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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31_수요일_06:00pm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www.ganaartgallery.com
2007키워드 "단상채집과 복제" ● 사오년 전쯤이었던 것 같다 전면이 유리창으로 된 이층 작업실에서 무심히 아래쪽을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한쪽에선 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고 그 옆 벤치에선 삶에 지쳐 자신의 일상을 길거리에 던져놓은, 노숙자처럼 보이는 한사람이 서너 개의 흐트러진 소주병과 함께 쓰러져 잠들어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늦은 오후 따사롭고 나른하게 스며드는 햇살과 함께, 파릇파릇한 삶을 영위하는 아이들의 모습과 그 옆에 나 뒹그러진 체 찌그러진 일상을 가진 한 노숙자의 모습, 그리고 유리벽 뒤에 서서 멍하니 정신을 놓은 체 바라보던 나는, 순간 안 과 밖 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묘하게 하나의 풍경으로 녹아들어 가는 몽환적인 느낌을 깊숙이 받은 적이 있다. 이렇듯 일상 속에서 누구나 한번쯤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바깥으로 드러난 풍경이나 사물들을 한 발 자욱 비켜서서 관찰하듯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때의 유리벽 은 안과 바깥의 공간을 -어느 쪽이 진실로 바깥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서로 다른 이질성으로 차단시켜 버림으로써 별도의 공간을 내어 보이는 듯 하지만 기실 그것은 하나의 연장된 공간이기도 하다. 이는 나와 세상 속에서 일정한 거리와 이질성을 담보로 한 세상 엿보기의 한 형태이기도 하다.
우리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 공간인 도시는 우리의 눈과 귀를 현란하게 어지럽히는 온갖 물상들로 빼곡 들어차 있다 이것들은 지배와 통제 관리와 조작 등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여러 인위적 기제들과 뒤섞여 욕망과 억압의 기호들을 낳아 끊임없이 그것들을 확대 재생산 하며 우리들로 하여금 그것들을 소비하게 하는 ,생산과 소비의 사이클을 만들어낸다 이따금 그러한 도시의 생활세계 안에서 느닷없이 세계가 낯설어짐을 느낀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게 무심히 눈길을 보내다가 문득 삶이 그 실체를 갖지 않은 다만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 어떤 것 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들기도 한다. 가벼운, 너무나도 가벼운 우리들의 삶과 문명에 대한 나의 대응은 지극히 차갑고 싸늘하다. 통렬한 풍자도 격렬한 투쟁도 열렬한 이의제기도 없다. 다만 싸늘하고 냉소적인 바라봄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바라봄은 관찰자와의 소통을 통해 새롭게 변주되기도 하는데 그러한 바라봄은 다시 관찰자의 몫으로 남겨진다. 미술가는 바라보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 바라봄은 가려진 본질을 집요하게 꿰뚫고자 하는 것이다. 바라봄은 필연적으로 되씹음을 낳는다. 그런 의미에서 미술가는 반성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들여다보기, 일정한 거리를 두고 다른 대상으로 객관화시킨 자아, 혹은 그 일상적 삶을 들여다 본 다는 것은 그 대상의 본질을 자각 하고자 하는 행위이다. 형식적 복제를 통해 대상을 객관화시키고 비로소 나는 관찰자의 입장을 취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서 나의 선택은 사진 콜라주와 디지털 복제이다. 복제와 복제의 대상사이의 존재하는 자의성은 서로 다르게 해석되어 질 수밖에 없는데 이는 찍혀진 존재와 그 결과물(복제품)의 관계도 유사하기 때문이다. 선택된 사진 콜라주들은 디지털 복제를 통해 다양하게 변주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또는 관객의 취향에 따라 새로운 삶을 부여 받게된다. 복제는 결국 그 대상의 본질에 대한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복제의 형식을 선택한 출발점이다. 또한 이는 앞서 말한 일정한 거리 두기와 들여다보기의 또 다른 형식인 것이다. ■ 김형무
Vol.20071104c | 김형무 회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