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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07_수요일_05:00pm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학고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00-5번지 Tel. 02_739_4937 www.hakgojae.com
善한 線, 한 땀 한 땀 치유를 꿈꾸다. ● 새롭고 참신한 시도들로 주목 받고 있는 신예작가 송 영희 가 "착할 線" 이라는 이색적 제목으로 첫 개인전을 개최한다. 동음 이의어인 "선(線, 善)" 이란 글자의 언어적 중의를 함축한 제목이다. ● 첫 번째 기의(記意)로서의 선 (線) 은 송영희 의 과거로부터 현재까지의 모든 작품들에 있어서 주된 조형언어를 의미한다. 선행 작품들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하여 욕망으로 가득 찬 현대인의 형상을 얼기 설기 얽힌 선 그물을 통해 표현하고 있음에 반해, 본 전시의 첫 선을 보이게 될 최근의 작업에서는 첨단 테크놀로지라는 매체 대신, 부드럽고 탄력 있는 PVC 폼 위에 작가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새겨지는 인간적인 손 바느질 작업을 통해 만들어지는 선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제 두 번째 기의로서의 "선(善)"은 송영희 의 본 전시작들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작가가 전작들에서부터 꾸준히 다루어 왔던 주제는 소유를 향한 현대인의 끝없는 욕망과 첨단 기계문명의 빠른 발전속도에 휩쓸려 자동인형처럼 소외되어 살아가고 있는 존재의 뿌리를 잃은 현대인의 모습이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러한 현대인의 부정적인 자화상은 전작의 욕망 시리즈와 유사하게 흥겨움, 화합, 조화 같은 긍정적 의미를 떠올리게 되는 아이들의 천진스런 놀이라는 소재를 통해 표현되고있다. ● 그 첫 번째 예는 실 뜨기 연작이다. 아이들의 정겨운 놀이인 실뜨기는 송영희 의 작품 속에서 화면에 중구난방으로 두서 없이 등장하는 크고 작은 여러 쌍의 손의 형상들을 통해 소통의 단절과 소외 그리고 맹목적인 분주함으로 표현되고 있거나 뒤엉킨 실타래를 움켜쥔 손의 이미지를 통해 욕망의 메타포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 어떤 경우에도 손을 휘감은 선은 온전하게 연결된 형태로 나타나지 않으며 끊어진 채 단절되어있다. ● 현대인의 자화상은 또한 "꼭두각시 놀이"라는 메타포를 통해 그려진다. 누군가에 의해 조종되는 꼭두각시 인형의 움직임은 물질 만능의 현대 사회에서 오로지 욕망의 법칙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려 맹목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의 잃어버린 정체성에 대한 은유이다. 꼭두각시의 공허한 움직임의형상은 서양 미술사에서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주제인 "죽음의 춤(Totentanz)" 을 연상시킨다. 욕망의 힘에 의해 조종당하는 인간의 모습은 생명력을 잃은 죽음의 모습일 수 밖에 없다. ● 샹들리에와 화려한 벽지로 장식되어 있지만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비좁은 공간 속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소녀는 놀이 중의 흥겨운 모습으로가 아닌 외부로부터 단절된 고립된 현대인의 초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 이렇듯 욕망의 법칙에 지배당한 채 고독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의 실존적 위기감은 "나비 놀이"에 등장하는 인물의 - 프랜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 히스테리컬한 비명으로 표현된다. 또한 "테이블 위 화병 속 꽃" 이라는 정물에서는 더 크고 더 화려한 것을 소유하기위한 끝없는 욕망과 그로 인해 위협받는 현대인의 실존의 위기가 테이블의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큰 화병, 그리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있지만, 그 화병에 담기기에는 지나치게 커다란 꽃의 불안정한 형상을 통해 은유되고 있다.
이처럼 놀이라는 긍정적인 소재에 부정적인 현대인의 자화상을 중첩시키고 있는 아이러니한 방식은 기의적 차원에서뿐 아니라 기표적 차원에서도 송영희 의 작품의 중요한 기조를 이룬다. 즉 주 재료인 PVC 폼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업 생산물이지만, 그 재료가 주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속성은 작가로 하여금 인간의 따듯한 피부를 연상케 하였고, 작가는 이 재료의 이러한 이중적 속성에 매료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또한 이러한 인공적인 산업재료에 그려지는 현대인의 부정적 자화상은그와 상반되는 인간적인 방식인, 작가의 손으로 한 땀 한 땀 수놓아지는 손바느질을 통해 이미지로 형상화 된다. 이렇듯 역설에 역설을 거듭하지만 송영희 의 이번 전시작은 기존의 작품과는 달리 궁극적으로는 긍정을 향하고 있다. 즉, 기존의 작품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려진 線들이 욕망의 그물로 형상화 되며 부정의 의미를 내포했다면, 이제는 線 구조가 손바느질이라는 정성이 깃든 인간적인 방식을 통해 주조되면서 그 의미 또한 새롭게 변화한다. 여기서의 線은 냉소와 고발을 넘어서, 잃어버린 인간성의 회복을 한 땀 한 땀 희원하는작가의 인간에 대한 애정을 담고 있는 "착한 線" 인 것이다. ● 여성 고유의 창작 방식인 손바느질은 지금껏 '고급예술"에 속하지 못하는, 격이 낮은 수공예로만 인식되며 홀대 당해왔다. 여성의 수예작품은 미술사에서도 거의 언급되지 않으며, 남성 예술가의 도안이 여성에 의해 손바느질로 수행된 경우만이 간간히 짧게 언급되는 정도이다. 이때에도 물론 관심의 대상은 도안을 고안한 남성 작가이며, 바느질을 수행한 여성은 대부분 언급되지조차 않는다. 바느질 특유의 매체적 특성이나 고유의 조형성에 대해서는 물론 주목하지 않는다. 이렇듯 오랫동안 경시되어왔던 여성 특유의 표현 매체를 송영희 는 자신의 주요 표현 수단으로 이용하면서 부피감과 탄력성이 있는 PVC 폼과의 결합을 통해 바느질 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효과를 창조한다. 즉 만지고 싶게 하는 재료의 폭신함과 탄력성이 더욱 강조되며작품에 입체감을 선사한다. 또한 한 땀 한 땀의 정성이 배어있는 바느질이 주는 인간적인 의미들은 그 자체로서 작가의 인간성의 회복에 대한 희원을 담고 있다. 이렇듯 송영희 의 이번 전시회는 페미니즘 미술의 한 가능성을새롭게 제시하는 의미로서도 신선함과 새로움을 선사한다.
송영희 의 이번 전시작들은 전작인 욕망 시리즈와 같이 흑과 백이 주조를 이루는데, 몇몇 작품들에서 화려한 색상의 텍스타일 꼴라쥬와 색실을 이용하는 방식을 통해 색채의 확장이 조심스레 시도되고 있다. 또한 간간히 바느질의 선들이 이미지의 윤곽을 아플리케 하는 것을 넘어서서 전작의 선 그물과 유사한 독립적인 선 구조를 만들어 내고 있는데, 이러한 새로운 시도가 부디 작품의 내적 필연성이 결여된, 쓸데없는 군더더기나 장식적인 요소로 전락하지 않고 조형언어의 다양한 효과를 창조하는 방향으로 계속 발전해가기를 바란다. ■ 윤희경
Vol.20071108f | 송영희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