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htscape

이원철_노세환 사진展   2007_1103 ▶ 2007_1125

이원철_The Starlight_디지털 프린트_75×75cm_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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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03_토요일_03:00pm

갤러리 윌리엄 모리스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1652-136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031_949_9305 www.heyribookhouse.co.kr

필름 한 통을 빛에 노출시키고 인화를 한다. 하얗게 인화된 사진을 보면 누군가 물을 것이다. "도대체 뭘 찍은 거지?" 그때 이렇게 대답한다. "빛" ㆍ필립 퍼키스 『사진 강의 노트』에서 ● 사진의 기본적인 속성은 바로 빛이다. 필름에 피사체의 형태를 새기고 암실에서 필름의 상을 다시 인화지에 옮기는 작업 또한 빛으로 시작된다. 하얀 인화지에 서서히 형태가 생기는 것을 흔히 상이 '떠오른다'는 말로 표현하는데 그것은 마치 빛이 부리는 마술 같다. 빛이 그린 그림, 그것이 바로 사진이고 그래서 사진은 빛의 예술이라고도 불린다. 사진은 또한 시간의 기록이다. 의도된 피사체든 우연히 찍힌 사물이든 사진은 '어떤 것이 그 시간 그 곳에 있었음'을 증거한다. 우리는 사진으로 찰나를 붙잡아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한다. 물론 현대는 디지털 매체의 발달로 사진을 빛으로 만든 시간의 예술이라고 단순히 이야기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빛과 시간은 사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일 뿐, 예술가들은 사진을 이용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하지만 사진 예술의 빛과 시간이라는 미학적 물음은 결코 잊어버리거나 간과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사진과 빛의 관계에 대한 궁금증이 바로 이번 전시의 시발점이다. ● 사진가들은 빛을 어떻게 다루는가. 특히 가장 강력한 광원인 태양이 사라진 밤, 사진가들은 어떤 빛을 쫒으며 사물, 자연, 사람을 사진에 담을까? 그것은 어떤 형식으로 우리에게 보이며 또 어떤 반향을 불러일으킬까? 여기 밤풍경을 담은 두 명의 사진가가 있다. 물론 그들이 빛과 시간만을 염두에 두고 사진을 찍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항상 밤에만 사진을 찍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작품의 특징을 형성하는 중요한 형식의 하나로 빛을 적절하게 이용하며 그 결과 탄생한 작품들은 단지 빛에 대한 생각뿐만 아니라 시간에 대한 고찰 또한 강하게 유도한다. 이것이 이원철, 노세환 이 두 작가의 사진전을 마련한 이유이다.

이원철_The Starlight_디지털 프린트_70×70cm_2002
이원철_The Starlight_디지털 프린트_70×70cm_2002
이원철_The Starlight_디지털 프린트_70×70cm_2007

이원철은 2001년 이후 '별빛(Starlight)'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인공광과 자연광이 어우러지는 공간의 풍경을 담고자 그는 모두들 잠든 밤, 카메라를 메고 바다와 공원, 고분과 나무 앞에 조용히 선다. 낮에 마주친 풍경은 어둠에 묻혀 육안으로 형태만 희미하게 감지될 뿐이지만 그래도 그는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고정시키고 기다린다. 1초, 2초, 10분, 20분. 카메라는 렌즈를 통해 사방의 모든 빛을 받아들인다. 달빛이나 별빛일 수도 있고 가로등 불빛, 헤드라이트 불빛, 등대 불빛, 바다에 정박한 어선의 불빛 등 밤을 밝히기 위해 인간이 만든 여러 불빛들이 카메라 렌즈 안에서 모두 한데 어우러진다. ●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많은 빛을 받아들이는 카메라는 그 시간 동안 명멸한 빛의 흔적을 고스란히 필름에 새긴다. 얼마나 오래 셔터를 열어 두느냐 하는 시간의 길이와 별빛, 달빛, 가로등 빛 등 어떤 불빛이 더 강하게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빛의 종류에 따라 사진가가 마주한 풍경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 나타난다. 여러 빛이 혼재된 밤의 풍경은 낮처럼 환하며 원색으로 물들어 있기도 하다. 분명 실재했으나 실재하지 않는 듯한 모습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건물을 비추는 인공광의 불빛이 너무 강하면 배경의 자연광과 강한 콘트라스트를 이뤄 마치 건물과 배경이 분리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 이원철의 사진은 빛의 비밀을 밝혀줌과 동시에 시간의 흐름 또한 느끼게 한다. 그의 사진은 별이 지나간 길, 나무에 핀 빛의 꽃을 보여준다. 우리는 카메라가 삼각대 위에서 머무른 시간만큼 흐른 빛의 흔적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고정된 채 카메라가 피사체를 주시하는 그 시간만큼 사진에도 부동성과 정적감이 흐른다. 그의 작품 앞에서는 관자 또한 카메라와 같이 움직이지 않고 숨을 멈춘 채, 어딘가에 있는 빛으로 서서히 밝아지는 풍경을 조용히 주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생경하고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이원철의 사진은 밤에 우리가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여러 빛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풍경이다.

