시장 공간의 역할 ● 시장의 의미는 단순히 상품을 팔고 사는 상업적인 거래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물건을 매개로 만나 다양한 정서를 나누는 소통의 공간인 것이다. 즉 재래시장은 생필품을 거래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주민간의 다양한 정보를 교류하는 장소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결고리를 형성해왔다. 그러나 2000년대를 사는 우리에게 생필품 구매의 장소로 먼저 떠오르는 곳은 어디일까? 대부분이 대형할인마트나 백화점일 것이다. 비닐봉지 여러 개를 손가락에 끼고 가격흥정을 하며 장을 보기보다는 우아하게 카트를 밀고 바코드가 읽어주는 숫자에 신용카드로 대답하는 생활에 익숙해지고 있다. 말끔하고 편리하게 정비된 대형마트에는 다종다량의 상품은 있어도 시장에서 느낄 수 있는 온정은 없는 것이다. 황학동이 갖고 있는 장소적 특징 ● 도시의 열린 공간인 재래시장은 도시인들에게는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매력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시장은 원단, 지류, 의류, 농축산물 등 주로 거래하는 품목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뉘는데 '황학시장'은 새것보다는 '헌것'을 다루는 시장이다. 청계천과 인접해 일제 강점기부터 빈민계층의 거주와 생계유지를 위해 형성되었던 황학시장은 1950년대 이후부터는 월남민들에 의해 재래시장이 고물시장으로 변했다. 이후 1960~70년대에는 골동품위주로, 1980~90년대에는 중고품상점의 비율이 높아졌다. 이처럼 서울의 근대화 과정에 따라 거래물품을 변화시켜가며 지속적인 변화와 발전을 거듭한 황학시장은, 현재 중고품 유통의 중심지일 뿐만 아니라 관광지로서도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인접한 동대문시장이 현대화로 인해 대규모 상업지구로 변한 것에 반해 쉽게 편입되지 않고 '중고품 거래'라는 특이성을 유지하고 있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다'는 황학시장은 고서, 가발, 골동품을 중심으로 시작되어 현재는 카메라와 전자제품의 판매와 수리까지 이루어진다. 다양한 거래품목만큼 황학시장의 명칭도 장소가 지닌 상징적, 역사적 의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려왔다. 전국을 벼룩 뛰듯 돌아다니며 희귀한 물건을 모아온다거나 물건에서 벼룩이 금방이라도 기어 나올 것 같다는 의미에서 '벼룩시장', 오래되고 망가진 물건이라도 감쪽같이 새것으로 된다고 해서 '도깨비시장', 개미처럼 열심히 일한다하여 '개미시장', 각종고물을 취급해서 '고물시장', 없는 물건이 없이 다 있다 해서 '만물시장', 구식이 되어버린 물건이 마지막으로 오는 곳이라 하여 '마지막 시장'이라고도 한다.(목선경, 1992「성남모란장」『얼과 문화』5월호:18-20) 황학시장을 거닐다 보면 추억의 물건들이 많이 보인다. 누렇게 변색된 고서나 대형서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절판된 책, 386세대들이 즐겨듣던 다양한 LP음반, 각종군사용품, 백색가전 등 쉽게 구입하기 힘든 특정중고품이 눈에 많이 뛴다. 버려진 물건이 새 주인을 만나 제 빛을 발하는 것처럼 세월이 지나도 물건의 가치를 아는 손님과 20~30년간 한 자리를 지켜가며 물건을 파는 상인 간에는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황학시장은 도심의 고층빌딩사이에서 소외되어 보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놓은 흔적은 하나의 역사가 되어 오늘도 추억을 찾고자하는 이들을 맞는다. 고유의 향기를 갖고 문화의 층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도심 속의 문화장터 황학시장을 예술가들은 어떻게 느낄까. 특히 미술분야는 기록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려진 당시의 의상이나 생활환경등을 보며 우리는 역사를 유추해 기록한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기록해야할 황학시장의 가치를 '황학동-만물시장'이라는 주제공모를 통해 찾아보고자 했다. 도심의 소외지역이 아니라 황학시장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기록할 조형예술가를 찾는 공모전이다.
강상훈-먼지로 기록되는 황학동 ● 삶의 현장에 대한 기록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작품의 주제가 된다. 새로운 방식이라며 쏟아진 수많은 창작물들이 이제는 조금 식상한 소재와 매체가 되었을 정도로 삶과 일상은 끊임없이 예술가들을 자극한다. 강상훈은 물질문명의 오염물들로 삶을 기록하고, 시간을 기록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다. 이번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은 황학시장 이곳저곳을 다니며 종이를 바닥에 붙여두고 짧게는 이틀에서 길게는 일주일까지 방치해 둔다. 흰 종이는 방치되어 있는 기간 동안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국과 자전거나 오토바이 바퀴자국뿐만 아니라, 비둘기의 배설물과 음식물의 자국까지 현장을 고스란히 기록하게 된다. 처음에는 갈색, 붉은색 그리고 신발자국과 자전거 바퀴자국 등 각각의 특징이 선명하게 기록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도하지 않은 불특정 다수의 참여로 인해 지층처럼 쌓이는 오염(마치 삶의 통해 만들어지는 배설물처럼)은 흰 종이를 먹지처럼 검게 만든다. 시간과 기후에 따라 충실하게 변화하며 길바닥의 일부처럼 거리를 기록한 오염된 종이는 황학동 거리를 묘사하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은 지우개로 지워진다. 조금씩 지워져가며(먼지를 털어내듯)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작가 고유의 질감표현으로 독창적 부피감을 갖는다. 미술(美術). 아름다움의 기록이어야 할 그것을, 작가는 '밟는 행위'로 인한 물리적 재료의 불결함과 '지우는 행위'를 통한 역(逆)표현방식을 통해 기형적으로 변화?발전하는 현대도시의 이면을 증언하듯 담고 있다.
