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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16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8:00pm
샘터갤러리 서울 종로구 동숭동 1-115번지 샘터사옥 Tel. 02_3675_3737 www.isamtoh.com
관람자는 작가 심아진에 의해 제작된 박스에서 배어 나오는 불빛을 주시하다가 그 불빛이 꺼질 때마다 눈앞의 잔상을 마주하게 된다. 그 잔상은 화면에 구성된 인물 혹은 풍경과 또 다른 변형된 이미지이다. 그것은 실루엣이 중첩된 이미지가 색채로써 구분이 되어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화면을 관람자의 신체-구체적으로는 망막-에 의해 또 한번 걸러지게 하는 효과가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미 카메라와 작가의 눈을 통해 가공된 이미지가 관람자의 눈을 통해 최종적으로 직접적인 신체반응의 효과의 결과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심아진의 작품은 이러한 즉시적인 신체 반응 뿐 아니라 기억이라는 뇌 활동이 함께 하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관람객의 주관적인 반응이 가능하다. 촬영된 기록의 이미지는 작가에게는 과거의 특정 순간을 떠올리는 단서가 되지만, 이는 작가와의 생활을 공유하지 않고 있는 타인에게는 나름의 주관의 해석을 개입시킬 수 있는 여지를 가질 수 있도록 변형되었기 때문이다.
심아진은 일상의 기억을 아무런 연계성 없이 프레임화하여 늘어놓음으로서 관람객들에게 자신의 기억의 단편을 내 놓는다. 관객은 추측 혹은 자신의 기억을 이용하여 이 순간의 기억을 자신의 순각적 기억과 연관시킬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시각으로 받아들여진 이미지가 뇌로 흘러 들어가 자신이 알고 있던 어떤 풍경을 떠올리며 그 기억을 끌어내게 되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이미지가 중첩되면서 작가는 스스로의 기억을 다른 풍경으로 변형시키고 있다. 꽤 많은 이미지에서 합성작업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미지를 중첩시킴으로써 기억을 끌어내기 보다는 점점 사라지게 만들고 작가 자신조차도 기억을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들어버리고자 하는 듯하다. 그리고 중첩된 이미지의 마지막 레이어에 막을 씌어 불빛이 꺼지는 순간 이미지는 훨씬 불분명해지며 잠식되어 버린다.
작가는 자신이 접한 강렬한 이미지의 실루엣을 오려내어 실재 이미지 위에 덮어서 새로운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실재 이미지를 점차 지워버리려 한다. 우시장에서 목이 잘린 소머리는 눈을 뜬 채로 뒹굴고 있었고 이는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꽤나 충격적인 장면이었을 것이다. 이미지의 일부분이 비닐 천으로 덧대어진 형식으로 소머리는 실루엣만 남겨지게 된다. 그리고 기억에서 점점 은폐되고 있다. 아마 보는 이들은 그 가려진 물체가 소머리인 줄 상상도 못하리라. 또는 같은 방식으로 어느 순간 즐겁거나 행복한 기억을 공유하기 위해 특정 이미지는 익명성과 보편성을 지니게 만든다. 여기에 라이팅 박스의 형식 때문에 가세된 변형의 이미지는 그렇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자면 이제 더 이상 기억하고 싶은 무엇으로서의 기록의 사진이 아니라 새롭게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단서일 뿐이다. 빛이 들어오는 순간 떠오르는 기억과 빛이 꺼지는 순간 가라앉는 기억, 혹은 그 반대일지라도 어찌되었건 기억은 점차 변형될 수밖에 없도록 장치되어 있다. 그래서 심아진 작가의 작품은 작가와 관객간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매개가 되고, 관객과 작가는 하나의 이미지를 축으로 끝없이 떠오르거나 가라앉는 시소를 타게 된다. ■ 김인선
Vol.20071119g | 심아진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