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일시_2007_1018_목요일_05:00pm
피카소화랑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1147-12번지 Tel. 051_747_0357
곽순곤의 '매듭의 조형'에 관하여 ● 매듭은 원시시대부터 풀잎, 나무의 줄기·껍질, 짐승의 가죽·털 등을 꼬거나 땋아 기다랗게 만든 노, 실, 끈 따위를 잡아매어 마디를 이룬 것으로서, 연모·의복·가옥 등을 꾸미거나 의사전달과 기록을 남기는 데에도 쓰인 역사적 산물이다. 이렇게 마디를 이루는 원리로 장식, 실용 따위에 응용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개발되어온 매듭은, 의식용·장식용·공업용으로도 발전하면서 미의식이 발로하여 마크라메(macrame), 타피스리(tapisserie), 레이스(lace) 등의 직물공예로까지 분화 발전해왔다. ● 동·서양을 가릴 것 없이 엮고, 맺고, 짜는 세 가지 조직법으로 나뉘어 발전해온 매듭이 우리나라에서는 전승공예의 한 분야로까지 성장하였기에, 이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감성은 매우 남다르다. 직물공예가가 아니라 조각가인 곽순곤(郭舜坤)이 '매듭의 조형'이라는 테마로 사암을 부조로 새긴 작품 5점과 크고 작은 대리석을 깎아서 만든 작품 20점으로 개인전을 갖는다. 특히 매듭의 여러 가지 기법 중 가장 원초적인 맺음법을 선택하여 그 맺음 행위의 결과적 형상인 마디의 모습을 다시 석조로 재현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동아대학교 조소과와 같은 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곽순곤은, H.아르프, A.쟈코메티, H.페버 등의 「초현실주의 조각가에 관한 연구」를 하고 박사과정에 적을 두고 있으며, 1990년 신라미술대전 대상(문화부장관상)을 수상한 이후로 부산미술대전, 부일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부산청년미술상(공간화랑) 등을 수상한 부산조각계의 유망주이다. 그리고 동아대학교 조소과와 부산예술고등학교, 신라대학교(겸임교수), 동명정보대학교, 부경대학교, 동의대학교 등에서 강의하면서 부산비엔날레의 바다미술제 분과위원과 부산조각프로젝트 현장감독을 맡기도 하여 문화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또한 한국미술협회부산지회, 조각그룹광장, 부산현대조각회, 동아조각회, 부산미술포럼 등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그 동안 국내외에서 일곱 번의 조각개인전을 열어 창작열을 태우고 있다. ● 이렇게 왕성한 활동을 해온 그가 이번에 여덟번째 개인전으로 펼치는 '매듭의 조형'은, 이전의 추상적 조형 작업들에 대한 반성에서 시도된 것이다. 이전의 추상적이거나 개념적 작업들은 "자신에게 항상 조형성에 있어서의 만족감을 충족시키지 못하여왔다." 이러던 중 어느 날 "우연히 매듭지우는 행위를 통해서 이뤄지는 자연의 물성이 갖는 조형미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기다란 선적 매체를 자유롭게 매듭지우는 행위를 통해서 물리적 공간이 미묘하면서도 다양하게 순간적으로 변화함을 재인식하고는 이에 매료되고 집착하게 된 것이다. 매듭 행위에 대한 매력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가 연출하는 형상성에서만이 아니라 그 행위의 결과가 던져주는 심리적 긴장감에서도 찾아졌다. 그는 이러한 "변화와 긴장감에 특히 매료되었다"고 진술한다.
이번에 전시되는 '매듭의 조형'들은, 한번 꼬임에 의한 형상을 하고 있는 몇 작품을 제외하고는, 대다수가 두 번 꼬임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특성을 보인다. 초기의 한번 꼬임은 단순한 '변화와 긴장감'에 집착한 결과물들이지만, 두 번 꼬임은 거기다 또 다른 '재미'를 더해주었다. 두 번 꼬임의 형상들은 "한번 꼬임에서는 나타내기 어려웠던 대칭성을 이루고 공간적 밀도감을 보다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인위적 행위가 다시 반복됨으로써 공간적으로 복잡해지고, 그 복잡성만큼이나 미적 질서의 요소가 늘어난 것이다. 미적 질서의 요소 수가 너무 적으면 단조롭게 느껴지고 너무 많으면 혼란스럽게 느껴지므로, 그는 단조로움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최소한의 복잡성을 드러내는 두 번 꼬임을 택한 것이다. ● 그런데, 오랜 역사적·사회적 의식의 반영물로서의 매듭은 일반적으로 어떤 일의 순서에 따른 결말을 상징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가 두 번 꼬임에 의한 매듭을 선택하여 변화와 긴장을 느끼고 그 결과를 석조로 드러낸 것은 자신의 삶 가운데서 복잡하게 얽힌 무언가를 상징한 것으로도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매듭은 어떤 일에서 순조롭지 못하게 맺히거나 막힌 부분을 표상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그가 두 번 꼬임에 의해서 조형적 만족감을 얻었다는 것은 장년기 조각가로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는 과정에서 겪어온 내면 깊이 숨겨진 잠재의식이 상징적으로 변형되어 표출된 결과는 아닐는지?
만일 그렇다면, 프로이드식으로 말하자면, '매듭의 조형'들은 억압되어 잠재된 의식의 폭로이다. 그가 그간의 왕성한 조각활동으로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모습을 보여준 이면에 감춰진 의식이 무엇이던 간에, 그는 이러한 심상을 구체적으로 재현하지 않고 매듭짓기의 결과를 통해서 묵시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매듭의 조형'을 통해서 한번도 아닌 두 번의 매듭지움에서 그 감정의 억눌림을 '재미'로서 즐길 수 있고 이 작업의 유희를 통해서 다음 단계를 위해서 결말지우고자 한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서는 찾기 어려운, 예술가만의 특권일 지도 모른다. ● 예술가는 비유와 상징으로서 감성의 깊숙한 세계를 드러내어 밝힌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그의 매듭짓기의 형상화는 이전 작업의 조형성의 부족감에 대한 충족이자 삶의 고뇌에 대한 결말인 동시에 새로운 에술관의 시작 내지는 도약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다. 그의 예술이 단순한 석조기술의 재현적 솜씨자랑이나 감각적 충족을 위한 조형술이기 보다는 삶의 새로운 전망을 보여주는 철학적 사유의 감성적 표출로 향하고 있음으로 하여금 다음 단계의 조형작업이 기대된다. ■ 박은주
Vol.20071018b | 곽순곤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