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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_2007_1010_수요일_05:00pm,
갤러리아이 신진작가 기획초대전
갤러리 아이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3-13번지 Tel. 02_733_3695 www.egalleryi.co.kr
내 작업의 주된 모티브가 되는 부르카 [Burqa]는 아프가니스탄, 베두윈 족 등 아랍권의 이슬람 여성들이 그 몸을 가리기 위해 입는 복장이다. 이것은 검고 펑퍼짐한 천으로 온몸을 가리게 하고 눈 부위만 망사로 된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남성보다 여성의 육적 욕구가 더 강한 것으로 간주하는 이슬람 사회에서 신체노출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그 사회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되어 오고있다.
내 작업에서 부르카는 이와 같이 나의 욕구나 소망을 가리는 도구로써의 의미를 지닌다. 또한 더 나아가 원치 않는 내 모습을 가려주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이슬람권 여성들에게 부르카가 사회 즉, 외부로부터의 전달에 의해 생겨난 규범이라면 나에게 그것은 나 자신이 스스로에게 압력을 가하여 제도화시킨 규범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부르카를 스스로 쓴 것이다.
나의 일부이지만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 외부에 드러내기 부끄러운 것들을 나는 이러한 나의 규범 속에 고이 숨겨둔다. 꺼내었을 때 부딪힐 잠시의 아픔과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기에 검은 부르카 속은 참으로 안전한 곳이다. 나는 원래의 내 모습이 절대로 보이지 않도록 어두운 천 속에 몸을 꼭꼭 숨기고 조그마한 창으로 두 눈만 낸 채 세상을 엿본다. 그러나 이렇게 안전을 위해 만든 나만의 규범은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부작용을 낳는다. 검은 천 속에 가리어진 나의 시선은 계속 바깥 세상을 향하고 작은 창밖으로 보이는 자유로운 세상을 부러워하는 것이다.감춰진 나의 진짜 모습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때때로 그것을 완전히 용납받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과 만나 끈질긴 사투를 벌인다.
이제껏 편안하고 안락한, 나를 지켜주는 장치라고 생각했던 이 검은 천이 이제는 때때로, 생각보다 더 자주, 나를 구속하는 창살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열두번씩 고민 한다. 이 검은 천을 벗어 던질 것인가, 말것인가. 오늘도 가림과 보임의 경계선에서 서 있다. ■ 정윤희
Vol.20071010a | 정윤희 회화展