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두드리다

이영 사진展   2007_1101 ▶ 2007_1114

이영_C 프린트_61×50.8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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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01_목요일_06:00pm

갤러리 보다 기획전

갤러리 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1461-1번지 한라기산빌딩 2층 Tel. 02_3474_0013/4 www.bodaphoto.com

잊고 살던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죽음은 나에게 아버지와의 단절된 시간을 연결해 주는 고리이자 극복의 대상이었다. 순환론은 이 문제에 대한 적절한 해답처럼 느껴졌다. 지금과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생각은 죽음의 무게를 덜어낸다. 그러나 경험할 수 없는 삶 이후의 삶은 언제나 문 너머에 있었다. 그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벽과 다름이 없는 것이었고 나는 그 문 앞에 멈춰 설 수 밖에 없었다.

이영_C 프린트_61×50.8cm_2007

문은 일정한 공간을 구분하고 연결한다. 그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의지에 달려있다. 하지만 언제든 오갈 수 있는 문은 구조적인 기능 이상의 것이 아니다. 나에게 문은 시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숙명적인 것이다. 그것은 순환의 정점에 있는 단 하나의 것이고 시작이자 끝이며 삶과 죽음의 심상을 갖는다. 또한 구체화된 상황으로 이끌기도 하는데 그것은 아버지의 주검 앞에 있던 당시의 내 심리 상태이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생각과 함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인지하는 순간 느꼈던 무기력함은 문이라는 실재적 또는 관념적 대상 앞에서 다시 한 번 떠오른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사진적 행위를 통해 두드리고 확인할 따름이다. ■ 이영

Vol.20071111f | 이영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