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고한 장면

2007_1017 ▶ 2007_110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아트비트갤러리 홈페이지로 갑니다.

초대일시_2007_1017_수요일_05:00pm

참여작가 구성수_권순관_방병상_백승우_오상택_정연두_최원준_Area Park

후원_그린아트_포토넷

아트비트갤러리 서울 종로구 인사동 156번지 성보빌딩 301호 Tel. 02_722_8749 www.artbit.kr

진화하는 획득형질들 ● 아버지 세대에는 카메라가 재산목록에 들어가던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사진 찍기가 귀했던 시절, 졸업사진이나 가족사진을 찍는 날이면 어른이나 아이나 꽃단장에 여념이 없었던 시절을 저도 반쯤은 경험하고 살아온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카메라가 귀하던 시절에는 사진을 찍기가 지금보다 더 수월했던 것 같습니다. 그건 아마도 문명화가 많이 진행된 나라일수록 특정 장소의 보안이나 개인의 인권문제로 사진을 찍기가 힘든 것이기 때문일 겁니다. 개인이 사용하는 핸드폰마다 카메라가 부착된 시기를 살고 있는 우리들(사진가)에게 사진이란 무엇이며, 어떤 의미로 자신에게 타인에게 나아가 현대미술에서 작동하는지 혼란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구성수_Dream of Asia Series-China 01_C 프린트_20×24"_2007
권순관_Purifying the behavior in voluptuous structure S.Nr. 25-223, 꽃을 든 여자의 손을 잡고 걷는 남자 A man walking on a street, holding a hand of woman with blossom of flower_ 라이트젯 프린트_180×225cm_2007

여덟 명의 젊은 사진가가 새로 개관한 작은 갤러리에서 사진전을 합니다. 태어난 환경도 다르고, 지금 부딪히고 있는 현실의 체감반응도 다른 사진가들입니다. 모든 작가가 대형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으며,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대로의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사진가들입니다. 이쯤에서 매체환경에 따른 사진가의 자세변화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할까 합니다. 반듯한 옷을 입고 있을 때는 그럴 듯하게 살던 사람이, 예비군 군복만 입으면 왠지 삐딱하게 행동합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는 비교적 교통법규를 잘 지키다가도, 오토바이를 몰게 되면 인도로 달리기도 하는 게 한국 사람의 유전자인가 봅니다. 자동노출에 자동촛점 그리고 연속촬영이 가능한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진가의 사진과, 일일이 노출재고 초점 맞히고 무거운 삼각대에 필름 홀더를 몇 개씩 가지고 다녀야 하는 사진가들은 자세부터 틀릴 수 밖에 없습니다.

박진영(Area Park)_가난한 여행 #003_C 프린트_2007
방병상_SHE IS - SUMMER, Pointer 37° 39′ 45.49″N 126° 45′ 30.19″E_라이트젯 C 프린트_123×160cm_2006

