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1019_금요일_05:00pm
강희덕_고경호_권석봉_김봉구_김성복_김연_김영원_김준_김태은_김형준_김희경_박옥순 박준식_박혜수_변숙경_신은숙_심현주_원인종_유동혁_이상길_이소영_이창수_이윤숙_이정민 전뢰진_정국택_정현_최세영_한진섭_홍성균_미쯔시마 타카유키_남바 코지
참여연주자_들소리_이현아
주최_손끝으로 보는 조각전 추진위원회 주관_손끝으로 보는 조각전 추진위원회_희귀망막질환회_서울 시각장애인 복지관 후원_해태제과_AD정보통신_국립서울맹학교_실로암 시각장애인 복지관_디자인그룹 bluefish
해태 갤러리 서울 용산구 남영동 131-1번지 해태제과 본사 1층 Tel. 02_709_7405
내가 그곳에 앉아 있는 것을 느끼고 헬렌 켈러가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우리는 도중에 플로렌스에 들러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감상할 계획이에요. 생각만 해도 떨려요. 오래 전부터 그 작품을 보고 싶었거든요." 그녀의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나는 헬렌 켈러의 보호자로 동행중인 미스 톰슨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미스 톰슨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입니다. 헬렌이 방문한다는 소식을 듣고 이탈리아 정부가 특별히 받침대를 설치해 주기로 했답니다. 그 위에 올라가서 다윗 조각상을 만질 수 있게 말입니다. 헬렌이 그 작품을 '본다'고 말한 의미가 바로 그것입니다." 미스 톰슨의 설명이 끝나자, 헬렌 켈러는 말했다. "저는 모든 예술 작품 중에서 조각이 가장 좋답니다. 난 들을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조각작품은 만질 수는 있으니까요." (릴리 파머,「헬렌 켈러와의 점심식사」)
처음으로 만진 엄마 젖가슴의 감촉을 내 손은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만진 흙의 촉감을 내 손가락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어루만진 나무껍질의 감촉을 내 손바닥은 기억합니다. 처음으로 닿은 물의 느낌을 내 머리는 잊었을 지라도 내 손가락은 영원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 1999년 겨울. 소격동의 한 전시장에서 작은 화면을 통해 시각장애 학생들을 처음 만났습니다. 영상 속에는 전시된 작품을 제작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습니다. 마치 소리로 보는 듯 귀를 가까이 대고서 무언가를 만드는 소년, 얼굴 한쪽이 온통 흙투성이인 채 자신의 귀와 흙덩이를 번갈아 만져 가며 집중하여 형태를 만들고 있는 소녀. 그들의 작지만 진심 어린 몸짓이 내가 보고있다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고 이후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나눌 수 있는 그 무엇에 대해 꿈꾸게 되었습니다. 그 후 몇 해 동안 시각장애 학생들과 미술 수업을 하면서 손의 감촉과 조각 작품의 긴밀한 관계를 새삼 깨닫게 되었고, 처음으로 내가 어떤 물질로 작품을 완성시켰을 때의 기쁨이 사실은 손이 누리는 감촉의 즐거움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해 낼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준비하고 있던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을 추진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마음속에 새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의 시인 말라르메는 "인체에 손을 얹어놓는 것은 하늘을 만지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조형 예술은 눈과 마음, 후각과 청각까지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만 그 작업의 중심은 손끝에 있습니다. 조각가가 하나의 작품을 탄생시켜 나갈 때 손은 물, 흙, 나무, 돌, 금속 등의 다양한 물질을 어루만지며 꿈꾸고, 변형시키고, 조화를 이루게 하여 크든 작든 한 공간을 점유하는 형태를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작품이 완성되고 나면 보는 이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눈으로만 그 작품을 감상해야 합니다. 예술가의 손이 신의 손처럼 상상 속에서 꿈꾸고 어루만지며 탄생시킨 작품은 마치 금단의 열매처럼 다른 보는 이의 손길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만약 손의 감촉을 더해 작품을 보게 된다면 눈으로만 감상하기에 놓칠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형태 속 많은 이야기들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 현재 왕성한 활동을 하고있는 작가들이 뜻을 같이하여 만지며 보고 피부로 호흡할 수 있는 작품들을 출품하였습니다. 하나하나의 작품에는 다양한 재료와 기법으로 표현된 수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마음껏 만지며 봄으로써 작가의 마음까지도 공감할 수 있는 귀한 자리가 될 것입니다.
작년에 이어 이번 전시에도 일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미술가 미쯔시마 씨가 취지에 동참해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아직 인식이 미비한 시각장애와 미술이라는 분야를 다시 생각해보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늘 애정과 격려로 함께해 주시는 작가 선생님들과 시각장애인 복지관의 여러분들과 여러 후원처와 아름다운 소리로 이번 전시에 참여해 주시는 연주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전화를 걸어 자신이 도울 일은 없는지 관심을 주는 자원 봉사자들과, 돌 속의 따듯한 형상이 차갑게 만져지지 않을 좋은 계절에 전시장을 허락하신 해태갤러리에 감사드립니다. ● 전시장에 들어선 작가와 작품, 연주자와 관람객 모두가 하나되어, 그들이 장애인이건 아니건 마음으로 교감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김연
■ 부대행사 ○ 손끝으로 보는 조각전 연주회 10. 19(금) 오후 6시, 해태제과 본사 1층 로비 ○ 오픈 공연과 함께 이루어지는 시각장애인 미술가 미쯔시마 타카유키의 그림 퍼포먼스 10. 19(금) 오후 5시~7시, 해태제과 본사 1층 로비 ○ 「촉각 회화」워크샵 - 본 적이 없는 그림을 만든다 10. 20(토), 21(일) 오후 2시~5시, 해태제과 본사 세미나룸
Vol.20071022h | 제4회 손·끝·으·로·보·는·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