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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10_수요일_06:00pm
모란갤러리 서울 종로구 관훈동 197-28번지 백상빌딩 B1 Tel. 02_737_0057 www.moranmuseum.org
긍정과 부정의 근접지- 박민수의 기하추상과 조형 ● 박민수의 작품은 그의 고백처럼 규칙, 패턴, 양면성, 이중성, 연속성, 연결, 무한대와 같은 언어의 의미망에서 유영한다. 그 이유는 그의 작품이 기하학적 형상이기 때문이지만, 일종의 동일성 법칙을 스스로 내장하고 있다는 데서 찾아진다. 그러나 우리는 두 개의 양상에서 박민수의 작품을 사유할 필요가 있다. 즉 작품의 규칙 혹은 패턴에 관한 문제인데, 그의 작품들이 '사유의 연기'와 같은 자율적 확장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것과 그래서 전시의 모든 작품들은 동일패턴의 연장을 통해 어떤 형상을 취해나간다는 사실은 동전의 양면처럼 하나의 형상에 담긴 모순이라 이해할 수도 있겠으나 박민수에게 있어 이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로 비춰진다. 왜냐하면 그의 형상들은 '강제된 상황'의 계획을 그 자신이 설정했기 때문이다. 왜일까? 그는 이런 얘기를 한다. "모든 사람들은 마음속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려움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 일 것입니다. 자연재해나, 죽음, 사후 세계 등은 전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민수는 삶이 예측 불가능하고 그렇기에 두려움이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그의 작품을 통해 일정한 규칙을 부여하고 패턴화 된 형상을 만드는 이유는 그런 두려움에서 기인하고 있다. 완결된 형태가 아니더라도 형상의 지속적 가능태를 예상케 하는 작품에의 집착, 그는 이를 통해 우리 안에 잠재된 결정성의 운명을 예시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그가 찾아 나선 이 문제는 이미 20세기 초반 이론물리학과 응용물리학에서 결론이 나 있는 상태다. 물론 인간의 심리적 상황을 수의 개념으로 풀어 낸 것은 아니고, 규칙과 패턴에 대한 절대성의 문제였다. 그도 결론짓고 있듯이 절대적 수와 진리에 관한 의문에서 많은 과학자들은 20세기 내내 불확정성과 비결정성, 모순과 돌연변이에서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곤 했다. 단지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자연은 프렉탈(fractal)의 구조와 리듬안에서 생산과 소멸을 반복한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는 운명론과 다른 문제다. 미술의 창의적 상상은 제한적일 수 없다. 어떠한 상상도 이 안에선 융합이 가능하고 뿌리를 내릴 수 있으며, 우주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 상상력의 텃밭이야 말로 미술을 비롯한 예술의 무한 가능태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우리는 자칫 미술(예술)의 이름으로 '사실인식'을 거부하거나 왜곡하는 것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을 터이다. 그 자체를 개념화하는 전략이 아니라면 더더욱.
박민수는 '두려움'을 조각적 조형논리로 풀고자 한 일차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조형논리는 기하학과 절대성, 자연현상과 만나 오히려 그 의미가 작아질 위험에 처해 있다. 작품의 완성도가 의미의 미학적 테제를 견고하게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박민수의 작품들이 지난한 노동의 결집이라는 긍정의 시선을 선사 받는다하더라도 그의 조형관과 위배되었을 때는 전혀 다른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오히려 형상의 외관이 갖는 "규칙, 패턴, 양면성, 이중성, 연속성, 연결, 무한대"의 속성을 인식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시각적 환상일 뿐이다. 그것은 모호한 결론을 유도하는 착시물과 같다. 예측불가능에 대한 두려움의 상상이 첫 출발점이었다면 그것 이외의 모든 상황은 고려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 지금 상황에선 말이다.
조각가 박민수의 출발지는 바로 여기다. 그의 형상들은 조용한 사원의 돌처럼 명상에 잠겼다. 파문이 이는 모래밭에서 작품은 파동의 진앙지다. 또한 작품은 끝없이 융기하는 시간과 같아서 제 형상을 쉼 없이 창조한다. 작품은 하나의 혼돈이다. 생로병사의 순간들이 그 안에서 연기적 관계로 들고 난다. 박민수의 작품들은 이 연기적 고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두려움'의 강제상황은 이 모든 것을 뒤 흔드는 사건이며 심리적 요인이다. 이 모순의 근접지가 출발지란 얘기다. ■ 김종길
Vol.20071010d | 박민수 조각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