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근의 이웃

박정근 사진展   2007_1024 ▶ 2007_1030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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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24_수요일_05:00pm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다큐멘터리사진 졸업청구展

인사아트센터 서울 종로구 관훈동 188번지 Tel. 02_736_1020 www.ganaartgallery.com

사진 인화지 표면에 재현된 이미지로부터 사람의 인상을 본다는 것은 결국 호기심을 가지고 우리와 유사한 인간의 인상을 살펴본다는 의미이다. 외관상 드러나 보이는 인상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표현된 것으로서 얼굴의 특징을 해석하고, 민족의 특징들을 반영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준다. 이런 관점에서 본 다면 사진이 관상학의 기초가 된다는 가정을 들 수 있다. 인물의 인상을 통해 우리는 계급, 성, 인종 등 인간의 본질에 대한 외관상의 정보를 읽을 수 있다. 제공된 정보에 의한 한 인종으로 규정된 초상 사진은 사진가에 의해 통제된 빛으로 말미암아 대상이 된 모델들의 의상, 태도, 표정 등으로 인간에 대한 지위를 강화시켜줌과 동시에 자긍심을 지니게 만든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사진의 역사에 있어서 어구스트 잔더 August Sander, 유셉 카슈 Yousuf Karsh, 리차드 아베든 Richard Avedon 그리고 다이언 아버스 Diane Arbus의 작업에서 그러한 예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사진가의 사진적 초상이란 '그의 사회'와 '그의 시대'로 두드러지게 된다. 사진가에 재현된 모델의 초상은 운명적인 시대에 탄생된 한 개인의 사생활에 대한 폭로이자 객관적 진실을 담보로 사회적 인상으로 기록되는 것이다. 비록 촬영한 사진가의 행위를 굳이 보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델을 통해 사진가의 시선을 관찰하고 있는 셈이다. 사진가의 시선에 의해 이미지화 된 모델들은 그들이 속한 '사회' 와 '시대'의 인상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사진에 기록된 모델들의 무언의 행위 그 자체는 관람자로 하여금 모델이 찍힌 시대에 동참하게 만들며, 더 나아가 대사 없는 무대의 주인공들과 마주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셈이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흰 배경을 뒤로 한 채 무표정의 인물들을 촬영한 박 정근의 근작 '박 정근의 이웃'은 매우 기록적이며, 객관적인 진실을 담고 있다. 비록 박 정근이 선택한 주민들의 삶의 공간, 곧 재개발로 인해 사라져 버릴 현존의 상계동 분위기가 흰 배경으로 인해 모두 사라져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각 사진에는 촬영한 날짜 그리고 모델이 된 개인의 신상, 즉 이름, 나이가 사진 이미지를 위해 텍스트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계동에서 태어나 최근까지 상계동에 거주한 박 정근은 사진의 주제로 그의 이웃인 상계동 어르신들을 대형 사진기로 포착하였다. 상계동 이라는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 중 사진기와 마주한 사람들은 박 정근의 부모님과 연령대가 비슷한 어르신들이다. 유독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박 정근은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부모님이 현재까지 상계동에 거주하고 있다. 자식으로써 부모님에 대한 정을, 한 때 이웃한 주민들에게도 똑같이 베풀고자하는 사진가의 마음이다" 그런 연유로 박 정근에게 있어서 '상계동의 이웃'보다는 '박 정근이 바라보는 이웃'이기 때문에 일체의 상계동이라는 지역적 배경을 무시하고, 상계동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상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그러나 이 사진들은 한편으로 매우 사적이며, 주관적인 다큐멘터리 작업이다. 흰 배경으로 인해 우리는 그의 언급이 없다면 상계동과는 전혀 무관한 초상 사진이 되는 것이다. 관람자로 하여금 오직 흰 배경 앞에 서있는 노인들의 인상, 즉 표정, 의상 그리고 몸짓에 집중하도록 사진이 재현되었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여기서 우리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 박 정근의 프로젝트인 '박정근의 이웃'을 파악할 수 있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예를 들면, 박정근이 촬영한 부모님의 초상 사진에서 두 어르신은 서로 손을 꼭 잡은 채로 아들이자 사진가인 박 정근을 바라봄과 동시에 관람객인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이 사진은 박 정근의 부모님이자 우리의 이웃이다. 이 고령의 부부는 바로 우리 곁에 생존해 있는 노인들의 '현재적 모습'이다. 그렇기 때문에 상계동에 거주하는 노인의 초상이 아니라, 우리와 시대를 같이하는 '이웃'의 초상이자 인상이다. 다른 하나는 노인들의 초상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연로하여 지친 모습이 아니라, 힘겨웠던 세월을 인내하며 현재까지 당당하게 사회와 시대를 지켜온 자긍심이 엿 보인다. 왜냐하면 사진가에 의해 조절된 인공조명이 두 노인의 눈동자를 밝고 희망차게 만들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하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또 다른 사진, 시원한 체크무늬의 반팔을 착용하고, 왼손에 피다 남은 담배를 들고 있으며, 허리에는 패드에 싸여진 핸드폰을 부착하고, 정자세로 우리를 바라보는 향년 76세의 김 광호 할아버지의 사진은 필자에게 매우 흥미롭다. 그것은 다름 아닌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허리띠에 핸드폰을 착용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노인들의 핸드폰 착용의미는 여러 가지 일 수 있다. 대부분은 자식들이 부모님과의 수시 통화로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고자 함이고, 역으로 부모님이 자식들 혹은 개인적인 연락을 위해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바로 그 핸드폰이 지금 한국의 '사회'와 '시대'를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결코 노인들의 이러한 모습을 본적이 없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노인들은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초상 사진이 지닌 힘이며, 기록적인 가치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다.

박정근_박정근의 이웃展_인사아트센터_2007

'박정근의 이웃' 작업은 그가 과거에 태어나 성장하였던 상계동이라는 동네를 그 와 이웃한 어르신들의 초상 사진을 기록한 것이다. 그 사진들은 박 정근에게 친숙한 동네 어르신들의 초상 사진이면서 동시에 관람객인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이웃으로 비춰지는 노인들의 초상이다. 박 정근이 기록한 이 초상 사진들은 지금 상계동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인상으로 기록 되었지만, 넓은 관점에서 본다면 도시에 거주하는 한국 노인들의 이미지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모델이 된 노인들의 사진 이미지에서 드러나는 머리 모양, 착용된 복장의 디자인 및 악세사리-가방, 시계, 열쇠고리, 목걸이, 팔찌 등이 현재 생존해 있는 도시 노인들의 인상에 대한 정체성으로 분석될 수 있다. 우리가 어구스트 잔더를 통해 20세기 독일인들의 인상에 대한 정체성을 연구하고 분석했듯이, 시간이 흐르면 박 정근이 기록한 그 초상 사진들은 21세기 초 도시에 거주 했던 한국인의 인상 그리고 더 멀리 인상학에 대한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다. 결국 '박 정근의 이웃'은 우리의 이웃인 '한국인의 인상'이다. ■ 정영혁

Vol.20071029d | 박정근 사진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