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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24_수요일_06:00pm
노암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33번지 Tel. 02_720_2235 www.noamgallery.com
삶의 실을 박아나가며... ● 나의 작업은 재봉틀의 움직임에 의해 생성되는 로고들의 생멸(生滅)에 관한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품을 걸치는 것에 대해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 같은 재질, 같은 공정에 의해 만들어진 상품일지라도 거기에 어떤 상표가 붙느냐에 따라 그것의 가치는 전혀 다른 값을 가지게 된다.
'명품' 이란 단어의 뜻은 '뛰어나거나 이름난 물건, 또는 그런 작품' 을 뜻한다. 어느새 명품은 물건의 값어치를 넘어서서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의 신분을 결정짓고 있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고자 명품을 구입하고 소비한다. 지나친 소비, 분에 넘치는 소비는 자신의 인격을 이미지에 파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명품도 결국 하나의 사람과 실과 재봉틀에서 시작된다. 하나의 사물로 탄생된 명품은 사물 그 자체로 존재하고 그치는 것이 아니다. 명품은 나를 존재하게 해주는 하나의 타자(他者)로 결정된다. 명품을 통하여 내가 나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재봉틀의 기계음은 나에게 묘한 긴장감을 준다. 손을 찌를 듯이 빠른 속도로 상하 운동하는 바늘을 보면서 나의 마음은 무엇인가에 쫓기는 상태가 된다. 이미지의 소비에 동참하지 못하는 내 삶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일 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명품은 핸드 메이드이다. 하지만 그것의 제조좌정은 별다른 것이 없다. 실을 끼우고 재봉틀을 돌린다. 어느 순간 마법이 작동되고 상표가 부착되고 그것은 명품이 된다. 명품은 또한 권력을 상징한다. 그 속에서 자기 자신의 근거를 마련한다. 하지만 권력은 한 순간에 사라지는 신기루 같은 것이다.
영상 속에서 주로 표현되는 명품로고의 해체는 곧 명품소비자의 해체이다. 수많은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 살고 죽듯이 수많은 이미지와 상표들도 생멸을 반복한다. 재봉틀에 의해서 한땀 한땀 생성되는 흔적, 그것이 바로 우리 삶의 모습이다. 완성된 결과물도 있고 아닌 것도 있고, 다시 뜯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는 자신의 본 모습마저 함몰되어 가는지 모르는 현대 소비사회의 군상을 의미한다. 동시에 그 가운데 우리의 한올 한올 흔적이 하나의 명품이 될 수 있도록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인생이란 삶의 실을 박아나가는 그 자체이다. 그것을 어떻게 박아나가느냐 하는 것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 김욱현
Vol.20071028h | 김욱현 영상설치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