노세환_Busy Traces_디지털 프린트_100×200cm_2006
노세환_Busy Traces_디지털 프린트_100×125cm_2007

노세환은 도시의 밤을 찍는다. 그는 도시 시리즈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시리즈 중 한 테마로 밤을 선택했다. 도시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말 그대로 '도시 소년'이다. 해외여행을 가도 한적한 시골을 찾기보다는 사람들이 서로 부딪히며 많은 이야기와 사건을 만들어내는 도시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도시의 밤은 어떨까? 그의 도시 야경 시리즈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도시인들은 퇴근한 후 밤에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한다. 그들이 만나는 자연은 집에서 가까운 공원이며 그들은 매일 같은 자연을 보고 만난다. 노세환은 도시인의 일상을 대변하는 공원의 밤풍경을 찍는다. ● 또 한편으로 그는 인적 없는 밤, 도시의 대표적 산물이라 할 수 있는 고층 빌딩, 고가 도로 등을 찍는다. 이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어둠 속에 잠긴 건물, 도로, 나무 등과 더불어 이 모든 풍경을 가로지르는 여러 색의 선이다. 직선인 것도 있지만 어느 지점에서 선은 휘고 구불거린다. 또는 흔들리고 뭉개져 색면이 되기도 한다. 이것은 바로 도시의 밤, 그곳을 지나간 빛의 궤적이다. 노세환에 따르면 이 색선은 셔터 스피드가 얼마냐에 따라 길이가 다르며 조리개를 얼마나 열어 빛을 받아 들이냐에 따라 두께가 달라진다고 한다. 노랗고 빨갛고 파란 빛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노세환은 마치 빛을 쫒는 사냥꾼처럼 그것이 지나간 흔적을 담는다. 밤의 여러 불빛이 빚어낸 이 색선들은 그것이 찰나였음을 그것이 빠른 움직임으로 인해 생겨났음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마치 지금도 계속 달리고 있는 듯 바쁜 마음과 금세 저 멀리 사라질 듯 아련함도 불러일으킨다. ● 밤에도 도시는 누군가를 위해 불을 밝히고 도시인은 어딘가로 바쁘게 길을 떠난다. 노세환이 담은 도시의 밤은 정적감이 흐르기보다는 도시인의 일상을 대변하듯 속도감과 생명력이 넘친다. 방사형의 무늬를 내며 반짝이는 가로등은 정지해 있으면서도 살아서 움직이는 밤의 파수꾼 같다. 불빛으로 가득한 밤, 잠들지 못하는 밤, 이것이 우리가 사는 도시의 밤임을 담담히 인정하며 노세환은 그 풍경을 스케치한다. 가로등이 환히 밝혀진 고가 도로, 불 밝혀진 상가, 어딘가로 향하는 자동차의 불빛으로, 도시의 밤은 노세환의 사진 속에서 꺼지지 않는 빛의 무리로 되살아난다.

노세환_Busy Traces_디지털 프린트_125×100cm_2007
노세환_Busy Traces_디지털 프린트_50×75cm_2006

밤이라는 시간과 기본적이면서도 아주 단순한 형식적 요소인 빛으로 더듬어 본 그들의 사진은 놀랍게도 보이지 않는 것의 아름다움을 알게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느낄 수 있고, 흔적을 만날 수 있으며 언젠가는 그 존재를 마음으로 느끼는 누군가에 의해 형태를 갖추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다. 이원철과 노세환의 작품들이 그러하다. 그들의 작품은 육안으로 혹은 일상에서 쉽게 만나거나 느낄 수 없는 빛의 속성과 아름다움 그리고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사진 속에 빛이 남긴 색과 궤적은 눈으로 보이진 않지만 분명 그곳에 빛이 있었음을 증거한다. 별이 지나간 길은 시간이 흘렀음을 반증하는 것이며 꿈틀거리는 선은 빛이 그 시간 어떻게 흘러갔는지 말해준다. 태양빛이 사라진 밤에도 새로운 빛들은 우리를 감싸고 있으며 무수히 많은 빛은 서로 스쳐 가고 있다. 이들의 작품은 마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어둠을 봐야 한다는 말을 눈으로 확인시켜 주는, 밤의 여행자들이 선사한 선물 같다. ■ 노은정

Vol.20071103d | 이원철_노세환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