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1122_목요일_05:00pm
참여작가_김문경_박선기_박은정_박용식_이지현_이하린
유진갤러리 서울 강남구 청담동 80-3번지 4F Tel. 02_3444_2481
데쟈뷰(deja vu)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주변의 환경이 마치 이전에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은 과거의 망각한 경험이나 무의식에서 비롯한 기억의 재현일 수도 있고 대부분 꿈속에서 본 듯한 느낌을 정형화 되지 않은 형상으로 기억하게 됨에서 비롯될 수도 있다.. 이번 전시는 어디선가 본 듯한 아련한 기억들의 편린이 녹아들어 있어 손에 잡히지 않는 듯한 기억들을 형상화된 장면 장면으로 포착한 각기 다른 여섯 작가들의 작품으로 꾸며진다. 포착될 수 없고 간직할 수 없기 때문에 아름다운 환상이나 꿈의 세계를 느닷없이 현실세계에서 예상치 않게 만나게 될 때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고찰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해봄직하다. 이처럼 손에 잡히지 않아 아름답고 뜻하지 않아 오히려 아름답고, 이런 경험을 통해, 언젠간 다시 볼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아련히 남기는 이번 유진갤러리의 11월의 환영(November Illusion) 전 은 2007년 마지막을 환상적으로 장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을 선사할 것이다.
take1-김문경 그는 희한한 작품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도예작가이다. 과일이나 채소를 그녀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내어 데포르메의 진수를 보여준다. 상이한 소재를 믹스하여 동화적인 판타지를 구현하는 그의 독특한 화법은 자연물을 철저히 물질로만 인식하며 의미부여를 거부하는 듯한 몸짓 혹은 정형화된 인식에 대한 비웃음을 던진다. 초기작에서 크기에만 적용되던 데포르메의 방식이 근작으로 오면서 다양한 방향으로 구현되고 있다. 또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분위기는 더욱 심화되어 연극의 무대장치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take2-박선기 인간의 본원적인 존재와 사유에 관심을 갖고 작업해온 박선기는 시각적인 일루젼을 형상화시키는 작품으로 전통적 차원을 뛰어넘어 삼차원적 환영을 제시하여 현대적인 시점처리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숯을 매다는 방식으로 건축적 양식의 조각을 즐기던 그는 근작에서 다소 희화된 대상의 인식으로 감각적이고 위트있는 소품들로 입체파 화가들의 정물화에서 맛볼 수 있는 시점과 형태의 왜곡, 변형으로 고정된 단단한 조각 내에서 정지하지 않고 끊임없이 움직이는 형상을 세련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점에 따라 달리보이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포착해내어 훌륭하게 재구성하여 형상화 한 그의 작품들은 데쟈뷰의 전형을 보는듯하다.
take3-박은정 매스미디어와 첨단 과학의 발전으로 세계화(globalizaton) 되어가는 시대에 모호해져 가는 우리의 정체성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박은정의 "산해경"은 우리의 신화속으로의 여행이다. 중국 고대 지리서인 "산해경"을 통해 만난 전설속의 인물들, 동물들, 사물들은 모든 것이 변화하고 순환하는 과정에 있다는 시간관념과 생명을 가진 것들은 정신은 그대로 남아 있는 채 다른 형태로 변할 수 있다는 영혼불멸사상에서 탄생하였다. 인간과 모든 자연이 동등한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은 고대 이후 현대에 이르러 재조명 되고 있다. 첨단과학의 발전과 유전공학으로 산해경 속의 인물, 사물들은 우리의 조상일 수도 우리의 모습일 수도 진화된 우리 미래의 후손일 수도 있다
take4-박용식 느닷없는 맞닥뜨림과 세련된 우의를 차용하고 있는 박용식은 자신의 작업과 세계의 관계를 정립하는데 있어서 자신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동물의 모습으로 전환시켜 표현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진지하고 장엄한 개나 고양이들은 그 풍채나 면모자체가 상당히 정치적이며 풍자적이다. 가상의 오브제와 실제의 메시지를 담은 이미지의 두 상반되는 요소를 접합시켜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작품에서 개나 고양이, 오리의 역할은 철저한 설정에 의해 극적인 요소를 가진 인위적 캐릭터로서 의인화된 모습을 통해 그들만의 환상적 세계에 우리를 끌어들인다.
take5-이지현 책을 주로 뜯는 행위로 동시대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하는 작가 이지현은 60~70년대의 책을 주로 뜯는다. 행위 자체의 당위성보다는 뜯는 행위가 작가에게 주는 의미에 대해 우리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왜 뜯는 방식을 택했을까? 오히려 대상을 리얼하게 그리기보다 촘촘히 뜯어 가면서 작가 자신은 어느 작가들 보다도 적극적인 방식으로 대상을 파악하고 수공의 미학으로 승부하는 일련의 작가들과는 다소 차별화 되는 접근 방식을 택하고 있다. 뜯겨졌다 다시 재구성된 책들은 고서를 대할 때 느껴지는 고색창연한 감흥과 동시에 뜯겨지는 행위로 인해 정체성이 모호해진 오브제로서의 책, 상반되는 볼거리와 감흥을 주고 있다.
take6-이하린 모호함이란 연장선상에 있는 도예작가 이하린은 오랜 기간의 미국유학 생활동안의 작업으로 그의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도자기라는 소재로 인간의 두상을 표현했다는 것부터 보수적인 이들에게는 이율배반적일 수 있으며 사람의 형상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느 국적인지 도무지 정체성을 파악할 수가 없다. 의문투성이의 작품들은 작가의 어린 시절 유학중 느껴왔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내재되어 있는 인간의 욕망이나 터부시되어 있는 성정체성에 대한 논란, 유색인종으로서 맞닥뜨리게 되는 인종차별의 벽 등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의 무표정함 속에 녹아들어 다소 생경했던 믹스매치와 그로인한 모호함이 매우 의미심장하게 다가 오는 듯하다. 이와 같이 이번 전시에서 여섯 작가들이 그들의 작품을 통해 그려내는 여섯 가지의 데쟈뷰(deja vu)는 정체성의 모호함에 대한 혼란, 정형화 된 틀에 대한 반론, 고전적 시점에 대한 재해석, 대상을 통해 투영되는 은유적 화법 등 다양한 양상으로 여섯 장면의 스틸 컷을 보는 듯한 환상을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이 제안하는 시각적인 환상을 통해 아련하게 갖고 있는 데쟈뷰 의 경험을 이번 전시를 통해 다시 한 번 반추해 보길 기대한다. ■ 장혜원
Vol.20071122h | November Illusion - Take Six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