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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가이아 서울 종로구 관훈동 145번지 Tel. 02_733_3373 www.galerie-gaia.net
한강을 끼고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나는 길가 옆 개망초의 작은 흔들림에 매료되어 가던 길을 멈추고 한참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일요일 오후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강가로 나와 있었지만 개망초의 수수한 매력에 빠져있는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의 수수한 화려함은 나로 하여금 편안한 시월의 시공으로 인도하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 그 작은 꽃은 산들바람에도 조용히 흔들리지만, 그토록 잦은 비바람과 강의 범람을 겪고도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것을 생각할 때 비록 코를 찌르는 진한 향기를 아닐지라도 마음을 감동시키는 향기는 그 어떤 것에도 비유하기 힘들 것이다. 작가 허준을 볼 때 나는 어렵지 않게 그 꽃의 향기를 떠올린다.
허준은 산을 좋아 한다. 특히 그냥 바라보는 산보다 직접 산을 찾아가 그 속에서 시간을 보냄으로써 산과 같이 숨 쉬고 산의 변화를 배우려고 노력한다. ● 산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있지 않고 어떤 상황이더라도 균형을 잃지 않은 채 이 땅 위에 서있다. 그 속의 나무와 풀들 꽃들 그리고 산짐승과 곤충들은 도시속의 조직화된 인간관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러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연 상태의 흐름에 어느 한 종류가 독점할 수 없는 이상적인 체계를, 인간이 내세운 황금비율도 따라 갈 수 없는 자연의 비율로 유지하며, "道(도)에 거스르지 않고 道(도)를 장악 한다." ● 허준의 최근 연작들은 이러한 사실에 바탕을 두고 있다. "꾸미지 않음"을 장신구로 사용하는 평소의 그의 모습과 같이 산이 주는 이러한 자연스러움을 조합하여 재구성하고 있는 것이다.
산의 일부를 도상으로 옮기되 지나치게 세분화 되지 않거나, 筆과 墨이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는 것 등은 복잡한 도시 생활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는 작가의 심적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계곡에서 과장된 여백을 남기지 않고 세밀한 筆墨으로 채워가는 것은, 다량의 실경스케치에서 기인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筆墨의 사용 그 자체만으로 이미 산의 외형을 그린다기보다, 자신의 마음상태 즉 "意境"을 통해 視事 하는 것은, 작품들에서 드러나는 바위와 소나무, 풀과 숲 그리고 하늘이 서로와의 관계 속에서 전체 그림의 境 을 결정하는 것을 볼 때 산을 그렸지만 오히려 도시인들의 서로간의관계에 대한 따뜻함을 호소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이미 엷게 먹으로 설채된 부분에 흥건한 물이 스며들면서 또 다른 공간과 형상이 만들어지는 破墨 표현을 보면, 이것은 우리네 인간사를 그 과정에서 그대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라 말 할 수 있다.
또 다른 관점에서 보면 작가의 조용함과 부드러움이 느껴지는 意境은 한 점과 한 획 그리고 또 한 획의 작은 붓놀림을 통해 서서히 만들어지는 산의 모습에서 숭고함까지 느껴지게 한다. 허 준은 일획의 중요성을 알고 있음과 동시에 참 행복의 의미도 이미 알고 있음이다. ● 세월이 흘러도 외적가치에 경도되어있는 자본주의적 체제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꿋꿋한 "意"를 추구하는 인내를 가진 화가가 되기를 바라며, 진정한 현대 산수화에 대한 아낌없는 고민이 더 해 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때론 발전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어색할 때가 있지만 젊은 화가에게 있어서 실험과 모색 그리고 창작에 열정을 쏟는 모습과 현재의 그의 작업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흔적을 이번 그림에서 찾을 수 있음을 보면 조금씩 우리의 바램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낀다. 나 또한 그림을 그리는 한 사람으로써 마음으로 조용히 그를 스승으로 삼는다. ■ 성재현
Vol.20071028a | 허준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