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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식 개인展   2007_1017 ▶ 2007_1109

박용식_선상_나무, 고무스폰지, 에폭시_300×120×218cm_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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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17_수요일_06:00pm

갤러리 스케이프 기획 초대展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갤러리 스케이프 서울 종로구 가회동 72-1번지 Tel. 02_747_4675 www.skape.co.kr

의인화된 동물들은 인간의 잘못을 꼬집거나 좋지 않은 행태를 '꾸짖기' 위해서 동화나 만화, 우화에 등장한다. 인간의 세상을 판박이 한 그들의 세계에는 인간 활동의 룰이 그대로 적용되어 인간과 같은 논리를 펴면서 나쁜 편, 착한 편이 나오고 싸우고 착한 편이 주장하는 정의가 승리한다. 이솝 우화도 그렇고 라이언 킹도 그렇고 개구리 왕눈이도 그렇다. 또한 동화, 만화에 인간과 같이 등장하는 동물들은 인간보다 혹은 인간만큼 똑똑함을 자랑한다. 월레스와 그로밋의 개, 가제트 형사의 개, 땡땡의 모험에 나오는 인간의 친구인 개들은 주인이 좀 덜 떨어진 모양새를 하고 벌어진 사건을 엉뚱하게 뒤 쫓을 때 때로는 주인보다 더 똑똑하게 악당을 물리치고 사건을 해결하는데 한 몫을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동물 캐릭터들은 어떻게든 인간 세상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인간사를 대표하기도 하고 친구가 되기도 하면서 사건의 서술에 동참한다.

박용식_선상_나무, 고무스폰지, 에폭시_285×84×194cm_2007
박용식_선상_나무, 고무스폰지, 에폭시_244×122×30cm_2007

박용식의 개와 쥐와 오리와 고양이은 인간의 활동과 연관이 있지도 인간과 주종관계에 있지도 인간과 공생의 관계에 있지도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 있지도 않다.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그들만의 리그 안에 존재한다. 쥐와 개는 꼬리를 늘어뜨리며 꽃을 피우고, 오리는 세수 대야를 타고 바다 가에 앉아 있고, 고양이 발바닥을 한 개는 날개를 달고 뒤 태를 보이며 떠 간다. 그들은 상징적인 액션을 취하고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러한 상태'에 있음을 보여준다. 서술의 잡음 없이 어떠한 선상에 있는 그들의 세계는 사건의 상태, 고요함의 상태, 정지된 움직임의 상태 내에 존재한다. 그들이 갖고 있을지도 모를 서사의 실마리를 찾아내어 억지스럽게 이야기를 끼워 맞출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 그들은 너무나 정적과 조화롭다.

박용식_선상비행_합성수지 위 우레탄_70×80×60cm_2007
박용식_선상비행_사진_120×151cm_2007
박용식_선상에 서다_사진_91×124cm_2007

전작들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박용식이 만들어 낸 그들은 형태의 귀여움과 사이즈의 아기자기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순수하지 만은 않음과 비장함과 패러독스를 사랑한다. 그들은 '동네평화를 위한 기념비를 세우기도 하고, 골리앗을 이기기 위한 작전 회의도 주최하며, 선상비행을 하며, 호시탐탐 삼자대면을 하는가 하면 한가로운 이곳에 이렇게 등장하기도 한다. 그들은 의인화 되어있으나 인간의 룰을 기계적으로 따르지 않고, 캐릭터라고 하기엔 그 위용이 장엄하고 고독하다. 제다이 포즈를 하고 근엄한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쥐와 굵은 털 목도리를 두르고 배가 나온 채 책 위에 서 있는 고양이과 물 위에 자연히 뜰 수 있으나 고무 대야를 타고 있는 오리와 날개 달린 개는 어디서 왔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로 떠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 김윤경

Vol.20071024g | 박용식 개인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