'결정적 순간'이란 사진적 의미가 이 땅의 사진가들에게 절대명제처럼 여겨지던 시절이 있었더랬지요. 사진술의 발명이후 '결정적 순간'의 미학은 미국과 유럽에서 1920년대와 30년대를 거치며 생겨나는 각종 인쇄매체에 사진이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그 파괴력을 지니게 되는데, 통상적으로 극적인 장면에 사로잡히는 대중들에 반응에 의해 로버트 카파 같은 사진가들이 스타로 떠오르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앙리 카르띠에 브레쏭에 이르러 결정적 순간의 미학은 절정에 치닫고, 오늘날에도 그 명제를 추종하는 사진가 혹은 사진기자들에 의해 오직 카메라만이 포착해 낼 수 있는 결정적인 장면들을 잡기위해서 수많은 사진가들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여기 모인 사진가들은 어쩌면「결정적 순간」에 역행하는 사진가들일 것입니다. 한 장의 사진을 찍기 위해 건물을 설계하듯, 면밀하게 조사하고 정확하고 빈틈없이 촬영을 하는데 온 힘을 기울입니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카메라만이 포착할 수 있는 찰라의 순간을 기록하기 보다는, 오히려 식물적인 감각으로 느리지만 찬찬히 관찰하고 파악한 후 튼튼히 뿌리내리게 하는듯한 대상의 시각화는 기존의 사진가들과의 변별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진이란 지협적인 카테고리를 벗어나 보다 넓은 이미지의 범주로 확장시키기 위해 때로는 연출도 필요하며 미장센을 직접 구성하기도 합니다. 사진은 현상, 정착, 인화과정을 통해 특정한 사이즈로 만들어 정형화된 형식으로 전시를 해야 한다는 개념을 지우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 또한 이번 전시의 사진가들은 거의 대부분 전시를 통해 성장하고 있는 작가들입니다. 각종 매체에 사진을 기고하며 활동하는 사진가들과 상업사진 분야에서 활약하는 사진가들과는 조금 다른 환경에 처한 사진가들인 것입니다.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전시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메시지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전시장내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사진이 커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사진이 본격적으로 미술관에 진입을 하고, 예술품으로 대접을 받기 시작한 근래에 들어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들로 인해 사진의 대형화가 자연스럽게 진행된 것입니다. 혹, 독일 사진을 흉내 낸다거나 작가로서의 역량을 오버하기 위해서 작품을 크게 만든다는 일부의 주장은 저로서는 수긍할 수 없습니다. 아울러 상업적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유명 사진가가 아닌 우리 같은 젊은 사진가들에게, 전시가 끝나고 나서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정말이지 생각하기도 싫은 것입니다.

백승우_Real World II #11_디지털 C타입 프린트_100×125cm_2006
오상택_firework_디지털 프린트_110×138cm_2006

한국에서 사진가로서의 프로라고 할 수 있는 주명덕, 강운구선생이 활동을 한지 4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힘든 상황과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작업들을 놓치 않았던 여러 선배사진가들로 인해 일정부분 그 덕을 우리 같은 젊은 사진가들이 받고 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국 사진계가 저변이 허약하다고들 하지만 몇몇 사진가들은 이미 세계적으로 예술적,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눈부신 활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에 비해 훨씬 많은 수의 사진가들은 소위 말하는 시장에서 소외된 안타까운 현실도 공존하고 있습니다. 최근 사진을 전시하는 화랑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축하를 하면서도 내심 우려 섞인 생각도 드는 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정연두_로케이션 # 7_C 프린트_42×60cm_2006
최원준_Dongmyo_station_1(line_No.6)_2005

아울러, 이번 전시는 저에게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전시로 기억되는 생활의 발견(1997. 서남미술관, 김승현 기획)展, 미명의 새벽(2001. 하우아트 갤러리, 진동선 기획)展과 같이 동년배 사진가들의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에 주목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이번 기획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그중 가장 절실히 깨달은 바는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된다'는 진리입니다. 어설픈 전시기획이지만 고깝게 보지 마시고, 냉정한 비판과 그에 따른 대안을 모색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젊은사진가들이 모인 전시이니 만큼 전시에 대한 글도 동시대를 겪고 있는 젊은 분께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참여작가들이 공론으로 흘렀습니다. 아직 평론가라 칭하기에는 미흡하지만 이제 막 첫걸음을 땐 배남우씨가 이번 전시의 서문을 맡아 주셨습니다. 배남우씨는 얼마 전까지 진행된「사진 평론가와의 인터뷰」을 통해 이미 일정부분 그 가능성을 보여준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 됩니다. 아울러 이 전시를 한국사진의 현 지점과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탐색쯤으로 여겨주시고 이 책을 부디 책장에 꽂아두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견고한 책장 속에 말입니다. ■ Area.Park

Vol.20071017c | 견고한 장면展

2025/01/01-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