김문경-서씨의 보따리 ● 작가는 사진작품은 크게「보따리」와「순환」시리즈로 크게 나뉜다. 검은 바탕에 자리한 '서씨의 보따리' '박씨의 보따리'... 는 원래 원색의 비닐포장을 입은 갖가지 리어카의 형상이다. 작가는 리어카에 세상만물을 가득 싣고 분주하게 움직였던 한낮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어둠 속에서 장승처럼 황학시장을 지키는 리어카를 카메라 앵글에 담는다. 마치 어둠 속에서 꽃이 피어오르듯 표현된 '보따리'는 물건을 싸서 꾸린 뭉치라는 일반적인 의미보다는, 속에 들어 있는 마음이나 생각을 비유하기 위해 사용된다. 즉 '의지 의욕 희망 소망 바람 요구 욕망 충동'을 담은 누군가의 '보따리'인 것이다. 「순환」시리즈는 1969년 삼일아파트, 2005년 청계천, 2008년 롯데캐슬로 이어지는 황학동주변의 변화를 담는다. 지층의 단면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사람냄새 가득했던 풍경을 기록한다.
이경태-잡음 섞인 LP판의 추억 ● 악기의 선율보다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에, 잡음 섞인 LP판보다는 CD에서 흘러나오는 정확하고 견고한 음악에 우리는 익숙해져 있다. 작가는 음악으로 황학시장을 기록한다. 엘비스 프레슬리, 벨벳언더그라운드, 아마데우스 등 대중문화의 고전이 된 추억의 명반재킷을 섬세하게 나무로 조각해 만들고 LP판을 넣을 수 있도록 제작하여 원하는 음반을 들을 수 있도록 설치한다. 빛바랜 사진 보며 느끼는 아련한 과거로의 여행을 청각과 시각으로 경험 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전시가 될 것이다.
유화수-사물에 통한 기억 ● 우리는 서랍 속 깊숙한 곳에 있던 물건과 예기치 못하게 마주할 때면 한 없이 추억 속으로 빠져든다. 누군가 그리워지는 마음처럼 작가는 익숙한 사물을 통해 황학동을 기록한다. 모기향, 안경, 붓, 핸드폰 등 황학동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일상의 사물들은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새로운 아우라를 부여받는다. 동력장치를 달고 빙글빙글 돌아가며 선반 위에 나열된 사물들을 통해 우리는 익숙한 사물이 주는 갑작스런 생경함을 느낀다. 그리고 폐형광등으로 만들어진 퀵보드는 마치 낯선 사물이 던지는 호기심 어린 매력처럼 우리의 감각을 자극한다.
이영-중고품시장의 중고품 간판 ● 황학동의 이미지를 만드는 것은 중고물품만이 아니다. 아무개의 이름처럼 상점의 간판들은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한다. 주인이 바뀌면 간판도 바뀌기 마련이건만 황학동의 하늘과 가장 가까운 간판들은 얼마만큼의 기간을 그 곳에서 보냈는지 시간을 가늠하기 어렵다. 마치 상점 안에서 먼지를 덮고 바닥에 누운 중고품보다 더 많은 세월을 보낸 골동품처럼 세월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개미슈퍼, 무아레코드(왠지 무아지경으로 음악에 취할 것 같은), 삼부화랑 등 작가의 사진 속에 등장하는 간판들은 지워지고 덧칠해지며 중고품시장이라는 황학동의 정체성을 간직하고 있다. 형형색색의 현란함으로 현기증 나는 도심의 간판과는 대조적으로, 뭐 하나 새로울 것도 화려할 것도 없는 황학시장의 붓글씨 간판은 오히려 신선하기만 하다.
그리고, 사물의 나열과 조합 ● 이상의 대상과 우수상 작품 외에 입선작들의 가장 큰 특징은 '사물의 나열과 조합'이다. 중고품에 옻칠을 입혀 마치 박물관의 유물처럼 보이도록 설치하는 홍성용, 풍요로운 현대인의 삶을 대변하는 일회용 컵과 지난 추억을 상징하는 재봉틀을 함께 설치하는 문주호, 그리고 추억이 담긴 오브제를 통해 감성의 공유를 시도하는 이소영과 여행가방 안에 황학시장을 담은 이재후는 독특한 도자설치 작업을 보여준다. 또한 축음기, 타자기 등 과거 번영의 상징이었던 오브제이미지를 출력하고 라이트박스를 이용해 화려하게 부활시키는 이승희, 그리고 문영오는 캔버스 위에 유연한 라텍스(latex)로 사물 이미지들을 그리고 색을 덮어 이미지를 사라지게 한 뒤, 라텍스를 떼어내어 형상이 드러나도록 하는 방법을 취한다. 사람의 손때가 묻은 중고품을 수많은 기호와 이미지로 나열한 나광호와 정진경은 판화를 매체로 표현한다. 마지막으로 사진과 디지털 페인팅의 조합으로 현실이미지와 다른 세계를 재현하는 박재영과 수성안료를 이용한 번짐으로 추억속의 이미지를 아련하게 표현하는 권진수는 회화적 화면을 구성한다. ■ 오성희
Vol.20071126f | 황학동-만물시장萬物市場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