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키미 홈페이지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키미아트 서울 종로구 평창동 479-2번지 Tel. 02_394_6411 www.kimiart.net
감춰진 내면을 들키다 ●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기억하고 잊혀지는 관계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이러한 삶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부각시키고,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위장을 하며 가식적인 삶을 살기도 한다. 이런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솔직한 자아를 찾고 싶은 본능을 숨길 수 없다. 그러나 숨 가쁜 현대 사회에 적응하다 보면,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과장된 몸짓과 경직된 무표정을 만들어내야 하고, 본의 아니게 상반된 표정을 지으며 살아 갈 수밖에 없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휘둘리며 살아가는 순간마다 자신의 참 모습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내 본연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번 2007년 키미아트 개인전에서는 이런 사람들의 은신처인 집을 배경으로 가족의 진실과 허상을 그려낸 작품을 선보인다. 작가의 이전 작품이 사회 속에 갇힌 인간상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가정이란 울타리 속으로 작품세계를 이동시켰다. 가정이라는 극히 제한 된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상을 통해 가족간의 내면을 심도 깊게 들여다 본 것이다. 가장 친밀해야만 하는 가정이라는 틀 속에서 일어나는, 불화나 무관심을 가족들은 외면하고 싶어 한다. 이들은 화목한 가정으로 포장된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서, 가족들의 모습을 꼭꼭 숨긴 채 외부의 노출을 거부 한다. 이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어서오세요'에 반하는 '어서가세요'란 부제를 역설적으로 내세웠다.
우리가 흔히 겪는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참석하는 손님들과의 불편한 대면을 통해, 단절되었던 가족이 화목한 가족 구성원으로 위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손님의 방문을 빌미로 어른들의 체면과 허세의 분위기에 길들여진 아이들은 자연스레 감정을 억누르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심지어 강아지에게 까지 그 감정이 전이된다. ● 작가는 가족들의 우울한 감정을 감추기 위한 장치로 벽지, 옷차림, 그림자까지도 화려한 꽃무늬를 사용하였다. 작품 속에서의 꽃은 손님맞이를 위해,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장식 같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치장의 의미보다 자신을 위장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하였다. 여기서 무늬는 우울한 표정을 한, 가족의 얼굴에서 화려한 꽃으로 시선을 분산시키며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로 인해 투명하고 간결했던 과거의 작품에 비해, 화려한 이미지로 바뀐 듯 보이지만, 그 얼굴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는 변함이 없다.
이번 전시는 마치 우리들의 집을 연상할 수 있도록 설치되어 진다. 3개의 전시실은 각각의 방이 되어 가족들이 손님을 맞이하는 상황을 설정하여 3가지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 첫 번째 방은 가족 중 언니의 방으로「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아, 가족도 싫고, 손님도 싫어」 이 공간에서 작가는 가족도 손님도 거부한 채, 혼자만의 공간을 즐기는 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님이 오는 날에도 방안에 숨어 나오지 않고, 분홍색의 화려한 꽃무늬 방안에서 투명한 몸을 화려한 벽에 밀착 시킨 채 숨어있다. 마음은 이미 벽지 속에 녹아든 그림이 되었지만 겉모습은 감출 수 없기에 자신의 몸에 벽과 같은 무늬를 그려 넣는다. ● 두 번째 방은 언니를 제외한 가족이 손님을 맞이하는 곳으로「우리는 부러운 가족일까? 손님이 오니까 그렇게 보여야 해.」 6명의 사람과 강아지가 손님을 맞이한다. 보기 좋은 배열로 나란히 서서 손님을 맞이하는 모습이 마치 사이좋은 가족 같이 보인다. 그러나 각각의 모습은 울음을 참고 삼키거나, 애써 냉담한 표정으로 무언가 잔뜩 숨긴 채, 무표정을 가장하고 있다. 그리고 무표정이 어려운 아이들은 위장을 위한 도구를 하나씩 가지고 있다. 어른처럼 화장한 가면을 머리 위에 쓰고 있거나, 웃는 입 모양의 가면을 들고 있거나, 울고 있는 입을 막은 손이 그러하다. 언 듯 보기에 손님맞이로 손색이 없는 겉모습이다. ● 세 번째 방은 손님방이다.「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들어, 낯선 공간으로의 초대가 싫어.」 꽃무늬의 화려한 그림자 속에 적응하지 못한 손님이 있다. 경직된 자세로 주변을 응시하는 그들은 불편하다. 초대받은 사람끼리도 어색함을 감추고 싶어 한다. ■ 김진숙
Vol.20071116b | 유진영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