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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10_수요일_05:30pm
작가와의 대화_2007_1117_토요일_01:30pm 쌈지스페이스 초대 기획
후원_한국문화예술위원회_㈜농심
쌈지스페이스 서울 마포구 창전동 5-129번지 Tel. 02_3142_1695 www.ssamziespace.com
최근 1-2 년간 한국미술계는 전통회화를 현대적으로 접목한 예술활동에 대하여 지대한 관심을 보여왔다. 이들은 무수한 기획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으며 또는 재해석되었다. 쌈지스페이스 또한 대안공간에서는 보기 드물게 한국화 작가인 박병춘 작가의 개인전으로『채집된 산수』전을 개최한다. 그리고 이 전시에 이어서 전통계승의 정치학을 살펴보는 전시가 곧 치러질 예정이다. 박병춘 작가의 대안공간에서의 개인전은 아마도 오랫동안 침체기에 있던 한국화단에게는 한국화단의 부흥을 재확인하게 한다고도 볼 수 도 있겠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한 작가들과 박병춘의 작업이 한국화 전통의 정확한 재연이나 엄격한 계승을 자축한다기 보다는 현대미술이라는 조금은 더 서구화된 가늠자에 의해서 감상되고 이해되고 있다는 점은 간과 되어서는 안될 지점인듯하다. 전통 한국화의 현대화를 모색해 온 박병춘과 동료작가들의 활동은 이제 한국화를 전통회화 범주 안에 제한된 장르가 아니라 현대 미술의 범주에 포함되고 논의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전통의 중요성이란 고수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패러다임 안에서 취사 선택되고 소화되어 새로운 전통으로 태어날 때 진정한 우리의 것이 되는 것이 아닌 가 말이다. 지금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전통회화와 관련된 작가들은 실험을 위한 실험, 기법의 조합을 넘어서 현재 우리의 정서와 문화를 설득력 있게 반영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이들의 작업은 한국화의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있다고 본다.
박병춘은 2003년 국립현대미술관의『진경_그 새로운 제안』전에 참여하거나『동풍 (2002)』,『신 산수풍경』전을 기획하면서 한국화의 동시대성 획득이라는 이슈의 한가운데 위치하는 장본인이다. 그리고 그의 개인전이 이미 4년 전에 결정되었던 점을 고려해보면 박병춘을 포함한 다른 한국화 작가들에 의해 행해진 한국화의 현대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의 씨앗은 이미 그 이전부터 뿌려진 것임을 알 수 있다. 박병춘의 특징은 한국화를 전공한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과정 속의 한국인 작가로서 한국 전통의 소중함을 깨달은 작가이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최근 나의 관심은 전통회화의 한 축을 이뤄왔던 산수화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재창조해 내느냐 하는데 있다." 라고 밝히고 있는데 지난 5-6년간의 그의 작업세계가 이를 반영한다. 그는 수묵 산수화를 고집하는 한편 전통적 이미지를 재조합 하거나 서양화의 화면구성에 전통적 기법을 적용 하기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화에서만 가능한 작업의 '태도'로 눈을 돌려 전통회화와의 화해의 방법을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화도 서양화도 아닌 현대미술의 맥락에서 바라보기를 가능하게 하는 그의 노력들의 과정을 정리해보자면 먼저 전통을 탈피한 재료의 실험으로서 생고무를 이용한「고무산수」에서는 화면의 획 하나 하나를 검은 생고무 입체로 처리하였으며, 「민들레」작업은 목장갑을 잘라 화면을 구성하였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가까이에 있으면서 그러나 가난함이 라는 시대적, 계층적인 상징성이 포함되는 청 테이프로는 오브제들을 치유하듯이 감쌌다. 기법의 시도를 살펴보자면 그는 평붓이 아닌 둥근 모필사생을 고수하면서 10여 년간 전국의 산과 들을 직접 찾아가 한국화만이 갖고 있는 모필화의 장점을 살려 사생첩에 담아 풍경화를 그리거나 산수화 전을 기획해옴으로써 한국 산수화의 지평을 확장하고자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 작가이다. 그의 풍경화풍 혹은 산수화풍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는 풍경, 금빛 풍경, 흐린 풍경, 검은 풍경, 낯선 풍경, 흐르는 풍경 그리고 올해 쌈지스페이스에서 소개하는 채집된 산수에 이르기까지 그에게 산수화는 다양한 실험을 가능케 하는 도구가 되어 왔다. 드디어 그는 그만의 독특한 준법을 개발하였는데 그 중 이번 입체작업에 선보여지는 준법이 그가 유머러스 하게 이름 지은 '라면준'이다. 이 중「낯선 풍경」,「흐르는 풍경」시리즈에는 그의 실존 그리고 삶의 연장선으로서 현대적 오브제를 산수화에 덧붙이거나 그려 넣었다.
