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기록을 위한 덜 도식화되고, 덜 차가운 언어   류승환 회화展   2007_1101 ▶ 2007_1120 / 일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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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101_목요일_06:00pm_갤러리인데코

갤러리인데코 / 2007_1101 ▶ 2007_1114 서울 강남구 신사동 615-4번지 Tel. 02_511_0032 www.galleryindeco.com

도쿄 Pam-a갤러리 / 2007_1019 ▶ 2007_1120 Tel. 81_3_5829_8478

1989년부터 20년간 매일의 삶이 기록된 작가 류승환의 섬세한 펜화 작품들이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에 초대전을 갖는다. 그는 세계를 기록하는 서기인데, 문자를 쓰지 않고 그림을 그린다. 0.3mm의 날카롭고 조심스러운 펜 끝으로 하루에 10센티씩 조금씩 그려나간다. 그는 그의 펜 끝처럼 날카롭지만 겸손한 눈으로 세상을 보고, 탐색하고, 세계를 기록하는 서기관이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고, 일상의 별별 일들이 다 일어나는 하루하루가 쌓여 20년이 되었고, 그 기록의 결과물이 2007년 11월 1일, 국내와 일본에서 동시에 보여 진다.

류승환_인생시공_종이에 펜, 먹_40×300cm

여기, 온갖 슬픔과 희열, 희망과 좌절이 교차하는 아프고 아름다운 세상의 기록이 있다. 얇은 실핏줄로 얽혀진 듯한 그 형상은 흡사 생명체처럼 꿈틀거린다. 한편, 깊고 어두우며 가득 차 있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꽉 막힌 담 같기도 하고 무한히 열린 우주 같기도 한 세계의 이면의 기록도 그 아래 고요히 흐른다.

류승환_비상_종이에 펜, 먹_40×100cm

오늘날 작가들은 지름길(shout cut)을 생각한다. 이미 유명세를 탄 모티브를 자신의 메인 아이팀화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의 유명세에 편승하자는 전략이다. 이 무임승차적 전략은 노력 이상의 효율성을 얻는데 유용한 것으로,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많은 대중에 알려지는 것이 생존의 필수조건이 된 시대에 부합하는 전술이다. 현대미술은 이 세속적 소통의 논리를 일찍이 눈치챘던 작가들에 의해 견인되어 왔다. 그같은 민첩한 대응들이 심지어 시대정신 같은 매력적인 문구로 포장되기 일쑤였다. 앤디 워홀(Andy Warhol)은 앨비스 프레슬리와 마릴린 먼로의 초상화로 자신의 지름길을 삼았다. 이런 이유로, 미키 마우스와 맥도널드가 불려나왔다. 패러디와 페스티쉬가 오늘날 매력적인 노선으로 간주되는 것도 이런 경향과 무관치 않다. 이 지름길의 시대에 '자신의 길'은 그 자체로 촌스럽고 손해를 보는 개념이다. 전인미답의 길로 들어서는 것은 위험하고, 무엇보다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사업이다. 예술이 사업이 되는 시대에 이런 노선을 견지하는 예술가는 조롱거리가되고, 때론 왕따 취급을 받을 수도 있다. 결코 새삼스런 상황이 아니다. 역사가 언제나 되풀이해 왔던 방식이다. 내가 보기에 적어도 이제까지 유승환이 그런 작가였지 않나 싶다. '바보스럽게'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작가, 20년 가까이 이렇다 할 전시경력 하나 없이도 그 길을 걸어왔던 작가, 운명적으로 지름길을 택할 수 없었던 영혼, 그리고 수많은 동시대의 주자들이 시류에 민감하고, 경향에 편승하고 유행에 가담할 때, 오로지 자신의 것만을 추구해 왔던 고집스러운 감성의 소유자... 그는 이 시대가 정의하는 식과는 전혀 다른 재능의 소유자다. ■ 심상용

류승환_세포 -부분_종이에 펜, 먹_40×300cm
류승환_인생시공 연작-부분_종이에 펜, 먹_40×300cm
류승환_소생_종이에 펜, 먹_40×300cm

나는 글 사이에서 소리를 듣는다. 그 소리가 때로는 어떤 공간을 지시하고 내 몸 어딘가에 적합한 위치를 가르쳐주고 어떤 형상을 지목하게 한다. 대부분의 책 속에서 나는, 시간을 제외하면 공간과 존재를 보게 된다. -그림은 의식과 무의식의 교반이며 질서와 혼란, 조임과 풀림이다. 그림 연습은 이 중 어떤 것에 중점을 두느냐 이며 그림은 그 자체의 또 다른 생명력을 지니기 때문에 너무 많은 간섭은 불필요하다. 따라서 그 작품을 자신처럼 존중하고 도와준다면 그 자체로 훌륭하다. -작가노트 中 ● 언어의 한계를 넘어 존재 앞 세계 자체를 겸손하고 끈질기게 담아 낸 이번 류승환의 작품들앞에 서 보자. 그리고 그 기록의 얼굴들을 해독해보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 박보미

Vol.20071103b | 류승환 회화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