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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31_수요일_06:00pm
기획_대안공간 미끌
관람시간 / 12:00pm~07:00pm
대안공간 미끌 서울 마포구 합정동 360-17번지 우남빌딩 2층 Tel. 02_325_6504 www.miccle.com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그때마다 집중을 깨는것은 "행복하냐?" 라는 자문이었다. 대답은 대부분 nope! 긴 멍청의 상태에서 온몸에 힘이 거의 빠질 즈음. 완전히 몸에 힘을 빼려할 때 몸의 구석구석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불행하다는 생각을 잊고- 다시 그 무언가를 시작한다. 불행의 사건과 행복의 순간을 머릿속에 그려본다. 불행은 공간에서 느껴지고 행복은 시간속에 존재 하였다. 볼펜은 그 두 감정을 즉흥적으로 뒤섞는다. 자동기술법으로 시작한 외곽선에 점토 소조가 아닌 목각처럼 치밀한 계산의 명암들로 껍데기를 씌우면서 난 집중한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자문한다. "행복하니?" 대답한다. "yes!!" ■ 최원열
작가 최원열은 특이하게, 혹은 특별하게 구치소에서 군복무를 경험하였다. 낯선 환경 속의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혼란을 느끼던 그가 유일하게 휴식을 삼은 것은 두 시간 교대로 철문 앞을 지키고 서 있던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사방이 적막하고 고요한 그 곳에서 그는 근무지에 비치되어 있는 싸구려 볼펜과 인주를 이용하여 근무표 뒷면에 그림일기를 쓰고, 그리기 시작하였다. 누렇게 빛이 바랜 종이 위에 볼펜 똥과 번진 인주 자국까지 선명한 최원열의 그림일기는 이미 10여 년 전의 군복무 시절부터 꾸준히 진행해온 작업이다.
한 동안 전업 작가로서 작품에 몰두하기보다는 일상 속에서 꾸준히 미술을 병행해온 그는 대안공간 미끌에서의 첫 개인전을 통해 빛 바랜 10여 년 전의 그림일기와 함께 최근의 드로잉 작업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으로서의 개인의 삶을 기록하는 일기(日記)라는 형식을 띠는 그의 작업은 언뜻 모호하고 진부한 자료로 생각되기도 하지만 기록자가 없는 인류의 역사를 상상할 수 없듯, 나날의 즉흥적이고 단편적인 메모를 솔직하게 담은 그의 그림일기는 그 자체로 자신의 인생을 매 순간 극명하게 인식하게 해주는 중요한 장치로 느껴진다. 어른이 된 지금, 글씨를 쓸 줄 모르거나 문장을 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한 어린 아이들이 하루의 인상 깊었던 일들을 글자를 대신하여 그림으로 기록하는 그림일기를 바라보며 종종 깜짝 놀랄 만큼 유연한 표현력과 빛나는 재치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구치소와 군인, 볼펜똥과 인주라는 칙칙한 환경과 도구를 가진 그가 유일한 휴식의 공간과 시간을 아껴가며 그려나간 그의 일기 속 역시 엉뚱하지만 비범한, 혹은 기발한 사색의 깨달음들이 숨겨져 있다.
최원열은 작업노트를 통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작업 역시 가설과 탐구, 결론이 없는 단편적인 일상의 조각들을 즉흥적으로 조합한 드로잉 작품들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이번 전시에 의미를 두는 점은 이렇듯 매우 사적인 영역을 공개함으로 해서 개인을 개인으로만 침잠하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일상의 틈바구니에서 빚어지는 만남과 에피소드, 희비가 교차하는 예고편 없는 드라마가 담긴 개인의 일과를 솔직, 담백하게 기록하는 그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자신의 삶을 넘어 인류 보편의 역사를 풍요롭고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어가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최원열은 그의 최근 작업을 통해 Happy ending이라는 전시 주제처럼, 짜증나고 화나는 현실을 초월하여 서로 사랑하고 행복하자는 약속을 담았다고 한다. 지난날 누군가의 일기 혹은 어젯밤 꿈 속에서 우리는 어떤 오해와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또 이별했을까? 시시콜콜하고 소박하지만 다소 시니컬했던 그의 그림일기가 익명의 관람객들에게 사랑과 행복을 약속하자는 데까지 이르는 동안 참으로 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등장했다 잊혀지기를 반복했을 것이다. ■ 유희원
Vol.20071109e | 최원열 드로잉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