태도의 문제에 접근하는 그의 방법은 이번 전시『채집된 산수』에서 특히 눈에 띈다. 본 전시 제목의 근간이 된 2층에 설치된「채집된 산수_푸줏간」에는 흐릿한 기억을 더듬어 채집한 기억의 편린들이 갈고리에 걸려 설치되어있고 그 사이를 관객이 산책하듯이 걸어 다니며 펼쳐볼 수 있다. 이 100여장의 산수화는 흐린 풍경, 기억 속의 풍경의 연장선에 위치한다. 「기억 속의 풍경」을 한데 모아 그 사이를 걸어 다니면서 감상하는 방법은 동양화 전통인 와유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자신이 삶을 살아가며 항상 가까이하고 보는 일상적인 물건들과 여행을 하며 자연과 동화되었던 기억, 그리고 그 장소들에서 감흥을 주었던 기억을 재빠르게 그려 축적한 이 산수화들은 '채집'된 것이다. 이 산수화들은 사냥감처럼 갈고리에 걸려 설치되어있기 때문에 공간에 들어서면 한지에 그려진 회화들이 덩어리로 먼저 다가오면서 푸줏간을 연상시킨다. 푸줏간이란 채집이나 사냥한 것을 모아두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다. 사냥을 하거나 채집된 삶의 흔적들이 집에 돌아와 푸줏간에 쌓아 놓는 원초적이다 못해 원시적이기까지 한 '날것' 같은 겸허한 행위가 표현된다. 이러한 겸허한 태도는 이전 2002년도에 시도된 검은 칠판에 분필로 산수화를 그리고 완성된 후 이를 지우는「칠판산수」에서도 보인다. 3층에 전시되고 있는 5미터가 넘는 이 작업은 혼신을 쏟아 부은 작업을 완성과 함께 지운다는 행위에서 덧없음과 무소유를 실험한다. 직접적인 전통회화의 정확한 준법의 재현에서 떨어져 나온 라면준은「흐르는 풍경」시리즈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난다. 이 라면준과 그의 산수화의 특징인 현대적 오브제의 개입이 입체로 실현된 작업이 3층에 설치된「라면풍경」이다. 4000여 개의 라면을 전시장 바닥전체에 깔고 간간이 모형집을 두어 마치 그의 평면작업에서 보였던 '라면준'이라는 모필의 자유스러운 운용과 그림 사이에 끼어들던 오브제들이 평면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을 입체로 옮긴 작업이며 더욱이 박병춘은「라면풍경」을 설치하는 방법에 있어서 계단을 만들어 높은 위치에서 그의 작업을 바라보게 하여 심원법으로 그려진 작업을 감상하는 감흥을 느끼도록 장치하였다. 이는 한국화의 현대적인 그리고 입체적인 접목이라는 의미와 함께 동시에 한국화의 심원법을 현대미술에 끌어들인다는 의미를 가진다.
마지막으로 1층 전시장에는「퇴적된 산수」가 소개된다. 전시장 전체 벽면에 지난 10여 년간 변화되고 발전시켜온 그의 다양한 스타일의 산수화가 벽화로 총망라되어 있으며 그 중심에는 정선의「박연 폭포」가 재연되어있다. 시멘트 벽이지만 전시를 위한 벽으로 사용되던 탓에 남겨진 못 구멍과 테이프 자국과 같은 세월의 흔적들을 먹선으로 가리지 않고 그 흔적과 자신의 산수화를 함께 조화시키면서 그려진 암벽들은 바닥에 깔린 강변의 모래 위에 우뚝 서있다. 그리고 그는 이전 전시의 잔재인 벽 한쪽의 못 위에 그의 작업복을 걸었다. 이 옷은 삶의 여정의 흔적들인 꽃, 인형, 옷, 모형 집과 같은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벽화 위에 얹혀져 시멘트 벽과 그려진 암벽, 그리고 암벽과 전시장이 지내온 역사, 오래된 전통회화와 현대적 동양화 중간적 위치에서 이 작업복은 서로서로의 조화를 찾으려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그는『동풍』전을 기획하면서 동료와 함께 이렇게 말한다. "동풍(東風) 은 자생적인 한국화의 바람을 의미한다. 그것은 서양의 것에 반대되는 개념으로서 동풍이 아니다. 자연스런 우리의 정서에 기인해 새로운 현대 한국화의 태동을 주도하고 21세기의 발전된 한국화의 방향을 모색하는 운동으로서의 동풍을 나타낸다." 이러한 그의 노력의 결과로 동시대성을 획득했다는 점은 축하할 만하다. 이제 그의 작업은 새로운 전통이 될 것인가? 여기의 대답은 그의 작업이 다음세대에 전통의 일부분으로 작용을 하는가로 판가름 되리라 생각한다. ■ 신현진
Vol.20071013e | 박병춘 개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