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습작

허준 개인展   2007_1024 ▶ 2007_1030

허준_기억의 습작_화선지에 수묵채색_153×129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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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갤러리 가이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Tel. 02_733_3373 www.galerie-gaia.net

한강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나는 길가 옆 개망초의 작은 흔들림에 매료되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일요일 오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가로 나와 있었지만 개망초의 수수한 매력에 빠져있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수수한 화려함은 나로 하여금 편안한 시월의 시공으로 인도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 그 작은 꽃은 산들바람에도 조용히 흔들리지만, 그토록 잦은 비바람과 강의 범람을 겪고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것을 생각할 때 비록 코를 찌르는 진한 향기를 아닐지라도 마음을 감동시키는 향기는 그 어떤 것에도 비유하기 힘들 것이다. 작가 허준을 볼 때 나는 어렵지 않게 그 꽃의 향기를 떠올린다.

허준_기억의 습작_화선지에 수묵채색_116×90cm_2007

허준은 산을 좋아 한다. 특히 그냥 바라보는 산보다 직접 산을 찾아가 그 속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산과 같이 숨 쉬고 산의 변화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 산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고 어떤 상황이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은 채 이 땅 위에 서있다. 그 속의 나무와 풀들 꽃들 그리고 산짐승과 곤충들은 도시속의 조직화된 인간관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 상태의 흐름에 어느 한 종류가 독점할 수 없는 이상적인 체계를, 인간이 내세운 황금비율도 따라 갈 수 없는 자연의 비율로 유지하며, "道(도)에 거스르지 않고 道(도)를 장악 한다." ● 허준의 최근 연작들은 이러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꾸미지 않음"을 장신구로 사용하는 평소의 그의 모습과 같이 산이 주는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조합하여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허준_기억의 습작_화선지에 수묵채색_116×83cm_2007

산의 일부를 도상으로 옮기되 지나치게 세분화 되지 않거나, 筆과 墨이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 등은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심적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계곡에서 과장된 여백을 남기지 않고 세밀한 筆墨으로 채워가는 것은, 다량의 실경스케치에서 기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筆墨의 사용 그 자체만으로 이미 산의 외형을 그린다기보다, 자신의 마음상태 즉 "意境"을 통해 視事 하는 것은,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바위와 소나무, 풀과 숲 그리고 하늘이 서로와의 관계 속에서 전체 그림의 境 을 결정하는 것을 볼 때 산을 그렸지만 오히려 도시인들의 서로간의관계에 대한 따뜻함을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미 엷게 먹으로 설채된 부분에 흥건한 물이 스며들면서 또 다른 공간과 형상이 만들어지는 破墨 표현을 보면, 이것은 우리네 인간사를 그 과정에서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허준_기억의 습작_화선지에 수묵채색_83×67cm_2007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작가의 조용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意境은 한 점과 한 획 그리고 또 한 획의 작은 붓놀림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지는 산의 모습에서 숭고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허 준은 일획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과 동시에 참 행복의 의미도 이미 알고 있음이다. ● 세월이 흘러도 외적가치에 경도되어있는 자본주의적 체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꿋꿋한 "意"를 추구하는 인내를 가진 화가가 되기를 바라며, 진정한 현대 산수화에 대한 아낌없는 고민이 더 해 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허준_기억의 습작_화선지에 수묵채색_77×61cm_2007

때론 발전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할 때가 있지만 젊은 화가에게 있어서 실험과 모색 그리고 창작에 열정을 쏟는 모습과 현재의 그의 작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흔적을 이번 그림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면 조금씩 우리의 바램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나 또한 그림을 그리는 한 사람으로써 마음으로 조용히 그를 스승으로 삼는다. ■ 성재현

Vol.20071028a | 허준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